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만 신임 EBS 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의 경영방침과 EBS 발전방안에 대한 질의답변 시간을 가졌다.
출근 1주일여를 맞은 고 사장은 "여러모로 모자란 내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게 돼 기쁘면서도 산적한 문제들을 생각할 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EBS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으로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원 조달, 교육방송의 정체성 확립'을 지적한 고 사장은 "방송발전기금, 현재 3%에 불과한 수신료 배당 인상 등 재원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EBS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방송은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앞으로 'EBS적'인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 사장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방송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EBS는 꼭 필요한 방송'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준다면 재원도 자연스럽게 확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EBS'를 키워드로 삼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종 출판물 등 EBS이 담당하고 있는 모든 제반 사업에 대해 철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비쳤다. 고 사장은 "학교 교육과 국민의 평생교육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EBS가 아직까지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면서 "여타 지상파나 케이블과 차별화되는 것들을 모두 찾아내 국민들에게 꼭 보여줘야 할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방송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는 EBS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유아교육과 다큐멘터리, 외화 프로그램 등을 꼽은 고 사장은 현행 학습프로그램들은 더욱 응용하고 전인교육, 기초학문 쪽에 관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늘려가고 싶다고 밝혔다.
교육현안을 다루는 EBS 프로그램의 제작 방침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고 사장은 EBS는 앞으로 교육계에 대한 부정적 비판이나 고발보다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 제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최근 EBS에서 교육현안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교육부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제작진들에게도 즉각적인 보도형태의 프로그램보다는 '외국에서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더라'와 같이 건설적인 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을 통하면 사교육비 절감이나 NEIS 등 민감한 교육현안도 간접적인 설득과 새로운 정책적 대안 제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사교육비 절감을 하려 한다고 해서 꼭 '사교육비'라는 표현을 쓰고 구호나 슬로건을 내거는 것을 낡은 방식"이라면서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정책당국자나 이해당사자들이 EBS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가 집중적인 고민을 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