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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터키가 겪는 고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감탄한다. 그리고 곳곳의 단풍을 보면 더 감탄을 자아낸다. 유럽과 아시아의 완충지대로 남은 터키는 아름답지만 현재는 슬픔으로 남아 있는 땅이다. 터키는 우리와는 유달리 친하다. 6.25 때에도 군대를 보내어 우리를 도와준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터키에서 의대를 나온 유학생과 함께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더 정감이 있으며, 터키어는 한국어와 문법구조가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니 꼭 한번은 찾아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단층국가로 이슬람과 기독교권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경계로 만난다. 터키는 오랜 세월 서구 시스템에 자신의 나라를 어떻게 적응시킬까를 고민해 왔으며, 아직도 끝이 아니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가 차도르 등 이슬람 복장을 강제화한 것과는 반대로 터키는 착용 금지를 법제화했다. 한때는 잠옷까지도 서양식으로 입도록 했다. 전통 이슬람 문화를 내팽개치고 수염도 열심히 깎으면서 유럽을 따라잡기 바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천신만고 끝에 독립한 탓에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이 한몫했다. 결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일원이 됨으로써 냉전시대에는 완전히 유럽의 일원으로 된 듯했다. 그런 터키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유럽연합(EU) 가입이다. 그러나 EU 가입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작고 가난한 나라인 앙숙 그리스마저도 보란 듯이 EU 일원으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터키는 외톨이 신세다. 터키의 인권 상황이 EU 기준에 미흡하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EU 회원국 대부분이 기독교권인 반면 이슬람 국가라 거절당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터키보다 늦게 신청한 동유럽 작은 국가들조차 대부분 EU 회원국이 되었다. 결국 한 세기 가까이 유럽을 짝사랑해 온 터키가 요즘 느끼는 것은 좌절감과 비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EU가 하나의 단일국가로 탄생할 수 있고 정치·경제적 공동기구로 묶일 수 있는 것도 기독교라고 하는 단일문화권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EU 가입을 놓고 번번이 물을 먹자 터키의 지식인들과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차도르를 쓰고 서구화 과정에서 방치했던 이슬람 사원을 복원하자는 반발 흐름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펭글러나 토인비 등은 “서구 문명이란 많은 문명 중의 하나임에 불과하고 따라서 모든 인류가 그것을 숭상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받들어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터키에 대한 EU의 태도는 배타적인 기독교 국가들의 이율배반이나 다름없다. 사뮈엘 헌팅턴은 “기독교 문명 대 이슬람·유교 문명 간의 대립이 결국 과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처럼 거대한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정치·경제적인 이유보다 치유와 화합을 훨씬 어렵게 한다. 파란만장한 제국의 역사를 간직한 이스탄불 도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운전사들이 고래고래 고함치고, 그랜드 바자의 상인이 손짓하며 흥분하고 있다. 밤은 서울의 홍대입구보다 찬란하고, 클럽은 미국 맨해튼의 광란을 능가하고 있다는 게 이스탄불을 다녀 온 친구의 이야기이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다문화 국가로 바뀌어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세계사를 주름잡았으나 지금은 서양사의 초라한 변방으로 밀려난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 골목길은 화려했던 과거의 비애를 보여주고 있다. 한 나라가 안정된 생활을 하여 이제는 일상화되어 우리에겐 익숙하여져 감사를 모르고 있지만 우리도 6.25 전쟁 때를 생각하여 본다면 그리 어려운 상상은 아닐 것이다. 또, 우리 주변에 힘든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60여 년 전처럼 걱정 없이 먹고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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