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WACS 아시아포럼 및 대전 국제 요리축전이 9월 2일부터 5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WACS(World Association of Chefs Societies)는 ‘세계 조리사회’를 일컫는 말. 이번 대회는 2012년 5월 대전에서 열리는 제35차 WACS 총회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손맛의 과학이 주는 즐거움’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WACS의 아시아 16개 회원국에서 300여 명의 조리사가 참가하며 특히 부대행사가 볼 만하다. 그중 하나가 블랙박스 요리경연대회. 검은 상자 안의 음식재료를 동시에 개봉한 뒤 정해진 시간 안에 창의적이면서도 대중적이고 식감 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경기다.
【 이상 2010년 8월 25일 동아일보 기사발췌 】
블랙박스 요리경연에 대한 신문기사다. 왜 블랙박스였을까? 심사자는 블랙박스를 통해 요리하는 이의 미리 각본에 짜여지지 않은 새로운 요리의 창의성을 확인하고 싶었을 테고 대회 참가자들은 블랙박스이기에 자신이 이미 가장 잘할 수 있는 레시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레서피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며 대회를 준비했을 것이다. 새로운 요리에 대한 참가자들의 식지 않는 고민과 열정을 그 심사자들은 블랙박스 요리 경연대회를 통해 확인하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입에서 먹어 없어지거나 부패해 버리는 생명력 짧은 요리대회에도 이렇게 깊은 철학이 담겨있음에 큰 자극을 받으며 교육자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 블랙박스 요리 경연대회에 깃든 철학을 통해 우리 도의 수업연구 대회의 면모를 재점검해보고자 한다.
나라의 살 길이라면 바로 교사의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공교육 개선의 최우선 해결과제다. 교사의 많은 역할 중 무엇보다 교사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사의 가르치는 수업기능 향상이 최우선 되어야한다.
20년의 교직 경력동안 적지 않은 공개수업을 참관했다. 각종 연구학교 수업 발표 및 동료 교사들의 공개수업을 참관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이는 다름 아닌 공개수업의 공공연한 규칙 아닌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공개되는 수업 과목은 국어, 사회이며 다음으로 영어, 과학, 수학 순이다. 그리고 단위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활동으로는 국어과의 경우 말하기 듣기 과목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거의 대부분이며 읽기수업 공개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는데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읽기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며 특히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제대로 된 읽기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평생 독서 습관을 바로 잡아갈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 습관은 미래 인재의 필수 요소인 창의력의 원천임을 이미 이 시대의 많은 창의적 지식인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읽기의 중요성만큼 좋은 읽기수업의 모범이 되는 수업참관의 경험이 우리 교사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과의 경우 조사 발표수업, 영어과의 경우 역할극 스토리텔링 그리고 게임들이 수업의 대부분의 활동을 차지한다. 이렇게 공개수업의 내용을 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교사들에게 공개하기 쉬운 수업과 공개하기 힘든 수업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영어과의 경우 1차시는 그 단원에서 배우게 될 주요표현을 처음 안내하는 단계로서 아동들에게 어떤 상황 속에서 표현을 이끌어 내는가가 교사의 가장 큰 역량이 발휘되는 단계이다. 하지만 공개 수업에서 지금까지 일 차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를 보지 못했다. (물론 필자의 경험이 교육계의 모든 형상을 대변한다고 볼 수 는 없겠지만 말이다. ) 일 차시 대신에 이미 모든 표현을 배우고 공부한 뒤에 할 수 있는 활동 즉 게임 및 역할극 등의 활동이 주가 되는 공개 수업만을 볼 수 있었다.
사회과 학습 모형에서도 문제해결 학습모형, 탐구학습 모형, 의사결정학습 모형, 개념학습 모형, 범례학습모형이 있으며 학습자로 하여금 다양한 자료를 통하여 일반화 지식을 도출하게 하거나, 학습자가 이미 생성된 지식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수업도 우리가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모든 사회 수업이 자료 조사와 발표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업의 경향은 일반 연구학교 및 장학지도 대표수업 뿐 아니라 수업연구대회의 수업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교사들은 국어에서 읽기도 가르쳐야하고 영어에서 대화글의 도입부분도 가르쳐야하고 사회과 및 과학과의 지식개념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교사에게 배움의 기회가 되는 모델 수업 연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어느 영역에도 치우지지 않은 전 영역의 우수한 수업을 맛보고 경험하는 것이 우리 교사들이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목적에서 수업연구대회 및 각종 공개수업의 목적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수업 스타들의 수업안을 분석해보면 교사는 간단한 안내만 제시하고 아동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진행되는 수업들이 많다. 아동위주의 수업 물론 중요하다. 수업은 교사와 아동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다. 물론 좋은 아동의 활동을 설계하는 것도 교사의 우수한 능력이다.
