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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폭력조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영역(2012년 3월 1일 이후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부터 적용)

학적사항 특기사항 
∙ 8호(전학)
출결상황 특기사항
∙ 4호(사회봉사)
∙ 5호(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 6호(출석정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 1호(서면사과)
∙ 2호(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 3호(학교에서의 봉사)
∙ 7호(학급교체)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던 학교폭력의 잔상들이 지난해에 들어서 언론을 통해 집중조명을 받음에 따라 학부모들을 비롯한 일반인은 ‘학교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교사들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새학기가 들어서면서부터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는 학교가 늘어남에 따라 대다수 학교 ‘학생생활인권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부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가해학생에게 내린 조치사항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승복하지 못하고 재심을 요구하는 사례가 지난해에 비해 부쩍 늘어난 결과이다.

학교 현장은 학교폭력으로 처벌한 상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는 법에 대해 학생생활인권부장과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의 담임교사들이 학생의 장래를 걱정하는 우려하는 부류의 목소리와 학교폭력은 이제 교육적인 지도만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이다. 즉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해야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입장과 학교폭력은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제17조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별됨을 알 수 있었다.

마침 인근 학교에 갔을 때,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는지 학생생활인권부장과 가해자와 피해자 학부모,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위원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모습을 외부에서나마 지켜볼 수 있었다. 피해자나 가행자 모두 일방적으로 자기 자식 입장에서만 의견을 개진하니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다고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생활인권부장이 전했다. 요새는 학교폭력조치사항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다보니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결정사항을 승복하지 못하고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늘어나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기능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학교는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성향을 보이는 일명 ‘몬스터 패런츠(Monster Parents)’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님들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학교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학교 행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학생들과 래포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을 교사들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지 지금과 같은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은 어쩌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

과거 문제 학생에 대한 온정주의가 오늘의 학교폭력을 더 키운 점이 있다. 학교 현장교사들이 학교 폭력은 물론이고 교사들에게 불손한 행동을 한 학생들도 대학입시를 앞둔 시점에 가서는 그 학생의 대입추천서에 온갖 미사려구를 동원해 칭찬 일변도로 일관하는 것은 그 학생을 대학에 입학시킨 공로는 인정받을 수 있지는 모르지만 인격적으로 그 학생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것일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점이 후배학생들에게도 학습이 되어 중고등학생들은 학교 교칙을 가벼이 여기게 되고 학부모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대입추천서는 당연히 그렇게 작성해야 한다고 믿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추천서를 대학 당국에 내밀면서 합격되기를 바라는 것은 교사가 입으로는 학생들 앞에서 착한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해 놓고 뒤로는 추악한 입시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배운 학생은 사회에 나아가서도 그대로 이어지게 되어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편법을 먼저 생각하고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힘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처럼 개방사회 다문화 사회 다민족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무관용주의를 고수해야 한다.

이처럼 문제 학생에 대한 온정주의가 문제학생을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생산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더 문제 학생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학생생활인권부장은 학교 폭력은 학교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의 학교 폭력을 자행한 학생은 어떤 형태의 강력한 처벌을 해도 변화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그런 아이들은 자기가 한 행동이 어떤 것인지도 모를 뿐 아니라 더 심한 아이들은 부끄러움도 없다고 했다. 즉 이런 아이들은 미성년자(未成年者)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교사가 교내에서 지속적으로 지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편류이론을 예로 들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제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즉, Matza와 Sykes가 주장하는 편류이론(偏流理論)(1964)에 의하면 청소년 비행이란 일시적인 하나의 편류현상과 같은 것으로 본다.

청소년들은 때때로 정상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지만 이런 행위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 언젠가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학교폭력을 자행하고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오히려 자기 행동을 합리화시키려 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부각되지만 이것 역시 그 또래 중고등학교 성장발달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이러한 학생이 어느 시기에 잠시 옆길로 빠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기다리고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학생이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기다리고 있기에는 요즈음 벌어지는 학교폭력상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무관심이 지난 해 대구와 광주에서 볼 수 있었듯이 한 생명이 꽃도 피기 전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의 어느 고등학교 담임교사는 학교폭력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학교폭력은 하면 안된다.’는 교육적 메시지는 분명히 있다고 말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평소에 착한 학생도 장난으로 출발한 것이 큰 싸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접시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는 말처럼 급소 한 방으로 장파열과 같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데, 그 학생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로부터 받은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거기에 더 나아가 피해자의 요구에 의해 소년원까지 간다면 이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 학교폭력을 유발한 고3 학생이 권고전학 처분을 받은 후 졸업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퇴하겠다고 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 앞에서 교사의 수치심을 유발하게 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교사들은 그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보다는 그냥 덮어버린다고 한다.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그 심정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어느 학년부장선생님은 마녀사냥식으로 한 명으로 몰아가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것을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는 강제적인 조항을 넣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교육적인 입장에서 그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다른 일반교사는 ‘학교폭력은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 조성차원에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부각시킨 결과 요즈음 학생지도가 작년에 비해 훨씬 수월해진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학교폭력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때는 교육적으로 지도해도 불가능할 경우, 정말 최악의 상황일 때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여러 현장선생님들의 의견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교사나 학부모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는 자기 자식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하면 그 이전에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나아가는 형태는 바뀌어야 한다. 교사 앞에서 자식이 학교폭력에 연루되어 처벌 받을 순간이 되면 안면몰수하고 일방적으로 자식편에서만 의견을 개진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선후를 따져서 자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미래의 참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모면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자식의 입장에서 두둔하다가는 사회에 나아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언론에 알려졌던 기사처럼 교사를 교실바닥에 무릎을 꿇리게 하는 것은 순간의 화는 풀릴지 모르지만 그 교사에게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자식에게 합리적인 해결책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힘의 논리, 떼를 쓰면 통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학습시켜 우리 사회를 더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교사가 제자를 사랑한다는 점에 대해서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일정한 원칙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한 명의 제자를 대학에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올바른 제자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학생들에게 남을 이기는 공부가 아닌 남과 함께 하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 비인격적인 행동을 한 학생을 지적하면 ‘저 다음 번 시험에 몇 등 올리겠습니다.’라고 어이없는 말을 학생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성적중심의 입시위주 교육으로 핵심가치인‘인성’교육 소홀한 점을 반성하고 학생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어 학생들의 관심을 다른 곳을 돌려야 한다. 학생들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 능력 함양을 위한 실천․체험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한다.

교사는 사회의 목소리에 편승해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발상에서 벗어나 교사로서 교육적인 입장에서 교육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교육공동체가 한마음이 되어 무엇이 미래를 밝혀줄 인재인지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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