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를 마음에 둔 부모라면 자기 자녀를 서울에 소재한 대학을 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 수에 비하여 서울에 사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가? 이런 현실에서 서울에서 산다고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가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리스트인 한 어머니는 세 남매를 두었다. 그중 첫째 아들은 지난 2013년,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대학생이 되었고, 막내는 부산해양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모두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실행에 옮겼다. 이제까지 부모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이것 하라 저것 하라’라는 말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네 인생을 재미있게 살라’고만 했다. 평상시 대화를 나눌 때는 학업에 대한 것보다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이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아이들도 알아가길 바랬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대학을 잘 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성공은 아니라고 이야기해 왔다.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그 속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무엇이 좋고 싫은지, 옳고 그른지 등을 선택・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길 바랐다. 그녀가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직원들을 채용하고 함께 일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결정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기지 않게 되더라는 것. 그러고 보니,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 못잖게 다양한 경험과 생활의 지혜를 바탕으로 한 판단력이야말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핵심 능력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만큼 아이들이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명하게 선택하고 바르게 판단하는 사람이 되길 희망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항상 ‘와이 낫(whynot?)’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그것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왜? 안 될 것이 뭐 있어?’라고 마음을 다지는 순간, 아이들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에게 어디든 떠나보라고 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방학을 이용해 두 달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 보라고 제안했다.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안을 작성하면 모든 비용을 적극 지원해주기로 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무조건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은 엄마의 제안에 런던을 선택했고, 두 달간의 여행에 대한 콘셉트와 대략적인 일정을 짜서 제출했다. 800만원 정도의 여행비용이 책정됐다.
엄마는 아들에게 돈을 건넸다. 아직 어린 아들을 해외로 혼자 보내도 괜찮으냐며 주변의 걱정이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고, 계획이 현실로 옮겨 질 때의 성취감을 느끼길 바랐다. 엄마들은 내 아이가 마냥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만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 그리고 그것을 실행해가는 과정이 비록 두렵더라도 울며불며 목표 지점까지 찾아가게 되면 그 자체로 큰 배움이 된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헤쳐나갔을 때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성취욕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후에는 어떤 힘든 상황을 만나더라도 언젠가는 이뤄낼 수 있다는 걸 알고, 무엇에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이후 아들은 대학을 다니던 중 군에 입대를 했고, 제대하고 난 뒤 다시 수능을 준비했다. 남들은 취업을 할 시기에 다시 대학 입학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해온 도전의 경험 덕분에 가능했다. 사실 아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를 안 했다.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학교생활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다. 그러다 군대를 갔고, 우연히 교과서를 보게 됐는데, 공부가 재밌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더니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재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국 교과서와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독학을 한 뒤 서울대에 입학했다.
학과를 결정할 때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전공을 정할 때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취업 가능성이란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아들도 처음엔 취업률 100%라는 응용통계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그때 남편과 함께 작정하고 말렸다. 배움이라는 건 흥미와 열정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린 취업보다 재밌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정치외교학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고 무사히 졸업해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바란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선호하는 직업은 대체로 비슷하고, 목표로 하는 직장도, 삶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남들과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기보다는 세상엔 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여행이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길거리 문화에서 고급문화까지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스스로 취사선택 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여행의 규칙은 관광 명소를 가는 대신 현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을 둘러보고, 홈스테이 등을 하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배우는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