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지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예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 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교역국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실시한 이후 34년 만이다. 철강과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도 중국은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켰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달 21일 발표한 지난해 중국의 교역액은 3조8900억 달러(약 4100조원)로 미국의 3조8700억 달러보다 200억 달러 많았다. 개방 4년째에 접어든 81년 중국의 수입·수출 규모는 미국의 8%에 불과했었다. 중국 경제는 전 세계의 11%를 차지했다.
지난 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조3000억 달러로 미국(15조6000억 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1인당 GDP는 6200달러였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경제 규모가 2000년대 들어 매년 9000억~1조4000억 달러씩 커지고 있어 이 같은 추세라면 이르면 2018년, 늦어도 2020년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한국의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의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중국은 한국보다 경제가 뒤진 나라쯤으로 여긴다면 미래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감이다. 춘절을 맞이하여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모습도 뉴스꺼리가 되어 일본인이 빈 자리에 중국인들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분명히 중국인의 외모나 행동양식은 일본인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른 모습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하면 안되는 상황에 놓인 나라가 한국이라는 나라이다.
한국을 자주 오가는 지인들이 터트린 불만을 귀담아 들은 일이 있다. 한국에선 중국인들이 시끄럽고 덜 씻는다는 선입견으로 관광객(요우커)들을 기피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집단문화의 영향에, 머리를 자주 감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활 관습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문화 충돌인데 냉대를 받고 나니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속이 뒤집어지더라는 것이다. 연휴 때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의 씀씀이가 매우 큰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소속 직장에서 오피니언 리더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압축 성장으로 인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지만 춘절에 해외 여행 정도 갈 수 있는 계층은 13억 중국인들 가운데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현실이다.
객지 생활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길게는 3~4년에 한 번 하는 귀성이니 며칠이 걸려도 고향으로 갈 테지만 요즘 소득 수준이 웬만한 중국인들은 굳이 춘절에 맞춰 고향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폐에 끔찍한 영향을 미친다는 초미세 먼지가 짙어지는 대도시에 머무를 리도 없다. 최대 2주나 낼 수 있는 춘절 연휴 때 아예 중국을 떠나 유럽·미국·동남아 등 해외 휴양지로 나가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에도 6만 3천명의 요우커(遊客·관광객)들이 찾아온다니 명절을 맞아 한산했을 서울 도심의 쇼핑가와 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가 요우커들로 한바탕 들썩거릴 모양이다.
마침 인내의 한계를 시험 받는 맹독성 스모그에 시달리다 떠나는 춘절 여행인 만큼 한국의 녹색 환경과 청정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먹거리 안전 때문에 늘 심리적으로 쫓기고 오염된 공기를 깊이 마시며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요우커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자극하는 기회의 문이 우리에게 열린 것이다. 환경은 경제성장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신념이 생기게 된다. 질 높은 깨끗한 환경과 중국 관광객을 고객대접하는 서비스 자세는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이자 갖고 싶은 상품이 될 것이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 제공과 청정 산업 경쟁력과 원천기술, 관리 노하우는 우리의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되도록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