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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기 <낮은 울타리>


최 기 용

이 곳은 청정자연의 아름다운 내린천이 있는 강원도 인제의 작은 마을이다. 인근지역에는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어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
다방, 그리고 선술집들이 많이 있다. 주말이면 동해바다나 설악산으로 놀러 가는 차량들의 행진을 보면서 자라난 학생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자신들이 무엇인가에 늘 갇혀있다고 생각하여 학생들은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어한다.
나는 작년에 이 곳으로 부임하여 같은 반을 2년 간 담임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으로 한 학년에 한 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남 20명, 여 25명 합 45명이다. 그 중에 신남 면에 사는 아이들은 25명이고 나머지 20명의 아이들은 버스로 통학을 한다.
부모님의 생업은 90% 농업으로 대부분 소작농으로 논보다 밭을 경작한다. 이런 가정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도전의식이나 무엇을 배워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겠다는 생각 없이 그날 그날을 지내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문제아들의 집단이라고 하며 이구동성으로 담임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하였다. 수업을 시작하면 10명 정도는 지각을 하며 수업시간에도 수업준비가 되지 않아 교과담임에게 매 시간 마다 꾸중을 들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하지 않고 딴전을 피우기가 일쑤인 아이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인사예절이나 언어예절이 몸에 배지 않아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와 같았다.
담임으로서 이러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우리반 아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마치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지도하기로 결심하였다. 지각을 한 학생들은 적당한 얼 차례나 화장실 청소를 시켰으며 매일 조회시간에 책가방을 조사하여 그 날의
수업준비가 소홀한 학생들은 그에 따른 정신교육을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서워서 지시에 잘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지각생도 현저히
줄어들고 수업분위기도 좋아졌다는 다른 선생님들의 칭찬도 있었다. 나는 지도방침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자기만족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3명의 남학생들이 집단 가출을 하였다. 저녁에 사전모의를 하여 두 명은 상남으로 한 명은 춘천으로 향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판단한 담임에게 상당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대학진학지도만을
해왔던 나에게 이번 학생들의 집단가출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가출학생들이 돌아온 다음날 아이들을 꾸중하기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상담을
하였다. 몇 시간의 상담을 통하여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학생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며 지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학교생활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심는 것이 급선무였다. 학생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가슴에
스마일 배지를 달게 하고 아침마다 스마일노래와 건전가요(사랑으로, 내가만일, 우리는, 사노라면, 꼴찌를 위하여,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한 거죠
등)를 부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하였다. 처음에 아이들은 어색해 했지만 아이들의 얼굴표정에서 조금이나마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 97년
6월 24일에 '미스·미스터 스마일 대회'를 하였는데 남녀 한 명씩 커플이 되어 서로 마주 보면서 미소를 지어 가장 자연스러운 커플과 가장
어색한 커플을 뽑았다. 이 행사로 학생들은 마음껏 웃었고 얼굴에 미소가 살아나자 친구와 친구사이, 교사와 학생관계도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담임이지만 학생들의 마음상태를 잘 파악할 수 없었다. 하루동안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개인들을 매일 상담하기에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에 학생들의 일과 내용과 사고방식을 알기 위해 학급일기를 쓰도록 하였다. 학급일기는 학급에서 그 날에 있었던 일과를 자세히
기록하도록 하였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하였다. 학급일기는 내가 학생들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필요한
사항들을 적당한 시기에 인성교육을 자료를 준비하여 조·종례시간에 특별정신교육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말을 한다든지, 노래를 한다든지 하면 그냥 웃거나 몸을 비꼬는 학생들이 많았다.
도시의 학생들은 너무 나대서 걱정이라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신을 내세우는데 열등감이 많았다. 왜 그런 열등감을 갖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으려고
애썼다. 아이들은 이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에게 칭찬보다는 꾸지람을 많이 받았으며 자기 생각을 표현했을 때 주위에서 많은
야유를 받았다. 그래서 점점 수업시간이나 다른 시간에 자기를 나타내기를 주저하거나 두려워하게 되었다.
