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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생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

최근 특성화고의 인기 때문인지 미리 준비된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현재 2학년과 현재 1학년이 가장 좋은 아이들이다. 물론 3학년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시작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점점 더 준비된 아이들이 들어올수록 선생님들이나 학교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3월초부터 시작된 우리반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여러 가지 좋은 점과 나쁜 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교사로서 내가 지닌 것과 내가 발견해야 할 것들을 알아가고 싶다. 또한 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뭔가 준비하는 사람이 되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

이제 12년차인 교직생활,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세월이었다. 그동안 학생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점차 바뀌어갔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 학생들이 손님이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그래도 여지없이 그 다음날에는 희망을 가지고 갔다. 힘든 하루하루, 정말 학교가기 싫은 날도 있었지만 사회에 나와서 혼자힘으로 살아야 했기에 더욱 의무감으로 다가갔다. 그러니 더욱 힘들었고 그 손님들이 싫어지는 때도 있었다. 한 번은, 불미스런 일이 일어났다. 학생들의 수행평가와 관련된 일이었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 몇몇이 수업시간에 저항을 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친근하게 대해주었는데 이를 이용해 막무가내로 점수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연륜있는 선생님께서 중재를 해주셔서 일이 잘 넘어갔다. 정말 막무가내인 손님을 대할 때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을 한 후에는 학생들을 조심조심 대했다. 함부로 대할 수도, 그렇다고 전혀 모른척 할 수도 없었지만 나에게도 뚜렷한 방법론은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신기했고 낯설었다.

그 다음으로, 학생들이 고객이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만만해 보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힘들다. 그렇지만 그들이 내가 매일 만나야만 하는 고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기업에서 손님을 고객이라고 떠받치듯 나도 그들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고객이기에 불만족한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불만이 있으면 얼굴 붉히지 않게 잘 처리해야 했다. 수업은 마치 그들이 내는 수업료와 관련된 계약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싫지는 않지만 그들의 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시간이었다. 기간제로 근무하던 학교에서 있던 일이었다. 락밴드를 맡아달라던 어떤 학생이 있었다. 그 학교 사정을 몰랐던 나는 그저 학생이 부탁하던 일이었고 어차피 클럽활동을 맡아야 해서 수락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은, 그 학생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들이었고 없는 시간까지 쪼개서 동아리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었던 것이었다. 경험이 많이 없던 터라 그 아이들과 상담한번 하지 않았고 먹거리라도 사주면서 연습을 독려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내 앞길이 막막했기에. 그것은 현재 몸을 담고 있는 학교에서 정식으로 교편을 잡는 동안에도 몇 년 지속되어왔다. 많이 배운 것 같았다. 아주 조그만 것에서 느끼는 행복을 학생들은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배워야만 했다.

그럼, 최근 나에게 있어서 학생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은 나의 동반자이다. 이제 졸업했던 친구들이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시기가 왔다. 그들이 나의 잊어버린 교직을 되찾는 데 일조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나의 부족했던 모습을 보게 해주고 잊어버린 초심을 되찾도록 도와준다. 심지어, 담임을 하지 않고 과목만 가르친 학생들도 나를 기억해 주는 것을 경험했다. 나와 우연한 사건을 같이 하게 된 학생은 졸업식이 2-3달 지났을 때쯤에 찾아왔다. 다른 친구들과 같이 와서 하는 말이, “선생님, 작년에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정말 지금도 생각나요.” “뭔데?” “선생님이 저에게 말을 할 때, 포장을 잘 하라고 하셨잖아요. 지금도 뇌리에 선명해요.”“아, 그랬구나! 기억난다!”

사건은 이랬다. 어느 날 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까 그 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 욕을 했다. 그것도 적당한 것이 아니라 좀 심했다. 그래서 주의를 주었는데 좀 기분나빠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기죽게 하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까지 같이 가면서 사건의 전말을 물어보며 말을 걸었다. 교무실로 들어가서 내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말했다. “000야, 너 선물을 누구에게 줘본 적 있니?” “네.” “선물을 줄 때 어떻게 주니? 포장을 해서 줘야 받는 사람이 기분이 좋겠지?” “네. 그럴 것 같아요.” “그래.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란다. 너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받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면 전달이 잘 안된거야. 앞으로는 포장을 잘 해보렴. 포장을 잘 하면 너도 기분이 좋고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질거야.”

아까 그 학생은 바로 이 대화를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가 학교에 와서 나를 보고 그때 그 사건을 말한 것이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난 내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발견한 날이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나의 교직생활가운데 학생을 바라보는 자세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손님이었고 조금 지나서 고객이었다. 물론 발전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 과정의 인내는 힘들었다. 지금은 동반자이다. 학생들은 이제 나와 같이 발전하든지, 나와 같이 정지해 있든지 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내가 발전해야 한다. 이렇게 교단일기를 쓸 수 있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하나님이 주관하시듯, 학생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를 더욱 발전시켜 그들을 지지해주는 버팀목이 되고 싶다. 이러한 글쓰기가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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