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일상적인 의사소통 형태를 분석해 보면, 듣기가 45%, 말하기 30%, 읽기 16%, 쓰기가 9%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 중 절반이상이 내가 말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듣기 중심의 대화인데도 우리는 늘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 듣기보다는 말하기 중심의 대화를 원한다.
사실 상대방과 이야기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리적인 설득보다는 먼저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 말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대화는 갈수록 진지하기 보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흥분하게 된다. 이처럼 대화의 주도권을 쥔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설득함으로써 쌓였던 감정과 스트레스가 풀어져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이지만, 대화를 듣는 사람은 상대방 중심 이야기를 들으므로 자신이 말 할 기회가 적어지고, 일방적인 설득을 당했다는 느낌으로 좀 답답할 때가 많다.
흔히 우리는 입은 말은 적게 하라고 하나이고, 귀는 많이 들으라고 둘이라고 한다. 그런대도 우리는 상대와 대화 시 대부분이 상대방보다 말을 많이 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때론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의 말을 가로채거나 그것도 안 되면 화를 내가며 말한다. 이와 같은 대화방법은 상대를 배려하는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힘에 의한 주도권의 싸움인 것이다. 화자 중심의 일방적인 대화는 상대방에게 진정한 경청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히려 대화를 방해하여 갈등을 표출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경청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에서부터 시작한 경청이 학교 현장에까지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되어 이에 대한 교원들의 연수가 활발하다. 이처럼 학교조직에서도 의사소통을 잘 하려면, 먼저 자신의 유창한 말보다는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청 태도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파악하게 하여 상대방으로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 도중에 자신의 긍정적인 반응을 할 때 서로 공감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이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적 경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진지하게 들어 주는 태도로 상대방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아야 하며, 가끔 상대의 의견을 되묻기도 하고 질문도 하고, 긍정적인 반응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과 때때로 “응, 그래?”하고 맞장구도 쳐야 효과적인 자기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급격한 통신매체의 발달은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속도 경쟁까지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이 상대방과 간접대면이라 적극적이고 공감적인 경청이 어렵다. 사실 상대방과 직접 얼굴을 마주보면서 대화하는 이상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없다. 그 이유는 면대면 대화는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으며, 상대방의 온정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적극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경청은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긍정적인 협력을 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원들이 가장 먼저 가져야할 자세가 바로 '공감하는 경청 태도'다. 학교에서 교원들은 교육전문가로서 자기 주장이 강하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쌍방 대화나 토론보다는 주입식 교육방법이다. 그 결과 학생들의 의견을 자세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경청하기보다는 지시 위주의 대화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자주하는 말이 "왜 바른 자세로 듣지 않느냐"고 야단한다. 그리고 ‘듣는 게 뭐 그리 어려운가?’하곤 불평한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듣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소극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진심을 이끌어 내는 공감할 수 있는 경청이 필요한 것이다.
교사의 적극적이고 공감적인 경청은 학생들과 대화는 물론 수업시간에도 필요한 것이다. 교사 중심의 대화보다는 학생중심의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교사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학생이 주도하는 학습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교원의 공감적 경청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학생들의 언어 표현을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학생들의 언어표현은 교사가 그대로 이해하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교수-학습과정에서 학생들의 사고는 그들만의 생각인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사고과정이나 방법을 고려하여 주의 깊게 듣고 그 내용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학생들의 생각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학생들의 비언어적 의사전달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언어적 의사소통은 7%, 부언어인 억양이 등의 전달이 38% 그리고 몸짓이나 표정 등 비언어적인 전달이 55%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얼굴표정, 자세나 몸짓, 눈과의 마주침 등을 자세히 읽을 수 있어야 학생들의 진정성내지는 진실성을 파악할 수 있다.
셋째, 학생들의 의견에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적절한 반응은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화 중간 중간에 고개 끄덕이기, 눈썹 모으기 등의 몸짓과 ‘그래서?’ ‘저런!’ ‘정말?’ 등의 추임새를 활용해야 한다. 이때 추임새는 학생들의 말을 재차 확인하는 멘트가 적절하다. 이렇게 하면 주저하고 망설이던 학생들의 이야기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넷째, 학생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친구 같은 선생님을 제일 좋아한다. 또 이런 교사에게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열고 진솔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여러 의사의 징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학생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여 들어야 한다. 마지막 순간이나 학생들이 스스로 조언을 구하거나 의견을 묻기 전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학생의 모든 문제는 학생 스스로 그 해결방법을 갖고 있으므로 스스로 해결하게 하여야 한다.이처럼 교사의 적극적인 경청은 때로는 학생들과 공감적 경청이 이루어져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공감적 경청이란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학생들이 느끼고 생각한 대로 교사가 느끼고 생각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공감적 경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감적 경청은 동시에 객관성도 유지해야 한다.
학교 내에서 갈등은 대부분이 학교구성원들의 사소한 의견과 가치의 차이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갈등의 해결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자세히 그리고 공감하면서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교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경청 방법을 이해하고 반복 훈련을 거쳐 자기 것으로 만들면 교직원, 학생, 학부모 관계에 있어 늘 긍정적인 평가와 신뢰를 받아 학교 갈등을 예방하는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