우선 학생들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임을 시간 있을 때마다 강조하였으며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갖도록 여러 가지
학급행사들을 실시하였다. 개인에게 어떤 일을 시키면 학생들은 못한다고 빠지거나 이유를 댄다. 따라서 한 학생에게 시키기보다는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로 모둠(제논, O2, 다솔, 솔로몬, 우정지사, 앙팡테러블, 똘아이군단, 아우토반)을 구성하여 모둠 별로 장기자랑을 준비하여 '학급 미니
콘서트'를 하였다. 모둠에서 가장 잘하는 장기를 기본으로 하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발표하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자신은
없지만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얼굴이 상기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촌극도 하고, 태권도 유단자들은
태권시범을 보여 주었다. 지금까지는 학급에서 가장 잘하는 학생들만 대표로 예술제라든지, 장기자랑에 참가했지만 학급구성원이 모두 장기자랑을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기자랑을 마치고 소감문을 쓰도록 하였다. 소감문을 보고 나는 매우 놀랐다. 평소에 친구에 대한 선입관이 얼마나 잘 못
되었는지 그리고 이제는 친구에 대해 새로운 안목이 생겼다든지, 처음에는 너무 떨려 잘못해서 다음에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든지,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행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또 다른 감회를 느꼈다. 이렇게 자신들을 표현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여 심신이 지치게 하여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학교생활에서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면 점심시간일 것이다. 아이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확인하고자 교실을 방문한 나는 또 다른 일을 발견하게 되었다.
절반은 이미 교실을 나가 버리고 나머지 20명 정도의 아이들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을 거르다 보니 중간에 도시락을 먹었구나 하고
생각하였는데 사실을 알고 보니 가정 형편상 점심을 거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끼니를 거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도하고 친구간에 정을 돈독히 하고자 단체 비빔밥을 먹자고 제안하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반응이 시큰둥하였다.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같이 밥을 비벼 먹느냐고 하면서 아우성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충분한 설명을 한 다음 학생들을 수요일마다 가사실에서 모여 도시락을
비빔밥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을 8개조 나누어 카다란 양푼이에 각자의 도시락을 섞어 반찬도 같이 넣어 비볐고 나는 계란 국을 준비했다. 처음에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밥을 보더니 서로의 숟가락이 부딪치며 서로 많이 먹겠다고 난리였다. 이렇게 한바탕 소란을 벌이면서 친구간에도 자연스런 대화의
장이 열렸다. 체중을 조절하던 ○○, ○○이가 자신의 평소 식사량을 훨씬 초과했다며 담임을 원망하는 눈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하였다. 단체비빔밥을 먹은 다음 학생들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이 단체 비빔밥을 매일 먹자고 한다.
하지만 학교의 여러 가지 사정상 매주 수요일마다 하기로 정하고 학생들도 그 날을 기다리는 눈치였다.(1998년 4월 30일 강원일보에 실림)
다음으로 학생들이 작은 마음에서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했어도 친구간의 마음의 벽이 있음을 알았다. 학급일기에서도, 교실에서도, 단체로 무엇을
하든지 마음의 벽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마음의 벽을 어떻게 하면 무너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격주로 혼성 축구시합과 포크댄스를 하였다.
혼성축구시합은 홀수, 짝수로 나누어 남녀가 같이 어울려 축구를 하는 것이다. 남학생들은 발로만 하며 여학생들은 손과 발 모두 사용하도록 하였고
공은 2개를 가지고 하였다. 진 팀은 물론 청소를 배정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별로 없던 여학생들이 시간이 흐르자 경기는 점점 열기가 뜨거워지고
남학생들보다 오히려 여학생들이 더욱 좋아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친구간에도 벽을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글을 쓰도록 한 것이다. 자기의 의견을 말해보라면 망설이면서 몸을 빼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으며 항상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데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매주 한 번씩 시사 글을 쓰도록 하였다. 일 주일 동안 일어난
사건이나 행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생각을 처음에는 300자 내외로 쓰도록 하였으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글의 양을 늘려 갔다. 쓰는
형식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느낌을 생각나는 대로 적도록 하였다. 맞춤법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학생의 의미에 중점을 두어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연습을 한 것이다. 망설이던 학생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이
명확하게 드러난 글은 친구들에게 발표하도록 하였다. 남 앞에 서면 떨리던 학생들도 얼굴의 표정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글들을
모아서 연말에 학급문집 '우리함께 있음이'를 제작하게 되었다.(1998년 2월 13일 강원일보에 소개) 학급문집을 만들면서 학생들은 자기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창피하다고 하지만 자기들의 진지한 학교생활에 대한 내용과 진실된 과거가 있기에 만족해하였다.
