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대성중(교장 강석철)에서는 지난 4월부터 방과 후에 '대성중 건강생활 교실'이라는 이색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비만 청소년 문제를 학교에서 직접 해결하고자 나선 것이다.
이 학교 76명의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과후 1시간씩 학교 주변의 산과 시설에서 별도로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1월 14일까지 7개월의 기간을 목표로 잡은 장기적인 계획이다. 건강교실 참여자는 비만율이 130% 이상인 중등도 비만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했다. 물론 각 가정으로부터 동의도 얻었다.
건강교실을 맡고 있는 이 학교 서순길 체육교사는 "실제로는 여학생들이 비만비율이 더 높았으나 참여율은 남학생들에 비해 저조한 편"이라면서 "신체 상황에 대해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이 예민한 청소년기다 보니 여학생들이 참여를 꺼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76명 중에는 비만 학생뿐 아니라 몸이 약한 아이들도 12명이나 포함돼 있다. 원래는 허약체질 학생들까지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건강교실의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이 함께 운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다시피 요청해와 함께 이들도 참여하게 됐다.
5시 반이면 다들 학원으로 몰려가는 것이 현실이기에 건강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청소를 면제해줘야 했다.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3시20분 정규 수업이 끝나면 옷을 갈아입고 준비운동을 마친 뒤 운동장 한켠에 모인다. 운동장에서 구기운동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서 교사가 개발한 학교 인근의 등산 코스를 오른다.
서 교사는 "사실 학생들은 구기운동을 제일 좋아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청소하면서 자신들이 운동하는 것을 구경한다는 점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 등산을 자주 한다"며 "처음에는 산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낙오자가 없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봉지를 들고 올라가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하기도 한다.
비만은 청소년들의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 교사는 "학생들이 열등감을 느끼고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등 비만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예민한 시기인 아이들이 자존심을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만 노력해서 살을 빼면 얼마나
당당하고 너도 기분이 좋겠느냐'며 아이들을 달래는 것이다.
서 교사는 "청소년의 식성이 서구화 되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비만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학교에서도 보건체육 교육의 일환으로 비만 학생 지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칙적인 운동 외에도 학생들의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 매일 '건강생활 일기'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루 3끼 무엇을 먹었는지, 간식으로, 또 야식으로는 무엇을 먹었는지 하나하나 적어야 한다. 건강생활 일기는 아이들은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많은 열량을 섭취하고 있는지 자가진단하도록 해줄 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이들 분석하는 통신란 역할도 하고 있다.
서 교사는 청소년기에 필요한 열량을 따져가며 아이들에게 어떤 식습관이 잘못됐는지를 꼼꼼히 짚어준다. "이런 과자는 하나에 열량이 160kcal야. 그런데 오늘 네가 소비한 열량은 그 정도가 아니지? 앞으로는 더 신경써서 조절해야 한다."
2개월 반 정도가 지난 지금, 학생들은 대부분 3kg 이상씩 몸무게가 줄었다. 최고 12kg까지 감량한 학생도 있다. 몸무게가 빠진 것을 확인한 아이들은 서로 껴안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건강은 물론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서 교사는 전했다.
학부모들 반응도 매우 좋아서 올 여름방학에는 지역주민과 학부모들까지 대상으로 포함한 '튼튼이 건강생활 교실'을 열 계획이다. 7월 21일부터 3일 동안 열리는 튼튼이 건강 교실에서는 의학관계자 등 전문가를 초청, 청소년기 건강과, 비만 퇴치, 여름철 건강나기 등을 지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