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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셀프서비스, 소비자에게도 유리할까

주유소에 가면 괜히 우쭐했다. 들어가기 전부터 차를 유도하며 반갑게 맞아 주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양한 서비스를 척척 해준다. 기름을 넣는 동안에 차 유리창을 깨끗이 닦아 준다. 친절한 아가씨는 차 안에 쓰레기도 버려준다고 말을 건넨다. 차 안에 쓰레기는 없지만, 간혹 버려야 할 것이 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참 고맙기까지 하다. 기름을 다 넣고 계산을 끝내면 휴지며, 생수까지 준다. 어디 그뿐인가 세차를 무료로 할 수 있는 쿠폰까지 준다. 겨우 몇 만원 넣는데 서비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주유소가 갑자기 셀프 서비스 체제로 바꿨다. 이제 종업원이 없고 소비자가 직접 기름을 넣어야 한다. 처음에는 기계 다루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기름이 묻을 것을 걱정을 했다. 하지만, 주유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이내 마음이 놓였다. 차에서 내려 직접 기름을 넣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무엇보다도 셀프서비스로 바꾸면서 가격을 내렸다고 하니 그것이 반가웠다.

그런데 셀프 주유소가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셀프로 기름 값을 내렸다고 하는데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기름 값이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다시 기름 값이 오르고 있다. 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푸짐히 주던 휴지며 자동 세차를 할 수 있는 무료 세차권을 안 준다. 오히려 이제는 환경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가만히 보니까 셀프 서비스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주유소 사장만 이득을 보고 있다. 기름 값은 제값으로 챙기고, 주유 직원도 없으니 인건비도 안 든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셀프서비스의 시작은 슈퍼마켓이다. ‘슈퍼’라는 말처럼 큰 매장에 상품을 진열하고 고객이 그것을 직접 선택한 다음에 계산대까지 자신이 운반하는 개념이다. 이런 셀프서비스가 국내에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패스트푸드점이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이후 다방을 대신한 커피 전문점이 셀프서비스 개념을 시작했고, 이후 주유소 심지어 모텔, 주차장 등까지 확대되었다. 셀프서비스는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한국에서도 서비스 분야에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셀프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수긍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인건비 절감만큼 물품 가격을 내려 판매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유소 기름 값이 결코 싸지 않다. 특히 셀프서비스의 정석을 보이는 커피 전문점 가격은 언론에서도 질타를 받는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명 커피 가격은 미국 커피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ECD 20개국 가운데에서도 6번째로 비쌌다. 이를 두고 한국의 커피 전문점은 대형 상권을 위주로 매장을 열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690개 매장 중 약 43%인 301개가 서울에 몰려있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고객 성향과 매장 구성이 각기 달라 해외와 커피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가격차는 국가별로 운영비가 차별화됐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커피 가격 형성이 원가로만 책정될 수 없다. 임대료, 직원 인건비 등 다양한 상황이 뒤따른다. 문제는 이렇게 가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제대로 된 서비스도 못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유명 커피 전문점만이 아니다. 며칠 전 서울 북촌 기행을 하다가 조그만 카페에 들어갔다. 진짜 작은 곳이었다. 의자도 내 엉덩이가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셀프서비스라고 하면서 찻값이 밥값보다 비쌌다. 물론 다 마시고 찻잔도 직접 반납하는 서비스까지 해야 했다. 찻값을 도둑맞은 느낌이었다.

사실 커피 전문점의 셀프 서비스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커피 전문점의 전신인 다방은 그렇지 않았다. 차를 마시는 다방은 서비스라는 노동이 핵심이었다. 그곳은 여자 종업원이 손님을 접대했다. 그런 탓에 상식 없는 사람들은 여자 종업원의 인격을 무시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다방은 서비스 업종의 상징이었다.

이런 커피 전문점에 셀프서비스 문화가 가장 견고하게 들어앉은 것처럼 이제 셀프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스템이다.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업주는 인건비까지 줄여서 이득이다. 고객도 그에 따라 비용 부담도 줄어들어서 좋다.

문제는 새롭게 정착하는 문화에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노년층은 셀프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뿐만 아니라 세차장, 복사기 취급소, 주차장 등은 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셀프서비스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였다. 이들이 실직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이 점검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유소는 다른 곳에 비해서 매우 위험하다. 화재 위험이 있다. 셀프서비스라고 종업원을 쓰지 않는 대신에 안전 요원은 필수적으로 배치하는 법령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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