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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저출산과 고령화의 벽을 깰 대안이 필요하다

한국의 휴대전화 소지율은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 중학생만 되어도 안 가진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한국의 휴대전화 산업은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돈 아끼지 않고 멀쩡한 휴대전화를 과감히 바꾼 젊고 열정적인 소비자들이 키워냈다. 그러니 새롭게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런 현상이 진행된 결과 1분기 한국 가계의 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지만 소비 지출은 0.2% 느는 데 그쳤다. 가계의 흑자 규모는 역대 최대지만 평균 소비 성향은 12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지표들 때문에 일본 20년 불황의 원인이 됐던 인구구조의 변화, 즉 저출산과 고령화가 한국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인구구조 변동에 따른 소비의 구조적 변화라면 예전처럼 경기가 살아나도 소비가 늘어나리란 보장이 없다.

어느 정당 대표가 강조해온 ‘소득 주도 성장론’의 허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월급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서 내수가 살고, 이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게 그 논리의 핵심이다. 월급 상승이 소비 증가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순간 곧바로 기초가 허물어지는 취약한 이론이다. 여당의 부동산, 증시 부양책도 벽에 부닥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송인호 연구위원은 1990년 이후 일본에 나타났던 고령화발 주택가격 하락이 2019년경부터 한국에서 시작돼 연평균 1∼2%씩 집값이 내릴 수 있다고 최근 경고한 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지난 주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관련해 “청년층이 줄어드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경제의 역동성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였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이민자들 덕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국의 경우 이민의 문을 확 넓히거나 통일이라도 돼 청년층이 보충되지 않는 한 내수를 살리기 힘든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늙어가는 소비가 이렇게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야는 정반대로 달리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국회 통과의 조건인 명목 소득대체율 50%를 실현하려면 젊은 근로자들은 보험료를 더 내야 해 소비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해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청년층의 스마트폰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많다. 여야가 합심해 도입한 김영란법은 내년부터 내수에 큰 충격을 줄 공산이 크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소비를 끌어낼 의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으니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래 청년들의 부담을 염려해 기득권을 포기하며 노인연령 법정 기준을 70세로 높이자는 대한노인회 정도까진 안 돼도 국회와 정부가 당장 눈앞에서 숨 가쁘게 진행되는 소비 행태의 변화를 읽고 바른 해답을 내놓길 바라는 게 과도한 기대일까. 늙어가는 소비를 젊게 만들 대안 마련에 머리를 싸메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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