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작은 텃밭, 주말농장, 아파트 베란다에서 상추, 고추, 토마토, 블루베리 등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해서 먹는 것! 바로 이것이 도시농업의 시작이다.
얼마 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도시농업 박람회를 참관한 적이 있다. 도시민들이 농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어린이가 있는 젊은 주부부터 갱년기의 50대 주부는 물론 은퇴 후 부부가 함께 텃밭을 가꾸는 재미로 살아간다는 노년의 부부에게도 환영을 받고 있다.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나이와 성별 구분이 없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필자의 경우, 어린이 날에 상추 24포기, 고추 10포기, 토마토 5포기 등 9천원 어치 모종을 사다가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옮겨심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신비를 느낀다. 식물의 자람에 비해 화분이 작으면 큰 화분에 옮겨심기도 한다.
아침과 저녁으로 문안인사를 하며 물주기도 빼놓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이 햇볕, 통풍, 수분 공급이라 방충망을 떼었다. 직사광선을 직접 받게 하기 위함이다. 쓰러지지 않게 기둥도 세워 주었다. 베란다 난간에 줄을 연결하여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게 하였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잘 자란 고추는 모종당 벌써 4-5개의 열매를 맺었다. 몇 일 더 자라면 쌈장에 찍어 먹을 정도의 크기다. 베란다에서 직접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토마토는 열매 맺기가 더디다. 순치기를 하여 웃자람은 없으나 열매 두 개 맺은 것이 고작이다.
농사의 기본도 모르지만 이런 체험은 소중한 인생 깨달음도 준다. 자연의 이치를 통해 삶을 바라보게 해 준다. 스티로폼에 심은 상추는 실패작이다. 유리창을 통과한 빛을 받아서인지, 땅에 거름기가 모자라는지 비실비실하다. 그러나 다섯 번 정도 뜯어 밥상에 올렸다. 그게 끝이다.
도시농업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첫째, 적은 양이지만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식품 섭취다. 내 손으로 직접 심고, 물을 주고 가꾼 식품을 직접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요즘 웬만한 식품에 농약성분이 들어 있고, 유통과정에서 식품이 재처리되어 해로운 식품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둘째, 건강증진이다. 유기농 식품을 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당연히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또,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가꾸다 보면 자연스레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된다. 운동이 되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살필 수 있다.
셋째, 정서적 안정감이다. 새싹이 돋고, 줄기나 자라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주부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은 긍정적인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베란다에서 녹색공간을 늘 가까이 한다는 것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다.
넷째.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된다. 도시 아이들은 시골 자연의 풍경을 볼 기회가 적다. 미취학 아동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베란다에서 상추, 토마토, 고추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소중함도 배우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 등을 접하는 것 자체가 교육적이다.
다섯째, 가족간의 대화 증진이다. 주말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아빠는 거실에서 TV, 엄마는 주방에서,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 보내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주말농장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활동으로 가족간의 자연스럽게 대화가 증진될 수 있다.
아파트에서 베란다 텃밭 가꾸기, 투자한 비용에 비해 얻는 것이 많다. 작은 텃밭을 일정 비용을 주고 대여해 가꾼 사람 중에는 종자값도 못 얻은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베란다 텃밭 가꾸기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