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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는 왜 수석교사가 되었나

교직경력 20년이다. 가르치는 일이 좋았고 공부하는 것이 좋았고 공부한 것을 가르치는 일이 더 없이 큰 즐거움이었던 나에게 교감 교장으로서의 승진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는 그 즐거움 속에서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지낸 이십년이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승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난 능력이 없어서 승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승진은 내 꿈의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음을 나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연구대회에도 참가하여 연구 실적점도 받아두고 대학원 공부도 열심히 하며 내 인생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그저 아이들 가르치는 즐거움에만 빠져 살던 나에게 수석이란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수석이 수행해야 할 주 업무가 내가 가장 즐겁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이기게 망설임 없이 수석에 지원하여 2010년 수석교사 시범기간 3년차부터 수석교사로 활동했다. 승진하지 않을 거라고 태만하지 않으며 그래도 열심히 나를 닦으며 공부하고 나 나름대로의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수석에 지원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러한 나의 교육적 노력과 경험으로 수석교사에 선발되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수석교사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

2010년 그리고 2011년 2년간의 수석교사의 시범운영기간 동안 수석교사가 학교에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과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수석활동에 대한 나의 신념과 용기가 부족했기에 수석으로서 무력감을 느끼긴 했지만 2011년 컨설팅 장학의 시작으로 후배 선생님들을 컨설팅하면서 느꼈던 보람 그리고 그 보람을 통해 생겨난 나의 긍정적 자아에 자신감을 갖게 되어 2012년 수석교사 법제 원년에 다시 수석교사에 지원하여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의 수석교사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은 요원하기만하다.

2012년 9월 24일 한국교육신문에 수석교사의 직위와 수당을 교장과 동등하게 우대하고자 하는 내용의 법안 발언에 대한 의견수렴과정에서 교육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를 보니 더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왜 수석이 되었나? 자문해 본다. 공부를 즐기고 배움을 즐기고 내가 공부한 많은 것들을 선배교사와 동료와 후배 교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수석에게 더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육현실은 왜 이리 그리고 무엇이 이리도 복잡한가? 학교 관리자분들은 관리자대로 그리고 수석교사들은 수석교사들대로 그리고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서로의 입장이란 것 때문에 수석이라는 제도가 그 본연의 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왜 이리 서로 다르고 엉클어져야만 하는가?

권위를 바란 것도 지위를 바란 것도 명예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후배들에게 내가 가진 교육적 신념과 내가 실천하면서 알게 된 교육 노하우를 전하고 내가 공부하고 깨우친 것들을 마음껏 나누고 전할 수 있길 바랄뿐이었다. 교장 교감이라는 승진의 길을 걷는 사람도 모두 저마다의 교육의 이상과 꿈을 가지고 그 길을 걷고 계실 것이다. 수석도 마찬가지다. 아니 이 세상 모든 사람들 저마다 각자가 그리는 꿈을 가지고 그 꿈의 열매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 꿈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꿈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이 나만을 위한 꿈이냐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꿈이냐가 꿈의 품격을 결정할 것이다. 비단 직장생활을 넘어서 삶이란 것 자체가 우리 모두 누군가가 가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도와주는 마음들로 가득하다면 얼마나 더 삶이 향기로울까 생각한다. 엄마는 아들이 가진 꿈을 아들은 엄마가 가진 꿈을 아내는 남편이 가진 꿈을 남편은 아내가 가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살피고 배려하고 도와주는 삶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한다. 수석의 직위와 권한을 교감 급 혹은 교장 급으로 정할 것인가를 논하기 전에 수석이 과연 학교에서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 가 논하기 전에 교장의 꿈을 이루기위한 동반자로서의 수석교사, 그리고 교감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수석교사, 동료직원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수석교사, 그리고 수석교사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한 관리자들의 배려가 어우러지는 학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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