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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의 본질을 외면해서는 희망이 없다.

“죽음의 입시경쟁 교육을 중단해주세요” 다니던 고교를 자퇴하고, 광화문에서 열흘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최훈민(18)군의 1인 시위 목적은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21세기 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의 시장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회에서 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까지 경쟁의 논리를 적용해 급한 국민성을 더욱더 부채질하는 계기가 됐다. 즉, 우리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학벌주의 풍토 위에 대한민국 모든 학생을 입시위주의 한줄 세우기식 교육으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더욱조바심 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교육으로 발생한 문제점들을 짚어보자. 첫째, 학생의 잠재력과는 무관한 성적위주의 한줄 세우기식 교육으로 친구가 적인 교실이 됐다. 둘째, 모든 학교에서 실행되고 있는 일제고사와 성적 산출로 암기위주의 흥미 없는 반복 수업이 계속됐다. 셋째, 학생들은 교육내용의 어려움 뿐 아니라 현실과 괴리감이 많은 지식교육에 흥미를 잃고 불만을 축적하게 돼 결국 학교 폭력으로 분출해내고 있다.

지식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진 오늘날 암기식 지식교육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우리교육도 교육과정 개정과 학교자율화를 표명하고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멀게만 느껴진다. 그 이유로 현장의 교수 방법 개선의 발목을 잡는 일제고사와 교원평가가 있다. 학생들의 성적을 통한 교사의 한 줄 세우기식 평가는 교수 방법을 개선시킬 수 없고, 19세기 교육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모든 교사는 학생의 흥미와는 상관 없이 암기식 교육이 성적 향상을 꾀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학교에 자율화를 선언함과 동시에 책무성을 강조했다. 또한 책무성을 묻기 위해 일제고사 후 성적을 산출하고 있다. 자율화와 책무성이 비행기의 양 날개처럼 양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일제고사를 치른 후에 학교별 학급별 표집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학생들의 성적 결과에 따른 학교별 성과급 차등 지급 등은 우리의 교육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넷 세대인 학생들에게 우리는 문제해결능력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식을 습득해 가공, 분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력을 길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낡은 교육방법을 답습할 수밖에 없는 교육정책으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흥미를 잃고, 분노를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표출하면서 학교를 떠나가고 있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가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임을 외면한 채 체육수업 늘리기, 게임시간 셧 다운제 등으로 임시 처방하는 데 급급해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학생들에게 미래의 생활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와 교육자들은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교육의 큰 틀이 변화되었다고 해서 교육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마인드 변화가 우선 돼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성적으로 교사를 한 줄 세우기 한다면 교사의 마인드가 변화될 수 없다. 교수 방법의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은 교육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교육에 시장경제나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교육과 정치적 논리가 교육의 본질을 퇴색하게 한 지 오래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지덕체의 조화를 교육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기초 체력과 도덕성 교육을 토대로 한 지식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한 쪽만을 강조한다면 균형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교육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으려면 한 줄 세우기식 성적산출은 그만두어야 한다. 지덕체가 조화로운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다면, 학교 폭력도 학교를 떠나는 학생도 줄어들고 이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양성도 더불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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