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중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취업에 이르는 길은 매우 힘들다. 학벌·스펙 위주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과 직무 중심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능력 중심 채용 실천 선언 대국민 선포식`이 얼마전제 열렸다. 국무총리실,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정부기관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10대 그룹, 중소·중견기업 대표 130여 명이 참여해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을 다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취업 준비생들은 기업의 불명확한 채용 기준 때문에 불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한 것이 사실이다. 휴학하거나 졸업을 미루면서 토익, 자격증 등 평균 5.2개의 스펙 쌓기에 매달린다. 2012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 대졸자의 평균 스펙을 쌓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4269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또 입사지원서에 직무능력과 아무 상관없는 인적사항을 기재하게 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질문을 하는 등 채용 과정의 불합리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날 실천 선언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활용, 선발 기준 사전 공지, 과도한 스펙 요구 지양, 청년들의 열정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채용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동안 학연·지연을 동원한 취업 청탁이 만연해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선언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탈스펙 채용이 엉뚱하게도 집안 좋고 백 있는 집 자제들을 뽑기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번 선언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누구나 능력을 갖추면 학벌·집안과 상관없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헬조선, 흙수저, 열정페이 등이 유행어가 될 만큼 사회에 대한 20대 청년들 불신의 뿌리는 깊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청년들의 고통과 좌절은 더 커질 것이다. ‘알파고 쇼크’가 보여줬듯 미래는 창의성과 능력이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더 이상 학벌사회의 벽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해 130개 공공기관에서 NCS 기반의 능력 중심 채용을 도입했는데 그 결과 신입사원 중도 퇴사율 감소, 출신 대학 다양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과잉 스펙과 채용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것이 기업과 취업 준비생들이 상생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