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불타는 남대문을 그저 TV로 지켜볼 뿐이었다. 국보1호가 탄다는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민족의 정체성이 타버린 것이다. 이 어려운 복원과정을 거쳐 지난 5월 4일 다시 탄생했다.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우둔한 자의 `묻지마 방화`로 불과 함께 사라졌다. 많은 국민들은 안타까워하면서 정부를 질타하던 일이 엊그제 일처럼 아직도 생생하다.
얼마 전 TV에서 국보 재건축에 관한 스페셜을 통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느낄 수 있었다. 역사적인 건축을 위해서 많은 최고전문가와 인간문화재들이 참여했다. 과거 잘못 복원된 것들도 지적하고 고쳐냈단다. 기둥이며 지붕틀은 말할 것도 없다. 기와며 단청들도 조상의 솜씨를 재현하고자 무수한 회의와 고증한 흔적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 공사를 지휘 했던 신응수 대목장은 일부 타버린 기둥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다. 조금 타버린 것을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못 쓰는 부분만을 새 목재로 접합한 것이다. 그에 의하면 중수할 때마다 새것으로 바꾸게 되면 몇 차례 복원 뒤에 원래의 목재들이 다 사라져 의미가 퇴색된단다. 강도는 약간 떨어질지 몰라도 옛것과 다시 결합하는 정신이 정통성을 이어가는 것이라 한다. 민족의 정기인 숭례문이 다시 생명을 되찾아 현장을 찾은 것이다.
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지만 남겨진 역사물은 많지 않다. 석조가 아닌 목재로 지어져서 끊임없는 왜란과 호란으로 불타 버린 것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너무 가난하고 힘이 없어 그랬다고 자위한다. 옛 것에 대한 자긍심 부족과 바쁜 현대인의 무관심이 한줌의 재로 없어질 뻔한 무식함을 함께 반성해도 지나치지 않다.
5월 12일 스마트컨슈머 워크숍을 한국소비자원에서 개최했다. 해질 무렵 행사를 마치고 부산 돌아오는 길에 시간을 잠시 내어 탐방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다. 대체로 복원된 모습을 두 손 모아 박수로 환영한다. 특히 목재나 석재 등 옛날 것을 버리지 않고 새것과 접목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성벽에 나타나는 새돌과 헌돌의 조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선 태조부터 시작한 700년의 역사가 흘렀고 앞으로 몇 천 년을 더 견뎌내야 할 숭례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