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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봄동’은 ‘봄똥’이라고 발음해야

노지(露地)에서 겨울을 보내어, 속이 들지 못한 배추를 ‘봄동’이라고 한다. 잎이 옆으로 퍼진 모양이며, 달고 씹히는 맛이 있다. 겨울에 ‘봄동’을 뜯어다 겉절이를 해 먹으면 이름처럼 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이 ‘봄동’을 발음할 때, 어떻게 할까. [봄동]일까, [봄똥]일까. 짐작하겠지만 후자가 맞다. 된소리로 발음한다. 맛있는 ‘봄동’을 [-똥]으로 부르려니 여간 내키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봄똥]이 정확한 발음이다.

‘봄동’을 정확히 발음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의사소통은 사람들 간에 생각이나 감정 등을 교환하는 총제적인 행위로 우리 삶의 필수적 상황이다. 특히 우리는 대부분 구어(oral language)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인다. 이런 상황에서 명확하지 않은 발음은 ‘불통’을 넘어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해 놓은 것이 ‘표준 발음법’이다. ‘한글 맞춤법’에 따라 국어 단어를 바르게 적듯, ‘표준 발음법’에 따라 바르게 발음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표준 발음으로 말한다는 것이 단순히 표준어를 사용하여 말한다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즉 ‘봄동’을 [봄똥]이라고 발음하듯, 표준어와 표준 발음은 차이가 있다. 이처럼 우리가 글을 읽을 때 원래 글자의 소리와 다르게 발음하는 것은 우리말의 음운 규칙을 발음에 적용하여 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말을 표준 발음에 따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말의 음운 규칙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어에서 대표적인 음운 규칙에는 교체, 동화, 축약, 탈락, 첨가 등이 있다. 교체는 어떤 음운이 형태소의 끝에서 다른 음운으로 바뀌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다. 우리말은 음절의 끝소리, 즉 받침소리로 7가지만 쓴다. ‘낯[낟]’, ‘부엌[부억]’, ‘잎[입]’ 등을 발음할 때 적용되는 것처럼, 모든 받침의 음운이 이 일곱 가지(ㄱ,ㄴ,ㄷ,ㄹ,ㅁ,ㅂ,ㅇ) 대표소리로 바뀌게 된다.

동화는 한쪽의 음운이 다른 쪽 음운의 성질을 닮아 가는 현상이다. 음운의 동화 가운데 자음 동화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데, 비음화, 유음화, 구개음화를 들 수 있다. 비음화는 ‘국물[궁물]’, ‘닫는[단는]’, ‘밥물[밤물]’처럼, 비음 아닌 소리 ‘ㄱ,ㄷ,ㅂ’ 이 비음 ‘ㄴ,ㅁ,ㅇ’과 만나서 ‘ㅇ,ㄴ,ㅁ’으로 닮는 것이다. 유음화는 ‘신라[실라]’, ‘칼날[칼랄]’로 ‘ㄹ’과 ‘ㄴ’이 만나 자음 ‘ㄴ’이 ‘ㄹ’로 변한다. 유음이 아닌 ‘ㄴ’이 유음 ‘ㄹ’을 만나 유음 ‘ㄹ’로 닮아졌으니 유음화라고 한다.

이렇게 바뀌는 이유는 ‘ㄹ’이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ㄹ’은 ‘ㄴ’을 만나면 자신과 닮도록 만들어 주는 성향이 있다. 지금까지는 자음끼리, 모음끼리만 만나서 동화가 일어났는데,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동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구개음화이다. 이는 ‘해돋이[해도지]’, ‘피붙이[피부치]’와 같이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의 결합에서만 발생한다. 구개음화는 발음을 편하게 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ㄷ, ㅌ’은 혀끝소리이다. 그러니까 혀의 끝과 윗잇몸과 만나면서 나는 소리이다. 그래서 입의 비교적 앞부분에서 나는 소리이다. 그런데 ‘ㅣ’는 비록 전설모음이지만, ‘ㄷ,ㅌ’에 비하면 상당히 뒷부분에서 소리가 난다. 그러다보니 두 결합은 발음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혀끝소리(ㄷ,ㄸ,ㅌ) 조금 뒤쪽에 있는 경구개(입천장의 딱딱한 부분)에서 나는 소리 ‘ㅈ,ㅊ’으로 바꾸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발음하면 혀의 긴장이 완화된다.

축약은 두 음운이 합쳐져서 하나의 음운으로 줄어 소리 나는 현상이다. 축약에는 자음과 자음이 만나는 자음 축약, 모음과 모음이 만나는 모음 축약이 있다. 자음 축약은 ‘ㅎ’ 때문에 생긴다. ‘ㅎ’이 다른 자음 ‘ㄱ,ㄷ,ㅂ,ㅅ’을 만나면 ‘ㅋ,ㅌ,ㅍ,ㅊ’으로 축약된다. ‘낳다[나타]’, ‘닫히다[다치다]’를 발음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모음 축약은 모음과 모음이 만나 하나로 줄어든다. ‘오+아서’가 ‘와서’, ‘두+었다’가 ‘뒀다’, ‘뜨+이다’가 ‘띄다’, ‘쓰+이어’가 ‘씌어, 쓰여’로 변한다.

탈락은 음운이 만나면서 한 음운이 아예 사라져 소리 나지 않는 현상이다. 용언이 활용할 때 또는 낱말과 낱말이 합쳐질 때에 이러한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이때는 축약과 달리, 두 음운 중 하나의 음운만 남는다. 탈락 현상에는 ‘바느질(바늘+질)’과 같은 자음 탈락과 ‘기뻐(←기쁘다)’와 같은 모음 탈락이 있다.

첨가는 형태소 경계에서 두 음운이 만날 때 그 사이에 새로운 음운이 추가되는 현상이다. ‘콧날’에서 나타나는 ‘ㄴ’의 첨가가 대표적인 예이다.

된소리되기와 모음조화도 우리말의 중요한 음운 규칙이다. 된소리되기는 ‘등불[등뿔], 말소리[말쏘리], 옷장[옷짱], 먹고[먹꼬]’와 같이 예사소리와 예사소리가 만나는 경우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사잇소리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된소리를 된소리되기의 예로 보기도 한다. 이는 ‘냇가’, ‘깃발’과 같이 합성어를 이루는 구성 요소 사이에서 나타난다.

모음조화는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ㅏ’, ‘ㅗ’ 따위의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ㅓ’, ‘ㅜ’, ‘ㅡ’, ‘ㅣ’ 따위의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중세엔 비교적 잘 지켜졌으나, 현대엔 많이 깨진 상태이다. 현대까지 남아 있는 예로는 의성어나 의태어에 많이 남아있다.

한글맞춤법과 함께 표준 발음법도 규칙성이 있다. 따라서 표준어에 적용되는 음운의 변동을 이해하고, 표기의 반영 여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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