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실전 배치가 가까워지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비웃고 있으며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가장 큰 숙제가 부여된 셈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일반 국민은 북한의 핵실험을 별로 중대한 문제로 보지 않고 있으며 문관심한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며, 오히려 우리의 주변국 일본이 더 떠들석한 모습으로 우경화를 제촉하고 있다.
그 증거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경제지표 코스피 지수는 핵실험 당일 5포인트 하락했다.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낮 12시10분쯤 한 차례 출렁이고, 20여 분 뒤 10포인트가 떨어졌지만 거기까지였다. 위기 상황시 일어나던 마트에선 사재기가 없었고 원화 가치는 되레 올랐다. 뉴스 화면 속 시민들은 차분하기 짝이 없었다. “뭐 별일 있겠어요. 일상생활 열심히 하는 게 답이죠.” 여느 평온한 날과 다름없었다. 더 기막힌 건 외국인들까지 한국 주식을 더 사들였다는 거다. 개인투자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국인까지도 동요하지 않았다니 한국의 안보는 튼튼하단 말인가!
외국인도 학습효과라는 것을 누린다는 증거이다. 요즘 수퍼개미 중엔 아예 북한 리스크를 매매 타이밍으로 잡아 주가가 떨어지면 샀다가 회복되면 파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이 시장에 많다 보니 주가가 금세 다시 올라 외국인들도 그런 한국 증시 상황을 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증권사들도 투자 권유 쪽이 더 많은 편이다는 분위기도 들려온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북한 핵실험보다 더 큰 한국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엔저이다
요즈음 엔-달러 환율이 핵폭탄이 되어 요동치고 있다. 북한 핵포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부 차관이 그제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려는 일본의 (엔 약세)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엔 환율은 달러당 94.46엔까지 치솟았다. 이에 앞서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도 “유로화의 절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며 엔 약세의 수용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미국과 독일이 사실상 엔 약세를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나마 주요 7개국(G7)이 환율 개입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놓으면서 엔 약세가 둔화된 것은 다행이다.
이처럼 이제 분명한 것은 미국·유럽이 저마다 엔 약세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제사회가 분열될 경우 일본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엔저(低) 공세는 막기 어렵게 되었다. 여기에다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되레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대로 가면 ‘엔저·원고(高)’의 방향성은 굳어지고, 추가적인 엔 약세까지 각오해야 할 판이다. 이미 엔 약세는 전방위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엔고로 일본 여행을 자세한 사람들에게 엔저엔 애초 푸근함이 담겼는지 모른다.
엔저는 일본말로 엔야스(円安)다. 편안할 안(安) 자를 ‘싸다, 낮다’란 의미로 쓴다. 중국이나 한국엔 없는 뜻이다. 안을 ‘평온하다는 뜻, 여자가 집 안에 있는 모양에서 유래했다(安, 靜也, 從女在家中)’고 한다. 일본에 건너가면서 낮다·싸다란 의미가 얹어진 듯하다. 싸고 낮으면 편안하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높으면 불안하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에도 맞는다.
경제예측 기관들은 엔화가 달러당 100엔에 육박하면 우리 수출은 6% 감소한다고 경고한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설비 투자심리도 얼어붙을 조짐이다. 환율에 가장 예민한 일본 관광객들의 발걸음부터 뚝 끊기고 있다. 이같은 요인들은 한국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원인이 되고 있다. 환율 변동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J커브 효과를 감안하면 엔 약세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본은 1990년대 달러당 80엔 이하 수준에서도 버티어 낸 경험이 있다. 문제는 대기업이다. 엔고에서는 대기업의 수출이 힘들고 일반 서민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지금까지 미뤘던 일본여행으로 엔저를 즐기는 서민들이 나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