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몇 년전부터 색다른 소풍을 실시하고 있다. 이른바 테마식 소풍으로 학생들이 자신들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소풍지를 선택하고 평소 책을 통해서만 접했던 내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소풍도 1코스는 서울에서 연극 공연과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2코스는 전북 고창에서 선사시대 고인돌을 살펴본 후 미당문학관과 판소리박물관을 견학하고 3코스는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의 과학관에 들러 첨단 과학기술을 직접 체험하기로 했다.
나는 1코스에 소속돼 서울 문화체험에 나섰다. 학생들과 함께 연극관람을 마치고 나오던 중 학교에서 긴급한 전화연락이 왔다. 대전으로 향하던 버스 한 대가 사고가 났으니 학생 안전지도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당황했지만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더욱 세심하게 챙겼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때가 되어 학교로 도착했다. 때마침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사고 버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운전석 앞 유리창과 버스 측면 유리창이 폭탄을 맞은 듯 흉물스럽게 깨어져나갔고 학생들이 앉아있던 의자는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중상을 당한 학생은 한 명도 없고 가벼운 상처를 입은 학생이 서너명 있었을 뿐이다. 사고가 이 정도로 끝나 크게 다친 학생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자칫했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위기의 순간은 사고버스에 동승했던 담임선생님의 안전교육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출발 전, 학생들이 안전벨트를 매도록 주지시킨 후 일일이 확인했기에 버스가 전복되는 대형 사고에도 구하고 결정적으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던 선생님이 있었기에 위기의 상황에서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지도교사로 탑승했던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고를 당한 다음날에도 본인의 부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의 상태를 일일이 챙기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교사의 소임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