하지만 우리 교사들은 동료 및 선배 후배 교사들의 수업 참관을 통해 활발한 아동 활동과 함께 아동의 지적수준에 맞게 지식의 구조 및 개념을 설명하고 지도하는 아동들의 지력을 자극하는 많은 질문들을 던지는 교사의 수업도 보고 배워야 것도 필요하다.
수업연구대회의 목적이 무엇인가? 좋은 수업을 발굴해서 이를 더 많은 교사들에게 일반화시켜 좋은 수업이 교실 곳곳에서 정착시키기 위함 아닌가? 하지만 현재 수업 연구대회의 수업조차도 누군가에게 공개하기 쉬운 과목과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교사가 정말 참관하고 배워 나가야할 수업이 공백으로 존재한단 이야기다.
세기의 스승으로 기억되는 소크라테스는 단 한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그의 가르침을 기록으로 남긴 것을 통해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안다. 소크라테스는 단지 대화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자극하고 마음을 자극하여 세기의 스승으로 기록된 것이다. 대화법의 수업에서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가장 좋은 자료이고 자원이었다. 그리고 그를 우리는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를 최고의 스승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공개수업에서는 소크라테스처럼 아동들의 지력을 자극하는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는 교사보다는 아동위주의 다양한 수업 활동을 잘 설계한 훌륭한 수업 설계자로서의 교사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아동 활동 이전에 교과의 중요한 핵심 개념이나 원리를 익히는 활동의 수업이 어쩌면 더 어렵고 체득하기 어려운 수업의 중핵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핵을 찾아가는 수업은 우리가 거의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요즘 공개수업의 현실이며 수업 연구대회의 수업 스타들의 수업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확연히 드러났음을 위의 분석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교사들이 수업연구대회 수업스타의 수업에 집중하고 그 수업을 롤 모델로 삼아 노력하는 현실 속에서 수업 연구대회 일등급 수업스타들의 수업은 일반 교사들에게 시금석과도 같은것이다.
이에 본인은 한 분야의 우수한 교수 학습능력을 가진 현재의 교사들이 아닌 전천후 능력을 가진 우수 교사들을 길러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 연구대회를 제안해 본다.
Ⅲ. 구체적 창안내용
진 행 방 식 1. 교사 본인이 수업 교과, 단원, 차시를 정해 수업 연구대회에 참여하는 지금과 달리 지역교육청 예선에서 학년별 교과별로만 수업 연구대회 참가 신청을 받는다. 2. 일차 군 교육 지원청 예선에서도 이미 교사들이 신청한 교과에 따라서 학년별로 같은 단원 같은 차시의 수업주제를 제시한다. 3. 이 때 교육청에서는 해를 달리하여 교육과정에서 다루어야 할 다양한 내용들이 수업내용으로 고루 선정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계획을 세워 수업내용을 선정하여 제시하도록 한다. 4. 교사들은 각기 정해진 대회 규정에 맞게 수업을 계획해서 발표한다. 5. 이차 도교육청 심사에서도 도교육청 자체에서 지역 예선 심사대회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제외한 단원, 차시를 설정하여 수업 연구대회 참가 교사들에게 제시한다.
❁ 같은 단원 같은 차시의 내용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심사할 때의 장점은 많다. 분명 그 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수 방법은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내용으로 진행되는 수업심사를 하다보면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수업기술이 탁월한 수업스타를 변별해 내기 용이할 것이다.