위와 같은 노력으로 학생들은 조금씩 자기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에 만족하지 않은 나는 2학년 때의 급훈을 '변합시다'라고 정하고
학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보물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수업시간을 통해서 학생들의 장기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면서
학생들의 심리상태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보물을 찾고자 하였다. 그 동안 밝혔던 보물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매주 시사글쓰기에서 자기의 생각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2명의 아이가 눈에 띠었다. 특별히 지도한 ○○은 '박인환 시인 추모 고교생 백일장'에서
시(詩)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최우수상을 수상하자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무척 좋아하셨으며 딸 아이 대하여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다. 또 ○○은 글쓰기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다가 언젠가는 시집을 낼 예정으로 지금까지 5권의 노트에 300편 정도의 시를
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복싱선수 ○○는 가정이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아버지는 두 다리가 절단되셨으며 어머니는 정신적인 장애자이시고 집도 스레트로 임시 진 것으로 작은
방 2칸이 있다. ○○는 자기가 공부하는 것이나 운동하는 것이 자신의 환경에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 부모님을
편안하게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사회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몇 일간의 가출을 하였다. 며칠 동안 이곳 저곳을
다녀보았지만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없음을 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학교로 다시 온 아이와 상담을 하면서 용기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제2회 강원학생봉사대상'에서 극기부분에 추천하였다. 지금까지 자신의 처한 환경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부모님을 모시고 지낸 온 것으로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후에 극기부분에서 수상(1998년 5월 1일)을 하였다. 이 상을 수상한 다음 이 아이는 상당히 변화되었으며
학교생활이나 운동이나 집에서도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면서 자기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있어 주위에 친구나 선생님들에게 칭찬이 많다.
학생들의 보물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일은 악기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였다. 사물놀이, 기타, 하모니카, 리코더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장기를 개발하도록 하였다. 무엇을 배워 다룰 줄 아는 즐거움이 있으면 학교생활이 즐거울 것으로 생각하여 저녁이면 사물놀이 지도교사를 통해
열심히 사물놀이를 배우도록 하였다. 그러자 몇 명의 학생들은 사물놀이를 배울 때 그 동안 자신에게 쌓인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고 하였다. 기타
치는 아이들에게 노래하면서 악기를 다루는 즐거움을 주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빼지만 시간이 지나자 배우기를 잘했다고 한다. 이번에 학교의
축제인 청솔제(10월 1~2일 실시예정)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한다.
학생들의 얼굴의 표정을 통해 심리상태를 이해하도록 노력하였다. 한 여학생이 조회시간에 울어서 왜 우는 지를 종이에 쓰도록 하였다. 이 아이는
감정을 가라앉히면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기 때문에 그 학생의 깊은 심리상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내용을 소개하면 아버지가 돈이
200만원이 급히 필요하니 새마을 금고로 나오라고 하였다. 이유는 학생이 그 동안 방학동안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번 돈을 적금 들었는데
그것을 담보로 하여 대출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건축 일을 하시는데 급전이 필요하셨던 것이다. 그 학생은 울면서 자기가 어떻게 그 돈을 벌었는지
설명해 주었고 돈을 번 이유는 자기가 대학을 가면 학비에 보태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자기의 미래를 위해서 주어진 시간을 잘 관리하는 그 학생을
보고 아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게 되었다.
또한 남학생 중 키가 작은 5명의 학생들은 늘 인상을 쓰고 있었다. 학교에서 여학생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며 피해의식이 많이 있는 듯하였다. 그
중에서도 항상 시사글쓰기에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한 학생에게 자신의 심리상태를 글로 자세히 쓰도록 하였다. 글에 나타난 그 동안 학창시절의
경험은 그 아이에게는 커다란 암초의 덩어리였다. 여학생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 그리고 자신보다 힘이 센 아이들에게 당하는 여러 가지의
피해의식, 예를 들면 청소를 할 때 그 아이들은 놀지만 자기는 열심히 청소해야 하는 일, 마치 군대에서 고참과 졸병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심리상태이었다. 사실 어떤 학생은 마음에 증오심이 가득하여 언젠가는 힘센 학생들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하여 매일 그 아이들을 증오하고 있었고
그런 남학생들에게 잘 대하는 여학생들까지도 미워하였다. 이렇게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데 하지 못하는 마음이야말로 얼마나 답답한 심정일까
헤아려보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먼저 교실의 자리를 남녀가 같이 안도록 하였고 매일 여학생들이 자신의 책·걸상을 가지고 한 칸씩
뒤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모둠을 정하여 집단 과제를 주어 같은 친구끼리 의견을 나누도록 하였다. 어느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모둠 전체의
의견을 제시하여야 그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서먹했던 사이도 점차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좌석이동으로 남녀친구간의 서로
