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소식이 우리 시선을 이끈다. 아프리카 나라 중에 우리와 관계가 깊은 나라는 에티오피아이다. 이 나라는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5차에 걸쳐 6037명을 파병하여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도운 나라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난한 나라, 커피의 나라로만 기억하는 것으로만은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전 세계가 그렇다 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그것을 누리게 된 배경에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희생이 있었다는사실이다.
당시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는 에티오피아어로 '혼돈에서 질서를 확립하다', '격파하라'는 의미의 황실 근위대로 구성된 최정예 부대 강뉴부대를 파병하여,'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같은 명령을 받은 강뉴부대는 불굴의 의지와 용기로 불패의 신화를 쓰면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같은 배경은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의 침략을 받은 에티오피아군은 끝까지 저항하였으나 결국 패전을 하였다. 그러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영국으로 망명길에 올랐다가 제네자 국제연맹에 가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에티오피아를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약하고 이득이 될 것이 없는 나라를 선뜻 돕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작은 도움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셀라시에 황제는 에티오피아의 젊은이들을 모아군사훈련을 시켰다. 그 결과 1941년 드디어 이탈리아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
그 후 유엔이 설립되자 셀라시에 황제는 유엔에서 "우리가 힘들 때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지만 원망하지 않는다.그러나 앞으로 우리와 같은 나라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약한 나라를 도와주자!"라는 집단 안보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유엔은 셀라시에 황제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집단 안보는 세계평화를 향한 진보적 한 걸음을 떼게 한 위대한 결과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 후 공교롭게도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하였다. 그러자 살라시에 황제는 집단안보를 주장하며 유엔에 한국을 도울 것을 강조했다. 강뉴부대는 16개국 참전군인 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게 싸웠다고 한다. 123명의 전사자와 536명의 부상자를 냈지만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기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전쟁터에 나와 어떤 참전 용사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 받은 월급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부대 안에 '보화원' 이라는 보육원을 만들어 전쟁 고아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잠을 잘 때는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줬다고 한다. 6.25가 끝나자 이렇게 고마운 활동을 마치고 모국으로 돌아가자 에디오피아는 7년 동안 극심한 가뭄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목축업을 하던 나라에 풀이 없어지자 가축들은 굶어 죽었고, 그로 인해 아프리카 최강국이었던 에키오피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어떤 해에는100만명이 굶어 죽기도 했다. 가난에 시달리자 사람들은 봉기했고, 1974년 맹기스투라는 군인이 공산주의를 주장하며 쿠테타를 일으켜 에티오피아는 공산국가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강뉴 부대원들 또한 공산주의와 싸웠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가두거나 재산을 몰수하는 등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받게 되었다. 이같은 핍박을 견디다 못해 어떤 분들은6.25 참전사실을 숨긴 채 이름도 바꾸고 뿔뿔이 흩어져 숨어버렸다고 한다.
그후 에티오피아는 공산정권에서 민주정부로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참전용사들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존망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그분들은 대한민국이 지구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달려왔고 가장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모르고 그저 가난한 나라, 불쌍한 아프리카의 한 나라로만 기억한다는 것이 더욱 슬픈 일이다. 행복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희생한 그들의 피와 땀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65주년 한국전 참전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날 수 있었다며,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음에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사랑해주고 계신 참전용사 분들을 대한민국 국민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와 민간에서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보답하기 위해 1998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경제적 지원을 시작했다. 6·25 전쟁 60주년인 2010년도에는 공무원 봉급 우수리(1,000원 미만) 모금활동을 추진해 매년 600명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는 생존 참전용사들에게 생활 영예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도 양국의 교류 확대와 우정 증진을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밝히고, 세계평화를 위한 활동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