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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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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금요일 저녁. 퇴근을 서두르는데 드륵 드륵 문자 진동음이 울렸다. 무심코 열어보니 학생부에서 보낸 벌점부과문자였다. 김용원(가명) 학생이 교내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어 벌점 25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용원이는 우리반이 아닌가. 순간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큰 충격에 빠졌다. 우리반은 2학기에 들어 환경정리와 청소 상태, 수업태도 등이 27개 학급 중에서 가장 뛰어나 최우수학급 상패까지 받은 상태였다.

우선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했다. 용원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아직 학교라고 했다.

“그럼 지금 빨리 교무실 선생님한테 와라.”

녀석도 내가 왜 오라는지 짐작이 가는지 겁먹은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용원이가 잔뜩 주눅 든 모습으로 교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용원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그러자 용원이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선생님, 죄송한데요. 저는 진짜 담배 안 폈거든요. 피우려고 막 불을 붙이려다 걸린 거예요. 정말 너무 억울해요.”

녀석은 얼굴까지 새하얗게 질린 채 진짜 억울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 좀 이리 줘 봐.”

녀석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서는 고소한 담배냄새가 폴폴 났다.

“너 이래도 거짓말 할 거야?”

그제야 녀석은 실토를 했다.

“사실은 중학교 때부터 호기심에 피웠는데 이제는 못 끊겠어요.”
“너, 안 되겠다. 아버지 전화번호 대.”

그러자 녀석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선생님, 제발 우리 아빠한테만은 알리지 말아주세요. 아빠가 알면 저는 죽어요. 제발 한번만 사정 좀 봐주세요.”

녀석의 눈에서는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아빠가 알면 왜 안 되는데?”

내가 재차 묻자.

“우리 아빠는 엄청 무서운 분이세요. 이번 일을 아시면 아빠는 아마도 저를 죽이실 거예요. 마침 엄마도 천안에 계셔서 말려줄 사람도 없어 저는 맞아 죽을 거예요.”

녀석의 표정을 보니 과장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녀석을 우선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깐 진정하고 일단 오늘은 집에 가. 내가 엄마하고 통화할 테니.”

그날 밤, 9시가 조금 넘어 용원이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의 말도 용원이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빠가 너무 보수적이고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라서 큰 매질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용원이 아버지를 만나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토요일 10시 쯤 용원이네 집 근처 카페로 아버지를 잠깐 나오시라고 했다. 30여분이 지나자 아버님께서 나오셨다. 용원이 아버님은 40대 후반의 다부진 체격에 경찰관 정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현직경찰관이셨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전해 듣고 난 용준 아버지께서는 큰 충격을 받은 듯 한참을 멍하니 계셨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드디어 용원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자신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가 돼 있었고 또 실제로 자식 교육을 위해 헌신해 왔는데 이런 결과를 가져오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지금까지 정도를 걷는 삶을 좌우명으로 삶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살아왔노라 했다. 또한 엄한 아버지 밑에서 효자가 나온다는 믿음 하에 지금까지 자식들을 엄하게 대했다고 했다.

말씀을 하시는 용원 아버지의 표정은 너무나 단호했다. 내가 어떻게 말씀드릴 여지가 없어 보였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식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그 자식은 그런 아버지를 공포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철저하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으니 아이러니했다. 어머니 또한 공무원으로 집을 떠나 타지에서 근무하시기 때문에 집에는 아버지와 용원이 둘만이 생활하고 있었다. 엄마가 없는 텅 빈 집과 무섭고 매사 완벽을 요구하는 아버지의 철학이 결국은 용원이를 비행청소년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보듯이 우리 부모들은 종종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식들에게 풍요로운 물질과 좋은 집 그리고 많은 용돈을 쥐어주면 그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는 착각이 그것이다.

“네가 부족한 게 뭐가 있니? 집이 없어? 밥이 없어? 용돈도 충분히 주잖아. 그런데 왜 그 모양이니? 왜 공부를 안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거야? 아빠는 너 만할 때 맨손으로 자수성가했어. 제발 아빠의 반만이라도 닮아봐라.”

그러나 정작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풍요로운 물질이나 잔소리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엄마 아빠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의 말 한 마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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