우리말 맞춤법을 틀리는 경우도 많지만, 한자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때도 종종 있다. ‘미미하다’의 어근 ‘미미(微微)’와 ‘미비(未備)’가 그렇다. 두 단어의 의미를 새겨보면,
‘미미’ ‘미미하다(微微--)’의 어근으로 형용사이다. 뜻은 ‘보잘것없이 아주 작다.’이다. ‘미미히’라는 부사로도 쓴다. - 땅속 깊숙이에서 울리는 지층이 움직이는 소리, 해일의 전조로 미미하게 흔들리는 물살, 지붕 위를 핥으며 머무는 바람(오정희, 중국인 거리) - 크나큰 불길 앞에 사람들이 끼얹는 물과 모래는 아무것도 아닌 미미한 것이었다(박종화, 임진왜란).
‘미비(未備)’ 아직 다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 - 서류의 미비 - 안전시설의 미비로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다.
‘미비하다’는 형용사로 아직 다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다. - 시설과 투자가 미비하여 경쟁력이 떨어지다. - 이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 조항마저 미비한 상태다. - 이번 조처는 미비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이다.
두 단어가 엄연히 뜻이 다른데, 헷갈리고 쓴다. 특히 ‘미미’라는 단어를 쓸 자리에 ‘미비’라고 쓰는 예가 많다. 다음 예문이 그렇다.
○ 위촉 이후, 월별, 분기별 통계에 의해 활동이 전무하거나, 극히 미비할 경우에는 위촉을 취소함 즉 위촉장 반납 및 해당 사실 해당교에 통보함(경기도 교육청 발행 공문, 2011년 3월 17일). ○ 경남 김해지역 기업들은 일본 대지진으로 피해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상공회의소(회장 강복희)는 지난 17일~18일까지 양일 간 김해상공 회원기업 1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일본기업과의 무역 피해상황을 조사한... (뉴시스, 2011년 3월 21일). ○ 고베제강은 일본 동북지방 지진해일 재앙에 대해 자사가 입은 피해는 미비하다며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이 요청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베제강은 15일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진해일 피해 상황을 통해...(아시아경제, 2011년 3월 15일).
여기에 ‘미비’는 모두 ‘미미’라는 단어로 교체해야 맞는다. 첫 번째 예문은 위촉된 위원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을 때는 위촉을 취소하고 위촉장도 반납 받겠다는 내용이다. 즉, 위원으로서 활동이 아주 보잘 것 없을 경우를 전제로 하니 ‘미비’는 잘못된 말이다. 두 번째, 세 번째도 금번 일본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아주 적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미미하다’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23일 중앙일보에는 ‘일본에서 들어오는 먹을거리는 가공식품과 수산물이 대부분이다. 수산물은 냉동으로는 명태·고등어·꽁치 등이, 냉장으로는 생태·갈치와 참돔·돌돔 같은 활어류가 들어온다. 농산물이나 축산물은 수입 물량이 미미하다’라고 바른 표기가 보인다.
다음 예문은 ‘미비’가 모두 바르게 사용되었다.
○ 금융지주사 전환이 서류미비로 인해 미뤄졌다. 15일 대구은행에... 인가를 위해 제출한 서류 가운데 미비점이 발견돼 설립 인가 불가 통보를... 금융위원회로부터 통보받은 서류 미비를 완벽하게 준비, 설립 인가를... (파이낸셜뉴스, 2011년 3월 15일). ○ 갑상선 방호약품 국내 13만명분, 보유기준미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4호기의 잇단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방사능 피폭에 대비한 갑상선 방호약품(아이오딘화칼륨)에 대한 관심이 높다(전자신문, 2011년 3월 16일).
두 예문은 ‘서류 미비’와 ‘보유 기준 미비’다. 모두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적절한 단어 선택이다.
우리말도 그렇지만 한자어도 미세한 음운론적 차이로 뜻이 달라진다.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매사에 일을 할 때 조심스럽게 살피듯 언어생활도 성찰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이 국어사전을 활용하는 방법인데,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