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까이 지내는 교장들과 수리산을 올랐다. 4명이 안양역에서 만나 시내버스를 타고 병목안에서 내려 태을봉을 거쳐 산본역에서 헤어졌다. 점심과 간식은 각자 준비하여 산에서 해결하였는데 간식으로 떡, 과일, 빵 등을 먹었다. 두 명의 교장 사모님이 정성껏 밥과 반찬을 싸주었다. 점심시간, 감사한 마음으로 산행의 땀을 식히면서 맛있게 먹었다.
산행을 하면서 주된 화제는 교육이지만 정치 이야기도 나온다. 학교 이야기, 자식교육 이야기도 하면서 산을 오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교육정보 교환이 주를 이루지만 일상사 이야기를 하다보면 삶의 지혜도 얻게 되고 인생의 교훈도 깨닫는다.
학교 친목회 이야기가 나오다가 허탈한 조문 이야기 하나. 교직원이 상을 당하여 교장을 비롯해 교직원 몇 명이 부산, 경상도, 전라도까지 갔는데 조문하고 식사하고 그냥 나오니 왕복에 소요된 여러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무는게 고작이라고 한다.
부천 소사중 채찬석 교장이 자기 경험담(2001년, 80세 부친상)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그는 본인이 했던 추도식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추도식이란 '죽은 사람을 슬퍼하며 그리워하는 뜻으로 치르는 의식'이다. 대개 저명한 분들이 돌아가셨을 경우 하지만 보통사람이라고 못 할 이유는 없다. 가족과 친지들만 모여 해도 의의는 있다.
추도식 순서는 고인 약력 소개(사회자), 회고사(상주), 고인 이름의 장학금 기증, 손자의 편지 낭독, 추도사(친가, 외가)를 예시한다. 추도식은 조문객이 가장 많이 오는 장례 둘째날 저녁 8시 경이 좋다고 시간대도 제시한다. 고인을 추모하는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큰 일을 치르면서 가족간의 결속력이 다져졌다고 한다. 고인의 평소 하신 말씀을 다시 생각하면서 그 분의 유지를 받들 수 있다. 이 교장은 현수막에 아버님이 평소에 남긴 '선(善)한 끝은 있어도 악(惡)한 끝은 없다'를 걸었다고 전해준다.
자식으로서 가장 큰 보람은 어머니의 생각 변화를 꼽는다. 평생 고생만 시켜 지긋지긋(?)하다던 남편에 대한 이미지가 추도식을 마치고 남편의 장점, 덕망을 새롭게 인식하고 고인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고인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해 보았자 자식들에게 좋은 것은 별로 없다.
이 추도식을 고향에서 매우 좋게 본 사람이 있었다. 아들을 사법고시에 합격시킨 어느 노모. 지금 변호사인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 준다. "나도 죽으면 이렇게 추도식 해 주기 바란다."
아무리 평범한 부모라도 자식에게는 몸과 마음을 바친 위대한 부모다. 부모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자식들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 분이 평소에 남긴 훌륭한 뜻을 생각하면서 고인을 기리는 추도식,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