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절을 기점으로 여중생들은 교외로 나가 조리기계를 돌리지 않는 체험학습 기간에도 우리학교 급식실은 바쁘다. 조리원들은 출근하여 녹슨 철문을 도색하고 갈라진 바닥에 틈을 메우지만 정작 자신들을 위한 점심해결은 녹녹하지 않다.
행정실 직원과 잔류 교원의 점심도 걱정거리다. 행정실장이나 교장 한사람이 인근 음식점 밥값을 다 부담하기는 너무 많다. 출출해지는 이럴 땐 사다리타기가 비용을 갹출하는데 안성맞춤이다. 지나간 달력에 참가자 숫자만큼 세로줄을 나란히 긋고 줄과 줄 사이에 가로줄을 어긋나게 긋는다.
세로줄 꼭대기엔 순번을 적고 밑에 부담할 밥값을 나누어 적는다. ‘공짜’도 있고 고액부담도 있다. 참가자는 달력 날짜를 자른 종이통속에 담긴 일자표를 제비로 뽑아 자기순번을 확인한다. 세로줄 아래 끝을 하나씩 선택해, 층계를 오르듯 밑에서부터 한 칸씩만 올라가면서 결과를 확인한다. 주문한 점심을 다 먹고 난 뒤 사다리타기를 하면 직장분위기는 환희와 한탄이 교차한다.
놀라운 점은 참가자가 예외 없이 각기 다른 결과에 이른다. 수학적 계산 없이 그은 줄인데도 쏠림현상 없이 공평하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사다리 타기는 밥값을 내고 안내고 정하는데 실패하지 않는다. 이 놀이의 간단한 규칙만 알면 오묘한 결론은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출출한 이들의 흥미와 재미를 자극한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꽝’이라야 효과가 크다. 유상 부담자는 밥값 전체금액의 절반의 절반 정도를 n분의 1 나누면 민주적이어서 직장분위기를 살린다. 원칙은 구성원의 합의로 정하면 다들 동의한다.
물론 이것도 도박이라며 폄하할 수 있지만 예측 불확실한 요행이 때로는 소속감이나 유대감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결과에 승복하는 깔끔한 승부가 봄날 오후 졸음을 쫓고 광무여자중학교 교직원을 화목하게 하는 유일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