몰랐던 새로운 면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 좌석의 이동은 그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학생들도 그 아이들은 이해하는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 물론 후에는 단체비빔밥을 먹으면서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청정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학생들은 주위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아도 별다른 느낌이 없는 듯하였다. 그래서 작년 1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 인근 산으로 밤을 주우러 갔다. 학생들은 단체로 밤을 주우러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하면서 매우 좋아한다. 밤도 줍고 자연을 벗삼아
자신의 고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행사였는데 아이들이 그 동안 답답하게 느껴졌던 고향이지만 동산에 올라가 보니 고향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한다. 그날 주운 밤을 골라 모으니 자루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밤을 삶아 선생님들과 친구 그리고 선배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즐거움과 자신의 것을 주위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교실환경의 청결을 위해서는 학생 자치 청소제를 도입하였다. 그 동안 학급의 남의 일이라 생각하여 휴지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경향이 있었으며
자신의 물건을 잘 관리하는 자세를 볼 수 없었다. 체육시간이 지나면 체육복과 신발이 여기저기에 둥글어 있었고 책과 프린트 등은 쓰레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쓰레기가 있어도 자신이 주우려는 태도도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치적으로 청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청소 담당자를 지정해
주었고 특별한 청소시간을 두지 않았으며 토요일에만 대청소를 실시하였다. 담당자를 지정하면서 달라진 점은 자신의 영역은 깨끗이 하는 데 늘 관심을
가졌으며 친구를 위해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줄어든 것이다. 이전에는 쓰레기를 하루에도 3~4번 치웠지만 지금은 1번이면 하루의 쓰레기를 치우게
되었다. 아이들도 시키는 일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하기 싫은 것이며 자기들이 알아서 자치적으로 하는 것은 즐겁다고 글쓰기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기초학력이 부족하여 영어에 흥미가 없던 학생들을 위하여 영어수업을 재미있게 하였다. 교재를 우리 학생들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여
(Elementary Anecdotes, Intermediate Anecdotes, Advanced Anecdotes Written by L.
A. Hill) 수업을 하자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수업교재의 내용이 재미있는 일화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아이들이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였고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 주었다. 그리고 매일 10개 정도의 단어를 외우도록 하였는데 그냥 쪽지시험이 아니라 게임을 이용한
시험을 실시하였다. 외운 영어단어를 가지고 빙고게임을 하였다.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무조건 외우는 것이 아닌 게임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영어단어가
머리에 입력되도록 하였다. 학생들도 게임을 하다보니 영어단어에 대해 아는 것이 생기자 조금씩 영어공부에 대해서도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아는 것이 있어야 재미가 있으며, 할 줄 알아야 재미가 있으며, 나에게 관심이었어야 재미있는 사실을 학생들이 직접체험을 한 것이다.
17년 동안 한 마을에서 지냈어도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눌 사람이 없는 학생들의 모습에 놀라면서 한편으로 마음의 아픔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행사와 시사글쓰기, 단체 비빔밥 등은 상당한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었으며 항상 꾸중만 듣던 학생들이
드디어 전국의 매스컴을 타게 되었다. 자신들에게 마음의 횃불을 당겨준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교원단체총연합회에 주관하는 행사 '특별한
아이디어로 지도하시는 특이한 선생님'으로 담임을 추천하였다. 이런 내용들이 서울 MBC 방송사에 알려져 1998년 5월15일 스승의 날 오후
'생방송 화제집중 6시'에 '큐라백작의 잔칫날'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다. 그 동안 학생들에게 실시했던 행사들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진정한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소개되었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담임선생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행동에 죄송하게 생각하면서 담임선생님을 통하여 내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사랑과 정(情)의 의미를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교사의 작은 노력과 생각의 변화가 냉랭하고 감사함을 몰랐던 학생들, 항상 불만으로 가득 차고 주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던 아이들,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항상 꾸중을 들으면서 자라난 아이들, 칭찬이라고는 몰랐고 자기 자신에게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아이들, 이렇게 된
것을 남의 탓으로 만 돌리려던 학생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되찾아 주게 되었다. 친구를 새롭게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생각의 변화는 내 생활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 지를 학생들은 오늘도 느끼고 있다.
교사의 사고의 전환은 학생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폭탄임을 나는 확신한다. 점수를 올리는 단순한 교사의 역할보다는 그들의 삶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을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변화가 많은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교사의 자세라고 여긴다. 교사는 항상 학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보물을
찾고자 항해를 떠나는 후크선장이 되어야 한다. 그 결과 교실이 학생들의 마음의 보물로 인해 환히 빛나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남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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