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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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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스팔트 위 참깨를 보며…


개천절 아침, 어제 밤에 재활용품 분리 배출을 못하여 해당 물건을 분리수거장으로 들고 나간다. 경비원이 부지런히 청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파트 현관을 지나니 아스팔트 위에 노란 물체 덩어리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참깨다. 누군가 바닥에 흘리고 간 것이다. 어떻게 할까?

식품 위생 상 문제가 있긴 하지만 담아서 돌을 골라내면 식품으로 쓸 수도 있겠다. 아마도 우리의 어머니 세대라면 이것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워낙 검소와 절약이 생활화된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런 어머니 가정교육을 받았다.

흘리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남자? 만약 주부라면 아까워 그대로 두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이 손 대기 전에, 차량이 지나가기 전에 담아갔을 것이다. 또 먹지는 못하더라도 보기에 흉하니 치웠을 것이다.

저 참깨는 어디서 나왔을까? 매장에서 산 것이 아니라 시골 친정이나 시댁에서 선물로 받아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농부의 땀이 담겨있는 수확물이다. 저것을 가꾼 사람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농부에게 있어서 농산물은 자식과도 같다. 돈 주고 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휴일이지만 할 일이 있다며 아내가 출근한다. 필자는 쓰레받기와 비를 들고 함께 나선다. 아내와 함께 참깨를 살펴보았다. 아내는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더니 "아, 고소해!" 한다. 깨의 상태를 보니 차량이 밟고 지나가 으스러졌다. 식품으로 활용하기 부적합하다. 

어떻게 할까? 그냥 두면 차량이 지나갈 적마다 흐트러져 보기 흉하게 된다. 치우기도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치우는 것이 좋겠다. 쓰레받기에 담아 인근의 소나무 밑동에 갖다 치웠다. 필자의 이런 행동은 아마도 신분이 교육자이고 동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네들의 요즘 생활, 풍족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물건 귀한 줄 모른다. 인근의 할인 매장이나 아울렛, 백화점 등에 가보면 전시대에 옷이 넘쳐난다. 과거엔 옷이 낡아 버렸지만 요즘엔 싫증나면 버린다. 필자가 오늘 사용한 비와 쓰레받기를 보니 총각 시절 어머니가 해진 것을 보수한 것이다. 그러니까 20년이 넘은 것이다.

오늘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참깨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물질 풍요의 시대에 우린 혹시 무심코 낭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농부가 애써 가꾼 농산물, 그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가? 부모 세대에게서 받은 '절약'이라는 귀한 유산을 우리는 어떻게 간직하고 후세에게 교육하고 있는지? 공공생활에서 지켜야할 도덕은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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