Ⅳ. 기대효과 현재처럼 수업 연구대회에 참가하는 교사가 교과와 수업단원과 차시를 결정하는 대신 교육청에서 수업단원과 차시를 선정하고 제시하는 수업연구대회를 진행한다면 수업 연구대회를 준비하는 교사는 어떠한 수업주제가 제시될지 모르는 수업 연구 대회를 위해 평소 내가 자신있게 진행할 수 있는 수업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수업 기술을 익히기 위해 모든 교사가 현재보다 불철주야 노력할 것이다. 바로 그런 교사들의 전천후 베스트를 향한 노력 속에서 우리 공교육의 발전은 저절로 달성되어질 것이다.
Ⅴ. 맺음말 최근 교사들에겐 연구수업 참관. 공개수업 참관이 큰 관심이 대상이 되지 못한다. 거의 모든 공개 수업의 흐름이 비슷비슷하기에 일정 경력이상의 교사라면 공개수업을 통해 별로 새로 배울게 없다는 것이 이미 형성된 공통된 인식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수업연구 일등급을 한 교사의 영어수업을 9번 보았는데 그 수업의 흐름이 모두 같았다는 것이다. 9번의 학습 주제는 분명 모두 달랐을 터인데 수업의 흐름은 모두 비슷한 수업, ‘과연 이것이 올바른 수업의 흐름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국어과에서 다루어야할 내용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국어지식, 문학이다. 우리 교사들은 이 모든 영역을 효과적으로 잘 가르칠 수 있는 수업기술을 골고루 익혀야한다. 하지만 수업연구대회의 국어 수업도 모두 말하기 듣기 수업 일색이었다. 그래서 어느 교육대학 교수가 남긴 이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국어 수업에 국어가 없다.’ 국어 수업에서 다루어야할 단어의 의미, 문맥의 의미, 글의 전체 대의 파악하기, 그리고 그 글을 통해 우리가 새롭게 얻어가야 할 메시지를 생각하게하고 가르치는 수업대신에 그저 아이들이 활동만이 주를 이루는 수업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수업연구 대회와 수업스타들의 위력은 대단히 크다. 지금도 많은 교사들이 그 수업연구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그 대회를 위한 수업을 연구하고 준비하며 수업연구 대회의 수업 스타일이 교사들이 따라야할 모범 본보기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교사들의 관심이 되는 만큼 수업연구대회의 대회의 흐름과 규정은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교육 상위기관에서는 더 다양한 수업이 보급 전파 될 수 있도록 이를 지도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훌륭한 수업내용을 설계하는 설계자 이어야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의 그물과 인식을 넓혀가는 질문들을 수없이 던지며 그들의 생각의 영역을 넓혀가는 전문적인 질문가도 되어야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르쳐야할 것은 지식의 개념도 있고 지식의 활용도 있고 지식을 수집하고 발표하는 것도 있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이 갖추고 있어야할 수업 기술은 어느 한 분야의 한정된 기능이어서는 아니 된다. 바로 그것이 공교육이 떳떳해질 길이다.
교사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교사의 역할뿐 아니라 교사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의 수업기술을 부단히 익혀 블랙박스 안에 어떤 수업주제가 들어있더라도 맛있게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전천후 교수 능력을 우리 교사들은 반드시 길러 나가야하며 바로 블랙박스 수업경연대회가 그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는다.
최근 유용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그 기능에 놀라고, 그 놀라운 기능이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잠들었을 그 시간에 깨어있었던 그들에게 놀란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범세계적 초 경쟁이 초래한 패러다임과 생산양식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는 기업은 순식간에 쇠퇴해버리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불확실한 틈새시장에 남보다 먼저 진입하고 스피디한 조직 학습을 통해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서 얻게 되는 시장 경쟁력, 창업자의 리더십과 경험, 패러다임과 생산양식 전환을 주도하는 혁신과 이에 수반되는 위험과 도전을 감수 할 신속하고도 단호한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창조적 파괴력이 생명력 없는 물품을 거래하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그렇다면 살아 숨 쉬는 생명 그 자체를 길러내는 우리 교육계의 패러다임은 그리고 생존 전략은, 변화가 필요한 곳에서라면 그들보다 더 빠르고 더 단호한 창조적 파괴력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닐까? 미래인재를 기르는 교육계의 교사를 위한 수업연구대회 규정도 이제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달라져야한다. 그것이 바로 공교육의 생존 전략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