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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강원도 고교평준화 2개월째 부작용은 없는가?

“수업할 만하네.”
화요일 아침. 1교시 1학년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온 김 선생의 말이다. 평준화 시행 이전에는 결코 들어볼 수 없는 말이다. 김 선생은 평준화 이후, 아이들의 지도가 훨씬 더 수월해 졌다며 만족해했다. 그리고 수업시간 아이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재미있게 털어놓았다.

2013학년도 강원도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지 2개월이 돼 간다. 시행 후, 표출된 큰 문제는 없으나 평준화 지역(춘천, 원주, 강릉)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시행 전 우려했던 ‘학부모와 학교’, ‘학생과 선생님’, ‘학교와 학교’ 간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한다.

평준화 시행 전,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인지도가 낮았던 일부 고등학교는 평준화 이후 학교의 질이 많이 나아졌다며 평준화 제도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반면, 중학교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선호했던 고등학교의 경우, 아이들의 심한 학력격차로 지도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평준화 세대(1학년)와 비평준화 세대(2·3학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쌍방 모두 피해를 본다고 주장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은 전 학년이 평준화 세대에 접어드는 2015년에 가서야 비로소 없어지리라 본다.

평준화 이전,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 ․ 3학년 학생들은 학교의 모든 학사가 1학년 신입생을 위주로 운영되는 것 같다며 학교의 역차별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고 수업시간 은연중 1학년과 비교하는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반면 1학년인 경우, 2 ․ 3학년과 차별하여 대접받기를 원해 학년 간 위화감 조성이 우려되고 있다.

기존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여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지명도가 높았던 관내 A 고교와 B 여고의 경우, 평준화 세대인 1학년 때문에 학교 명예가 많이 실추됐다며 교명을 바꿔야 하고 동문회 또한 별도로 운영돼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1학년 후배들의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위압감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하였다. 교사들 또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로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질 때가 많다며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하였다.

평준화 이후, 학부모의 요구사항도 많아졌다. 이것은 평준화로 학교를 불신하는 학부모의 지나친 관심으로 여겨진다. 학교 측은 학부모의 요구사항이 불만사항으로 되기 전에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 또한 사실을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사소한 일을 과대 포장해 평준화 그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4월 초 고교평준화제도 시행에 따른 강원도 교육감의 평준화 지역 현장 실사가 있었으나 이것이 한시적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평준화가 하루 속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도교육청과 학교 간 지속적인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학부모 또한 자녀가 이미 배정된 학교에 무작정 불평을 털어놓기보다 좋은 안건을 제시해 학교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급 학교는 아이들의 수준을 탓하고 원망하기에 앞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생활지도와 맞춤식 학습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 방침을 세울 때에도 학년 간 지나친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교사 또한 수업시간 평준화 전(前), 후(後) 세대를 비교해 위화감을 조성하는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모두 명심해야 하는 것은 평준화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다름 아닌 우리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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