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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푸른 소나무 울타리

요즘은 초여름이다. 더운 날씨라 시원함을 찾을 때다. 푸른 소나무가 그리울 때다. 푸른 소나무의 그림자가 그립다. 솔잎에 스치는 산들바람이 그리울 때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을 찾는다. 산을 찾는다. 푸른 소나무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소나무와 가까워진다.

정조 때의 명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혼인한 직후 지은 한시를 접했다. 서울역 뒤 처가에 머물 때 지었다고 한다. ‘푸른 소나무 울타리’ “짙푸름이 창 앞까지 이어져 그윽한 솔숲을 이루네. 산들바람 불어오면 빗소리를 내며 뜰에 온통 시원함을 뿌리네. 문 앞에서 구불구불 울타리로 굽히고 있어도 솟구쳐 하늘로 오르려는 희망 잊은 적 없네. 도심 쪽을 가로막아 뽀얀 연기를 멀리 몰아내지만 가지 사이는 툭 트여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네. 호젓한 새는 병풍 속 그림으로 알련마는 이상도 해라. 고운 노래 때때로 들려주네.”

이 시가 주는 교훈이 있다. 푸른 소나무는 시원함을 준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시원한 냉수가 그립다. 땀이 나고 갈증이 날 때 시원한 냉수는 그 무엇보다 귀하다. 시원함을 주기 때문이다. 초여름에 가슴이 답답할 때 시원함을 뿌리면 그보다 더 귀한 선물은 없다. 푸른 소나무는 필요한 이들에게 시원함을 주었다.

학생들은 학문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좀 더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이럴 때 선생님이 푸른 소나무 역할을 하게 되면 학생들은 시원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갈증 속에 있는 이들에게 주는 시원한 냉수역할을 하면 학생들은 언제나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선생님을 찾게 된다.

푸른 소나무는 큰 숲을 이룬다. 따로 놀지 않았다. 함께 어울려 큰 숲을 이루었다.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외로워 보이고 애처로워 보인다. 짙푸름도 덜하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하면 아름다운 큰 숲을 이루게 되고 짙푸름을 더하게 된다. 사람들은 소나무를 찾되 숲을 이룬 소나무를 찾는다. 혼자 있는 것을 찾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혼자 있으면 외롭다. 함께 함이 아름답다. 서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줌이 좋다. 요즘처럼 힘들 때 선생님들이 서로 힘을 모아 잘 견뎌내고 이겨낸다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더 아름다운 숲을 이룰 수 있다. 함께 하여 큰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짙푸름을 만들어 고귀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소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지 않다. 누군가에 의해서 구부려졌다. 정상적이지 못하다. 상처를 받을 대로 받았다.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았다. 견뎌내었다. 희망을 잃지 않았다. 솟구쳐 하늘로 오르려는 희망을 잃은 적 없었다. 상처 입는 소나무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희망이 있었기에 살 수 있었다.

우리 선생님들도 여러 가지 상처 속에 생활하고 있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산다면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윤택해질 것이다. 푸른 소나무처럼, 굽은 소나무처럼.

푸른 소나무는 시내에서 날아오는 연기를 막아줄 뿐 아니라 어두운 밤하늘의 달빛을 실어다 준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보호막이다. 소나무처럼 건강에 좋지 않는 연기는 막아주고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는 달빛을 받아 전달해준다. 옥수수의 껍질처럼, 배추의 겉잎처럼 우리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들의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런 선생님은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날 것이다.

푸른 소나무는 숲속을 이루어 새들의 보금자리로 제공해주고 새들은 고마운 마음을 노래로 화답한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우리 선생님들의 모습이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보금자리처럼 따뜻함을 선사하면 학생들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환희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학생들은 나중에 선생님의 은혜를 감사하면서 옛날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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