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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생여비지급 및 정산에 대해 질의한다

필자는 원로교사(만 55세 이상)이지만, 특성화고에서 문예지도를 하고 있다. 4월 7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모두 8차례 학생들을 인솔, 이런저런 백일장에 참가했다. 평일 참가는 딱 한 번 있었다. 한편으론 문인의 한 사람이기도 해 그런 일들을 아직까지는 의욕이 넘쳐나게 하고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런 일들을 아예 그만 둬버릴까 하는 유혹이 불쑥 치밀곤 한다. 소위 ‘임시전도’ 때문이다. 임시전도란 학생들의 백일장 참가 경비를 교사에게 임시로 지급해주고, 사후 영수증 첨부하여 정산하는 행정절차를 말한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학교 예산을 쓰는데 한 치의 빈틈이나 소홀함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쓴 돈에 대한 영수증 첨부 등도 당연한 일이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의연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깔려 있어 문제다.
 
그런 임시전도말고 여비정산 방법이 있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그리 하지 않고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10여 년 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그리 했는데, 학생들에게 여비 지급후 도장을 받아 처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것은 필자가 20년 넘은 문예지도 교사로서 볼 때 제대로 된 방식이다.
 
필자는 일개 교사라 임시전도가 회계법상 적법한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런 행정편의주의가 교사의 잡무가중은 물론 의욕을 꺾어 결국 학생들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백일장 등 이런저런 대회참가 학생들에 대한 지도의욕을 잃고 아예 손을 뗀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제작년부터인가, 행정편의주의는 극에 달한 느낌이다. 어찌된 일인지 임시전도의 학생여비가 교사 계좌로 입금되고 있어서다. 이는 교사더러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하여 학생들에게 백 원 단위까지 일일이 나눠주라는 말이다. 
 
학교회계의 투명성 어쩌고 하는데, 도대체 그 동안 얼마나 해먹었길래 기만 원의 학생 백일장 여비까지 계좌입금인지, 또 교사를 행정실 하수인쯤으로 취급하니 분통터질 노릇이다. 그러면서 교사 업무 경감 운운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백일장 등 문예지도 일들을 그만 때려칠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며칠 전 행정실 직원이 말해왔다. 이미 다녀온 백일장의 학생들 버스표를 첨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직원은 ‘감사사례’에서 지적된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요즘 소수 학생이 참가하는 백일장 등 학생 교외활동은 교사의 자가용으로 이동한다. 그러니까 교사와 학생이 함께 버스로 백일장에 참가하던 1980년대식 정산을 하라는 얘기인 것이다. 정녕 그런 실정을 몰라 감사에서 그따위 지적을 한 것이란 말인가?
 
그 지적대로라면 학생은 버스로, 교사는 제 차로 각각 가라는 말이 된다. 그럴 경우 불편이나 시간낭비는 고사하고 무엇보다도 특성화고에선 백일장에 선뜻 참가할 학생이 없다. 학생들이 그렇게 고생하며 가야 하는 백일장이라면 아예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특성화고 현실이다.
 
그래도 감사사례 지적대로 해야 한다면 행정실에서 학생들을 상대해 여비도 주고 버스표도 가져오게 해야 맞다. 교사들이 행정실 하수인도 아니고, 임시전도의 입금계좌에 실제 이용하지도 않는 버스표 첨부까지 하라니, 결코 교사들이 할 일은 아니지 싶다. 
 
학교운영위원회의에 학생 대표까지 참여시킨다는 세상이다. 왜 학생들이 본인의 학교외 교육활동 경비를 직접 수령할 수 없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교육당국은 교사를 한없이 초라하고 번거롭게 만드는 현행 임시전도 학생여비 지급과 1980년대식 정산방식을 하루속히 개선하기 바란다. 
 
나아가 교육당국은 교사들이 학생지도에만 전념하고, 그런 일에 선생님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내 수업이나 하면 그런 꼴 안보겠지만, 나말고 전국의 초·중·고 교사 누구든 겪고 당해야 할 일이기에 이렇듯 애써 공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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