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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요즘 뉴스에선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고 있다. 한 정치가의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한국 현대사를 몸으로 만들어 내신 분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이름 있다는 정치인들을 장례위원으로 위촉하여 고인의 장례를 치루게 된 것이다. 그의 서거와 더불어 나온 뉴스 가운데 하나가 오랜 정치생활과 대통령을 역임한 자로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모범을 보이고 있다. 그분의 재산은 약 50억 원에 이르는 모든 재산을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남기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신 분이다. 그분은 평소에도 정치인에게 “돈이 멈추면 썩는다.”는 생각으로 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돈은 정치인들이 스스로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정치를 하는 것은 돈벌이를 한다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정치를 돈과 관련지을 때는 부패하기 쉽다는 선입견을 가지도 있는 우리 풍토이다. 그래서 정치를 하는데 돈이 없으면 끝장이라는 식의 얘기는 부덕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인 경륜이나 정열만 가지고 정계에 발돋움할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 한 사례로 케네디 가문을 번창하게 일으킨 것은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세프 케네디였다. 그는 은행업과 선박업 등으로 백만장자가 되자 정가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49살 때는 해군장관이 되었으며, 곧 이어 영국대사로 4년 봉직한 바 있다. 그가 영국대사로 임명된 것은 그의 외교적 수완보다는 세계적 외교의 중심지인 런던의 사교계나 외교계에서 전혀 궁색함이 없이 파티를 베풀 수 있었고, 강대국가의 대사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경제적 배경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그는 정치를 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정치 때문에 돈을 잃고만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케네디대통령이 상원의원으로 진출하고 끝내는 백악관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아버지의 든든한 경제적 배경 때문이었다.

정치인에게 돈이 많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도 상당히 좋은 인상을 준다. 선거구민들도 그 후보자가 돈 많은 사람이니 우리의 사정을 모르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어쩌면 저 사람의 신세를 질 수도 있다고도 생각하고, 또 저 사람은 저만큼 가졌으니 부패하지는 않으리라고 안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대의 정치에 야망만 있는 사람이라면 우선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을 든든한 경제적 기반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점이라 생각된다.

이는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정치를 하면서 돈과 관련되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씁쓸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모든 것을 가져가려고 아등바등 하지 않았고 사회에 환원하시면서 아름답게 떠나셨다. 얼마 전 함께 근무하였던 직장 상사였던 분이 카톡으로 보내주신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없다. 그러니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글귀가 내 머리에도 올버랩 되어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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