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육부총리로 1년 1개월을 근무했다. 그 동안 교육계의 갈등과 혼란을 몸소 겪었다. 갈등과 혼란의 가운데 전교조가 있다. 그들은 과격한 투쟁적 행동을 하고 있다. 교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몸서리가 쳐진다, 무섭다, 영이 서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교장하기 좋을 때는 평교사를 했고 평교사하기 좋을 때는 교장을 하고 있다"는 등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들은 "미국은 나쁘다"거나 "교육감이 돈 먹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내 개인적으로는 다른 장관들에 비해 전교조와 큰 마찰을 겪지 않았지만, 크게 두 번의 진통을 겪었다. 한 번은 지난해 4월의 발전노조 파업 때였다. 전교조가 조퇴투쟁 선언을 했다. 나는 "교육문제도 아닌데 발전노조 문제로 조퇴투쟁을 하느냐"고 했다. 당시 국민들의 반발도 컸다. 부교육감회의를 소집해 강력 경고해 마침내 이를 철회시켰다.
두 번째는 초등학교 진단평가 때다. 전교조가 또 반대하고 나섰다. 이 평가는 초등학생의 읽고, 쓰고, 셈하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것을 못하면 평생 불행하다. 진단해서 모자란 경우, 이를 보충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머리 깎고 가두에서 서명 받고 했다.
나는 정면 대응했다. 그냥 지나가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하고 한 달 동안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다 읽어보고 시·도교육감회의를 소집했다. 참교육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교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교육의 발전은 없다. 이에 대해선 전직장관인 나의 책임도 있다.
얼마 전 '월간 중앙' , '신동아' 등과 인터뷰를 했다. 전화가 불이 나게 왔다. NGO만들면 함께 투쟁하겠다는 전화가 무척 많이 왔다. 나는 지금 장관에서 물러났지만, 정년이 연장되었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할 생각이다. 지난 4월 충남 보성초 교장선생님의 자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선생님들이 나에게 전화해 와 "그 분은 우리를 위해 순교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53년 부산사범에 입학한 후 50여년을 교육학자, 대학교수, 대학총장, 장관을 역임하면서 교육자로 살아왔다. 지금부터 여행이나 골프, 집필이나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교육계의 이 같은 심각한 갈등양상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문제해결을 위해 미력하나마 나서기로 했다.
지금과 같이 투쟁하고 싸우고 죽는 식의 상황에서는 교육이 될 수 없다. 교육은 무엇보다 상호 신뢰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불신과 증오, 감시와 협박이 전국적으로 만연한 것은 전교조 때문이다. 그들은 안일과 권리만 찾는다. 교장과 사학재단을 적으로 보고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다. 삭발하고 붉은띠 맨 의기양양한 투사들만이 떼지어 다닌다.
그들은 반전, 반미, 반부패교육을 한다. 순결한 자녀들의 가슴에 증오를 심어주고 있다. 그들은 '정치의식화 일꾼들'이며 '교사의 탈을 쓴 정치꾼'이다. 전교조의 실상을 살펴보면, 조합원 수는 전국적으로 9만명쯤 되며 1년 예산이 150억 정도이고 100여명의 교사가 전임자로 근무중이다.
18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한국교총은 1년 예산이 160억쯤 되며 전임교원은 한 명도 없다. 전교조 전임자는 수업을 하지 않고 분란을 일으키고 떼지어 투쟁을 하며 온갖 고발을 한다. 신임교사의 70%가량이 전교조에 가입하고 있다. 10년쯤 후에는 우리의 학교모습이 어떻게 될까.
저들은 사사건건 정부정책을 반대했다. NEIS 뿐 아니라 7차 교육과정, 고교평준화 문제, 자립형 사립고, 중-고교 학력평가, 교원 성과급, 교육시장개방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학교안으로 들어와 살펴보면, 주번교사제나 수업지도안 제출도 반대한다. 청소년 단체활동 지도나 출근부 도장날인, 등-하교 교통지도, 수업연구 참관도 반대한다. 기본적인 교사업무도 반대한다. 반대 일색으로 무사안일, 자기보신만 한다. 겉으로는 교육민주화, 평등교육, 참교육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편하자는 것밖에 없다.
교단에서 교사는 자기희생, 무한한 봉사를 통해 어린 영혼을 구제해야 한다. 저들은 우리를 수구 보수라고 한다. 나는 대학에서 '교육혁신과 변화'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저들이야 말로 수구보수다. 전교조는 크게 세 가지를 잘못하고 있다.
첫째,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법상 교원은 단체행동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교섭 역시 임금이나 복지, 근무여건 등에만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소불위로 과격한 단체행동을 다반사로 하고 있고 교육정책 전반을 단체교섭사항으로 들고 나온다. 정부종합청사에 불법 돌진하고, 집기를 부수고 교육청을 점거하는 것은 예사다.
둘째, 비윤리적인 행동을 자행한다. 교장에게 방석을 던지고 욕을 한다. 종례시간에 교장의 훈시가 길어진다고 중간에 나가버린다. 셋째, 비교육적 행위를 한다. 보충수업한다고 국민감사를 요청했다. 재판이 끝날 때 까지는 범죄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충북교육감을 비리범죄자로 몰아 수업까지 했다. 전교조 활동지침서에 보면 3대 적이 있다고 했다. 교장, 사학재단, 그리고 교육관료다.
지침서는 "교장과 적대관계를 가져라"라고 되어 있다. 맑스의 계급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다. 그들은 하이에나 같다. 그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한다. 우리는 과연 어찌해야 하는가.
첫째, 외과적 대응보다는 내과적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나서서 감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둘째, 민주적 지도성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셋째, 전교조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역할이 시급하다. 학부모모니터링을 조직하고 인터넷 고발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법과 원칙이 지켜지도록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인들 중 선거를 의식해 전교조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표로 대응해야 한다. 전교조에 대한 태도를 봐가며 선거를 하겠다고 해야 한다. 여섯째,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전교조는 돈이 많아 변호사도 여러명 있다. 일곱째, 신임교사들에 대한 올바른 사도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참용기가 필요하다. 참용기란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위의 글은 이상주 전 부총리가 지난 6일 부산교총(회장 조금세)과 부산새교육학부모회(회장 박인신)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발표한 특강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