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몰아치는 겨울바람, 서민은 겨울 찬바람이 더 싫다. 이 추위를 녹여주는 것은 찌개 한 그릇. 속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찌개 한 그릇이면 겨울 추위를 거뜬하게 견딜 수 있다.
우리의 밥상에는 국이나 찌개가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찌개는 국에 비해 국물이 적고 건더기와 국물을 반반으로 한 요리로 간이 센 편이다. 재료에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청국장찌개 등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생겨났다는 부대찌개도 많이 먹는다.
먹을거리가 변변하지 못했던 시절에 엄마가 해 주는 김치찌개는 특별식이었다. 이는 재료가 간단하고 만들기 쉽기 때문에 한국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김치찌개는 김치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다. 김치찌개에는 배추김치와 채소, 두부, 육류, 어패류 등이 들어가는데, 보통 육류와 해산물은 동시에 들어가지 않는다. 육류는 주로 돼지고기나 참치를 넣는다. 특히 김치찌개에는 어느 정도 발효가 되어 신 맛이 나는 김치를 사용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 찌개만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생겼다. 날씨도 춥고,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는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 찾았다. 그런데 이 집 간판이 이상하다. ‘찌개’가 아니고 ‘찌게’라고 썼다. 차림표에는 ‘김치찌개, 부대찌개’로 제대로 표기했는데 가게의 얼굴인 간판이 잘못되었다.
여기서 ‘찌게’는 ‘찌개’가 바른 표기이다. ‘찌개’는 뚝배기나 작은 냄비에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고기․채소․두부 따위를 넣고, 간장․된장․고추장․젓국 따위를 쳐서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반찬이다.(찌개를 끓이다/찌개를 데우다/찌개에 밥을 비벼 먹다/찌개 국물이 적다.)
이러한 표기 혼란의 뿌리는 발음부터 시작된 것이다. ‘표준 발음법’에 따르면 ‘ㅔ’와 ‘ㅐ’는 발음을 구별하게 되어 있다. ‘ㅔ’는 입을 적게 벌리고 혀를 낮추지 않는다. 이에 비해 ‘ㅐ’는 ‘ㅔ’보다 입을 많이 벌리고 혀를 더 낮추어 발음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둘의 발음을 구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이런 발음상의 어려움이 표기법의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이와 유사한 혼란은
○ 그이가 말을 아주 잘 하데./그 친구는 아들만 둘이데.
○ 왜 이렇게 일이 많대?/신랑이 어쩜 이렇게 잘생겼대?
앞의 ‘-데’는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와서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다. 이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보고하듯이 말할 때 쓰이는 말로 ‘-더라’와 같은 의미를 전달한다. 뒤의 예는 어떤 사실을 주어진 것으로 치고 그 사실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대’가 쓰인 것이다.
○ 보고도 못 본 체 딴전을 부리다./모르는 체를 하며 고개를 돌리다.
○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간다./노루를 산 채로 잡았다.
앞은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뒤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 머리를 꼿꼿이 세우다./몸을 바짝 세우다.
○ 밤을 새워 공부하다./책을 읽느라고 밤을 새우다.
앞은 ‘서다’의 사동사로 서게 하다의 뜻이다. 뒤는 주로 ‘밤’을 목적어로 하여 한숨도 자지 아니하고 밤을 지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상 언어생활을 하면서, ‘네가/내가, 메기다/매기다, 베다/배다, 헤치다/해치다’ 등은 발음 구분도 안 되고, 표기할 때도 어느 것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동네 음식점 간판은 심사숙고 끝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업종을 알리고, 사업성까지 고려했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음식점 간판이 맞춤법이 바르지 않다면 이런 것이 모두 소용없다. 동네 상점의 간판도 바른 표기를 해야 한다. 동네 간판은 소비자들이 매일 만난다. 어른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교육 자료가 된다. 아이들은 교과서보다 거리의 간판이나 주변 게시물에 더 민감하다. 한글 맞춤법 표기를 바르게 해서 질 높은 서비스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