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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교직, 늘 성장하는 기쁨이 있다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은 누구나 한번쯤 한다. 나 역시도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삶이 힘들 때, 혹은 나태하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유명한 철학자들도 평생을 받쳐서 생각했지만 끝내 답을 찾지 못한다. 나란 위인도 질문은 많이 했지만 답은 못 찾았다. 오히려 이 질문은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꼬리를 무는 질문이 만들어져 더욱 혼란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명쾌한 정답이 있다. 그것은 좀 잘 살아보기 위한 것이다.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스스로 삶에 적응하기 위한 주문이다. 그리고 안일하고 나태할 때 내 자신을 채근하여 충실한 미래를 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까. 아무튼 내가 이 질문에 빠질 때는 삶에 의미가 있고, 내 안에 파동을 일으키는 성장의 힘을 얻는다.
삶에서 근원적 질문을 던지듯 나는 교사로서, 직업인으로서 가르치는 것에 질문을 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좋은 교사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교직 생활을 해야 하는가?’ 등이다.

그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 교직을 시작하고 무려 10년만이었다. 처음 교직에 발을 딛고 정신없이 달려갔다. 신설 학교 발령을 받았을 때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를 했다. 신설학교에 선생님들이 모두 새내기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학생들도 몹시 불안해했다. 우리들은 출발도 하기 전에 죄인처럼 위축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온힘을 쏟았다. 보충수업, 방송수업, 그리고 야간 특강을 하면서 오직 가르치기만 했다. 그런 덕인지 아이들은 쭉쭉 커 갔다. 적중률 높은(?) 수업 덕에 학력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법대도 가고 의대도 가고 모두가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외로웠다. 내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이들을 성장시켰다는 보람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때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라는 노래는 충격을 주었다. 내가 그동안 아이들에게 쏟았던 교육 방법을 그대로 비판하고 있었다. 지금 나를 지배하는 교육적 행위가 진리가 아니라는 느낌도 왔다. 학생들은 건강했고, 미래 삶에 대한 열정도 뜨거웠다. 나는 그래서 강하게 지도를 했다. 충분히 아이들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그쳤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방법이 서툴렀지만, 당시는 그것이 사랑이었다.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뿐만 아니라,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은 계속 되었다. 학교와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은 교육 당국이 손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단순히 바꿔주길 바라고 있는 것도 교사로서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비판은 곧 학교 구성원인 우리 스스로 변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도 그 비판이 암시하고 있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아니 나도 어느덧 변하고 있었다. 좋은 교사의 모습을 생각하고,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먼저 좋은 교사를 그려보기 시작했다. 좋은 교사의 첫째 조건은 전공 교과목에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교사는 사랑, 희생, 봉사 등과 같은 추상적인 덕목을 갖추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구체적인 지식만은 확신에 차 있어야 한다.

내가 교직 10년차에 책을 출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술은 전공 교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이었다. 교사로서 내 저서로 학생을 가르치고 싶은 것은 오랜 꿈이었다.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여행’이라는 시 해설서를 출간했다. 수업 시간에 자습서를 버리고 내 책으로 당당하게 섰다. 시를 가르칠 때도 남의 이야기를 옮기는 것이었다. 그중에 나는 저술을 택했다. 이제 내가 쓴 책으로 내 목소리로 가르칠 수 있었다.

교직 10년 만에 낸 책이었다. 책을 출판했다는 성취감도 나를 기쁘게 했지만, 책을 쓰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나를 뜨겁게 했다.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했다. 시를 보는 눈도 키웠다. 이 책은 나를 흔들었다. 내 인생에서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내 꿈을 실현한 결과물이었다.

아울러 늘 마음속에 문인의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이때 이루었다. 등단과 함께 첫 수필집을 냈다. 책 출판은 국어교사로서 전공 교과목에 대한 열정의 결과물이었다. 국어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내 자신의 과목에 대한 확신으로 내가 하는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교사로서 교과목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있다면,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게 되고, 학생을 지도할 때 비로소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된다.

훌륭한 교사의 길에는 배우는 것을 즐기는 것도 있다. 교사나 학생이나 인간은 배우고 노력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이다.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고, 배우는 것이 곧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배워야 했다. 따라서 내게 글쓰기는 배움의 길이다. 글쓰기를 통해 가르침의 기쁨과 배움의 희열을 함께 느낀다.

독서는 정보를 얻고, 인격적으로 풍요로움을 준다. 나는 생활의 중심을 독서와 글쓰기에 뒀다. 책 읽기는 바쁜 인생에서 여유를 찾는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교양의 폭을 넓혀준다. 책을 통해 세상을 지혜롭게 더듬어 나간다. 나는 책 속에서 깨닫고, 책으로 인해 나아진다. 지금 내 모습의 8할은 오로지 책의 힘이다. 그리고 독서가 글쓰기를 완성했다. 2002년 한국문예진흥원의 창작 기금을 받고 두 번째 수필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2007년 경기문화재단의 창작 기금으로 세 번째 수필집을 냈다. 국어교사로서 우리말에 대한 성찰을 하고 바른말을 쓰는 운동을 꾸준히 했다. 그 결과 ‘바른말을 찾아서’와 ‘고교생이 알아야 할 우리말’이라는 교양서도 출간했다. 이 모두가 독서와 열정에서 나온 결과다. 세상에 나가기 위해 헤매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교사가 수업을 통하여 가르치는 것이 지식이지만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지식 그 자체만이 아닐 것이다. 좋은 교사의 품성과 열정이 학생들에게 전달될 때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하고 존경한다.

정보 사회에서 모든 분야가 변하듯 학교 조직에도 변화가 온다. 과거에는 거대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유기적인 구성원의 역할만 했다. 지금은 조직 내에서 네트워크 형식의 자기 조직으로 가고 있다. 역동적으로 유연한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각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조직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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