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부터 13일까지 접수가 마감된 수시모집 1차에 따른 1단계 합격자 발표가 진행 중이다. 대학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9월 말부터 10월 중에 수시모집 1단계 혹은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수험생 본인은 원서를 낸 대학의 모든 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일정에 맞춰 전형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학급(35명)의 경우, 6%의 아이들은 4년제 수시모집 6번의 기회 중 수시 1차에서 6군데 대학에 원서를 접수시켜 수시 2차의 기회가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10%의 아이들은 다섯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여 수시 2차에서 한 번의 기회를 남겨놓고 있다.
접수결과, 대다수의 아이들이 수시모집 1차에 평균 4군데 대학에 원서를 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은 11월 7일에 치러지는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를 보고 남아있는 두 번의 기회를 쓰기로 하였다. 일부 아이들은 비싼 전형료 때문에 6번의 기회 사용을 부담스러워 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신중하게 생각하여 원서를 냈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워낙 경쟁률이 높아 합격을 가늠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최소 3배수 이상을 뽑는 1단계에 합격하지 못해 아예 전형(구술·심층면접 등)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몇 번의 불합격으로 아직 발표가 나지 않는 대학까지 불합격으로 생각하여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 지금 전문대 원서접수 가능하죠?"
점심시간. 수시모집에서 6군데 원서를 낸 대학 중 1단계 발표에서 두 번 떨어진 한 여학생이 교무실로 찾아 왔다. 그런데 그 아이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1단계 발표 전에는 자신감이 넘쳐 사기가 충전되어 있었으나 두 번의 낙방이 그 아이에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은 찾아 온 용건을 내게 말했다.
학기 초부터 4년제만 고집했기에 녀석의 전문대 이야기는 의외였다. 두 번의 불합격으로 불안한 마음에 전문대를 쓰려는 녀석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전문대에 합격이라도 하게 되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녀석은 잊은 듯했다.
"○○아,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정시모집 지원 못하는 거 알지?" "……"
녀석은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 녀석의 행동은 원서접수를 한 나머지 4년제 대학 모두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전문대라도 써놓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설령 수시모집 1차에 모두 떨어진다고 해도 수시모집 2차와 정시모집이 남아 있는 만큼 마지막 수능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 발표하지 않은 대학 4곳이 남아 있고, 추가합격까지 있는 만큼 미리 낙담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었다. 무엇보다 순간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보다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며 녀석을 돌려보냈다.
담임으로서 난감한 것은 앞으로 있을 합격한 학생과 불합격한 학생의 희비가 교차될 교실 분위기다. 불합격한 학생은 자칫 잘못하면 그 후유증이 수능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담임은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대학에 떨어진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용기를 북돋워 줄 때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잘 자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