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이다’는 모음이 줄었다. ‘맘가짐’은 ‘마음’의 모음 ‘ㅡ’가 탈락한 경우이고, ‘애기’는 ‘이야기’의 모음이 축약하여 ‘애’가 된 경우이다. ‘엊그제’와 ‘오랜만’은 자음 일부가 탈락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이러한 경우는 모두 원래 단어의 ‘준말’로 풀이를 하였다.
‘줄어든 말’은 ‘준말’과 마찬가지로 음운 탈락이나 축약으로 형태가 변한 경우이나 ‘준말’에 비해 그 범위가 넓다. 즉 ‘준말’이 한 단어 내에서만 음운 탈락이나 축약이 일어나는 것인 반면 ‘줄어든 말’은 단어의 경계를 넘기도 하고, 조사나 어미 등이 결합하여 활용한 형태에서 음운 탈락이나 축약이 일어나기도 한다.
‘건’은 ‘그것은’이 줄어든 말(건 내 잘못이다.). ‘넌’은 ‘너는’이 줄어든 말(넌 나와 성격이 꽤 다르구나.). ‘으라는’은 ‘-으라고 하는’이 줄어든 말(밥 먹으라는 데서 꼭 먹어라.). ‘쟤’는 ‘저 아이’가 줄어든 말(쟤가 누구더라?).
‘건’은 ‘그것은’이라는 대명사가 줄어든 것으로, ‘그것은’은 한 단어도 아니고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도 않다. 따라서 이것이 줄어든 ‘건’은 품사 정보 없이 등재하였고, ‘줄어든 말’로 풀이를 하였다. ‘넌’은 대명사와 조사가 줄어든 말이다. ‘으라는’과 ‘쟤’도 ‘-으라고 하는’과 ‘저 아이’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구(句)가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준말’과 ‘줄어든 말’의 가장 큰 차이는 단어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줄어든 결과가 단어이면 ‘준말’이고 단어가 아니면 ‘줄어든 말’이 된다.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로 품사는 동사다. 이는 품사 표시가 들어가는 단어이므로 준말이다. 반면 ‘그러면’은 품사 표시가 들어가지 않는 활용형이므로 ‘줄어든 말’로 처리한다. 사전에는 ‘줄여 이르는 말’로 풀이되는 것이 있다. 다음과 같은 경우로 흔히 ‘약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농협’은 ‘농업 협동조합’을 줄여 이르는 말. ‘선관위’는 ‘선거 관리 위원회’를 줄여 이르는 말. ‘안보리’는 ‘안전 보장 이사회’를 줄여 이르는 말. ‘전경련’은 ‘전국 경제인 연합회’를 줄여 이르는 말.
위의 단어들은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표제어에서 각 단어마다 한 음절 이상씩 뽑아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음운 축약이나 탈락으로 이루어진 준말과는 다르다. 이 단어는 모두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다. 이 단어는 보통 한자어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우리말에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미인대칭(미소로 인사하고 대화로 칭찬합시다) 국민운동 등이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는 ‘셤(시험), 겜(게임), 멜(메일), 글구(그리고), 샘(선생님), 안냐세여(안녕하세요) 어솨요(어서 오세요), 야자(야간 자율 학습), 강추(강력 추천), 여친(여자 친구), 남친(남자 친구) 즐감(즐거운 감상), 야동(야한 동영상), 은따(은근한 따돌림), 디카(디지털 카메라), 문상(문화상품권) 등 범위가 넓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효과를 보려는 것은 어느 현상에나 있다. 따라서 말의 일부를 줄여 발음의 노력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어구가 연속된 표현에서 첫 음절만 표현하는 것은 의미를 혼란스럽게 하고 품위도 없다. 한자어의 경우에는 음절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소의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음절을 줄여서 표현해도 핵심적 의미가 살아있다. 반면, 우리말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형태소를 가지고 말을 줄이게 된다. 그러다보면 의미 유추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는 전통적인 조어 규칙에도 벗어난 말이다.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