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교 진학을 앞둔 계절을 맞이하여 점수가 낮은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에게 왜 넌 그 학교를 지망하느냐고 물으면 성적이 그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란다. 이 말은 자기도 성적이 좋았다면 다른 학교에 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담겨 있다. 특히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은 대부분이 학업에 관심이 없어 학교를 그만 두고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근본 문제가 학교때문이라기 보다는 가정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필자가 근무하는 35명이 넘는 학급당 학생수를 가진 학교에서 개별적 처방을 내려 지도하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장기간 중학생을 지도한 경험에 의하면 중학교 때 공부하지 않으면 고교에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사실상 어렵다. 학습 부진 학생들이 방치하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교육을 상당히 아는 사람이라면 초·중교는 의무교육인데 평균 이하 학생을 학교에서 끌어 올리려 노력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음을 보고 괴로움을 느낀다.
해외 사례를 보면 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 학교는 60점 이하 학생에게 보충수업을 시킨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2002년부터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NCLB)을 시행 중이다. 공립학교 학생은 매년 읽기·수학 시험을 치르는데 미리 정한 학업 향상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개선이 필요한 학교’로 분류한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일제고사 방식은 특정 과목에 치우치고 부작용이 따른다고 비판하지만 국가가 저소득층 학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책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더 우세하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현재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가 없는 상태에서는 학교가 스스로 기준을 정하여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는 학교에서 수학이 약하니 학부모에게 학원 보내 보충하라는 것보다 아이의 환경을 잘 파악한 선생님이 이들에 대한 지도를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개념 이해가 부족해 일대일로 가르쳐야 효과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일반학교에서의 대안적 지도인 대안학급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단지 학력 향상에 몰입하기 보다는 중학교 때부터 교육·직업·노동시장 오리엔테이션 과목을 통해 장차 어떤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개별적 처방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