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보면 같은 이름을 가진 산들이 많다. 9월 22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꿈과 희망이 있는 ‘옐로우시티’를 자랑하는 장성의 축령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지였던 축령산(높이 620.5m)은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과 북일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고 임종국이 1956년부터 30년 동안 사재를 털어 가꾼 편백나무 숲이 삼림욕 명소를 만들었다. 옛 이름은 취령산과 문수산이고 그동안 아름다운 숲과 아름다운 길로 여러 번 소개되었지만 경기도 가평 축령산의 유명세에 가린 곳이다.
아침 7시 청주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남쪽으로 향한다.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와 백양사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의 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가 이어진다.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청주에서 출발한 산악회 차량들을 만나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날씨도 맑아 나들이 나선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고창담양고속도로 장성물류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굽잇길을 달려 10시 20분경 추암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고 10시 35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은 비교적 넓고 평탄하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에 편백나무 숲을 가꾼 춘원임종국조림공적비를 지나 왼쪽의 산길로 접어들며 시작된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까지 오르막 계단길이 이어져 몇 번 발걸음을 멈출 만큼 힘이 든다. 정상을 알리는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정자에 올라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축령산은 산길이 여러 갈래인데 이정표가 부족해 산행이 불편하다. 능선을 따라가다 들목재 옆 소나무 그늘 아래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몇 년 전 아내와의 여행길에 들렀던 금곡영화마을을 둘러봤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노인들만 사는 농촌마을이다 보니 지붕을 개량하며 옛 멋이 사라진 게 아쉽다.
장성이 고향인 임권택 감독이 영화 ‘태백산맥’의 촬영후보지를 물색하다 발견하여 영화촌이 된 금곡마을은 인심이 후하다. 막걸리 한 잔 마시려고 들른 매점의 주인은 들마루에 술상을 정갈하게 차려주고는 금방 캔 도라지 안주까지 내주며 호의를 베푼다.
금곡영화마을에서 모암제까지는 한참동안 오르막 임도가 이어져 산행을 지루하게 한다. 길까지 잘못 들어 다리품을 팔다 축령산자연휴양림 바로 앞에 있는 모암제에 도착했다.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는 정자에 앉아 빈대떡과 도토리묵을 안주로 정이 넘치는 뒤풀이를 하고 4시 45분 출발한 관광버스가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 해가 짧아져 어둠이 물든 용암동에 7시 10분경 도착했다. 오랜만이지만 늘 살갑게 대해주는 청주행복산악회원들과 피톤치드를 내뿜는 울창한 숲속에서 맑은 공기 실컷 마시며 행복 찾기를 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