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매체는 언어 규범을 잘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보면 잘못된 표기를 제법 많이 발견한다. 몇 개 예를 들어본다.
8월 22일 스포츠서울 기사 중 ‘메꿨다’를 보았다.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여기서는 ‘메우다’를 써야 한다. 이는 ‘메다(구덩이를 메우다. 공란을 메우다.)’의 사동사로 빈자리를 대신했다는 의미이다.
8월 20일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결혼했어요’에서는 이장우-은정(함은정) 부부의 신혼집에 티아라 큐리, 소연, 지연이 방문했다. 이들은 이장우에게 은정의 이상형은 '박해일'이라고 말했다. 이장우는 이상형을 묻는 말에 처음에는 춤 잘 추는 여자라고 둘러댔다. 그러자 은정은 클럽에서 만난 여자 아니냐며 타박했다. 티아라 멤버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장우에게 구체적인 이상형을 캐물었다. 은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장우는 '김태희'라고 말했다. 방에서 몰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은정이 화를 냈다. 이에 이장우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장우가 어찔할 바를 모르는 상황을 효과적 전달하기 위해 당황하는 얼굴 모습에 자막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자막이 ‘곤욕’이다. 이는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을 의미한다. ‘욕’에 중심 의미가 담겨있다. 당시 극중 상황은 이장우가 본심을 들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이때는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의 상황이다. 이를 표현할 때 ‘곤혹(예기치 못한 질문에 곤혹을 느끼다.)’이라고 해야 한다. 이장우는 본심을 들켜 곤혹스러웠던 것이지, 심한 모욕을 당하지는 않았다.
8월 20일 중앙일보에는 ‘햇님’이 보인다. 이는 ‘해’에 ‘-님’이라는 접사가 붙은 파생어다. 사이시옷은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일 때 적는다. 이는 파생어로 사이시옷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해님’이 바른말이다. 사전 풀이를 보면 ‘해를 인격화하여 높이거나 다정하게 이르는 말(해님이 방긋 웃다.)’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주변에서도 많이 틀리고 있다. 주의해야 한다.
8월 5일 중부일보 사설의 ‘서슴치’도 바로 잡아야 한다. 이 단어는 기본형이 ‘서슴다’이다. 이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라는 동사다. 흔히 ‘서슴지’ 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예 : 서슴지 말고 대답해라.).
언론 매체는 그 놀라운 전파력 때문에 대중이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언론 매체는 그 권위와 파급력을 고려해 언어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 텔레비전 방송과 신문 등에서 쓰는 말은 공공의 언어다. 공공의 언어는 품격은 물론 정확성을 지니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