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지 이제 3년째를 맞는다. 교직에 재임할 당시에는 나름대로 명품학교 경영을 위해 선생님들과 더불어 노력한다고 했다. 결과로 주어지는 보상 또한 컸다. 교직에 몸담고 있다는데 긍지와 자부심도 컸다. 막상 정년퇴임을 하고 자연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 보니 나의 모든 스펙은 아무 소용없고 유치원생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다양한 사회교육을 통하여 이제 많이 적응하고 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 높은 층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학교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학교 외부에서의 생활을 낱낱이 살펴 볼 수가 있다. 교장선생님께서 학교 경영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학교경영을 잘 하고 계시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몇 교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경우가 잦다.
이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초임교사 시절에 하숙집이 근무하는 학교와 담을 사이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교실에 가서 당일 지도할 학습 자료를 제작하고 음악 시간에 가르칠 노래도 오르간으로 연습해 지도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였겠지만 교직에 발령 받은 지 2년 후 교사들이 보는 교육전문 월간지에서 공모한 월간 교육대상에 논문을 제출하여 전국대회 2등급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즈음 교단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의 교육 열정은 대단하시다. 물론 모두 잘 하고 계시지만 교단을 떠나 온 뒤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교실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고 교실에서 나름대로 교육을 설계하고 계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났다.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보내서 교육에 열심이신 선생님 칭찬해 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필자는 최근 제자로부터 점심대접을 받았다. 교직경력 5년 되던 해인 38년 전 6학년 담임을 했을 때의 제자로서 당시 반장을 했고, 6학년 9개 반이었는데 졸업할 때 전체 수석을 했던 제자다. 필자에게는 제자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것은 그 제자에게 자성예언을 분명하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임○○아! 선생님 생각인데 넌 법관 아니면 스튜어디스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진로지도를 개인적으로 해 준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까마득하게 잊고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토요일 어느 날 퇴근하여 있는데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께서 저 임○○여요. 6학년 때 스튜어디스가 되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건국대학교 영문학과 4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대한항공 국제선 스튜어디스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제자의 목소리는 기쁨이 가득하고 행복이 넘쳐흘렀다.
그 제자의 연락으로 만남을 몇 차례 연기한 끝에 만나 점심식사를 했는데 이제는 성숙한 중년부인으로 필자 앞에 선 대견스런 제자지만 여전히 초등학교 6학년으로 보였고 모습이나 목소리도 당시와 같았다. 식사를 해서가 아니라 교직에 근무한 것에 대해 보람과 긍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교직에서 많은 제자들을 만난다. 그 많은 제자들에게 도래하는 미래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자성예언을 해 줄 수 있다면 제자들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적응해 가는데 큰 보탬이 되리라 확신한다.
정보량의 대량화와 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시대를 초월해서 적용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는 “정직과 창의성”이라고 생각 한다. 글로벌 인재의 첫째 덕목이 ‘정직성’과 ‘창의성’이다. 교육에서 이뤄야할 덕목이 많지만 ‘정직성’과 ‘창의성’만큼은 시대를 초월한 교육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초임교사 시절부터 학급 급훈으로 “거울처럼 옳고 맑게”로 정하고 정직성을 강조하였다. 그래서였을까? 38년 전 제자들이 스승 찾기를 통해서 필자를 찾아 지방에서 서울까지 승용차 편으로 올라와 필자에게 식사대접을 해 주었다. 쉰을 넘긴 중후한 중년부인들과 38년 만에 만났는데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옛정을 나눈다는 것은 스승과 제자 외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추억 캐기 / 飜波 李鎬淵
사십 여년의 교직생활 보고 싶은 수많은 제자들
SNS 친구 찾는 곳에 사십년 전에 담임했던 당년 쉰 살 중년부인이 된 만나고 싶은 제자가 등장했다.
1977년 6학년 7반 28번 수석 졸업한 제자에게 “법관 아니면 스튜어디스가 되라” 고 자성예언 해 줬는데 대한항공 국제선 스튜어디스가 되었다고 행복해 하며 전화해 주었던 제자.
스승으로서 보고 싶다고 제자에게 연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도 보고 싶었기에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도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고 있다는 기특하고 대견스런 제자 연락드리고 찾아뵈려고 했는데 연락을 받으니 송구스럽다는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