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일본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역사교사 대상 강의 및 일본의 현 경제상황을 묻기도 하고 물가를 느끼면서 싸돌아다니고 왔습니다.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도 먼저 선진국에 진입하였으나 빈번한 정권 교체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경제도 침체하는 등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공무원은 봉급도 줄어들었고 정년 후 연금도 줄어드는 등 미래세대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는 안정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산업구조와 제도면에서 그 뒤를 따라가는 우리 나라이기에 일본을 잘 연구하여 문제점을 극복한다면 어느 정도 큰 피해는 줄일 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자원과 자본이 없는 우리 나라같은 신흥국들은 ‘세계화의 황금시대’에 무역과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 것이 사실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미국·유럽 경제가 침체되면서 신흥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졌습니다. 신흥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해 세계 경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주요 7개국(G7)’에서 브릭스와 한국·호주·터키 등이 참여하는 ‘주요 20개국(G20)’으로 바뀌면서 신(新)국제질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신흥국 경제도 침체에 빠져들어 올림픽을 열고 있는 브라질과 러시아의 경제 성적표는 최악이지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 4%에 가깝고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9%, 러시아는 16%에 달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두 자리 숫자에서 6.9%로 낮아졌고,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신흥국의 수출이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자재 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브라질이나 러시아 같은 상품 수출국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와 양적완화를 계속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취약 5개국(터키·브라질·인도·남아공·인도네시아)’을 포함한 많은 신흥국이 금융 불안을 겪었습니다.
외부 충격뿐만이 아니라 내부의 취약 요인이 신흥국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지도층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가 되었습니다. 인도는 재정적자가 많고 노동·토지 개혁에 진전이 없으며, 중국은 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국유기업과 금융 개혁이 느린 실정입니다. 러시아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경제체질 개선이 쉽지 않습니다. 많은 신흥국에서 기업 규제가 심하고 정부가 다양한 이익집단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 G20은 존재감이 거의 없으며, 새로운 국제질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무역 분쟁이 늘어나고 정치·군사 대립도 심해져서 러시아는 크리미아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고,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유권으로 주변 국가들과 대립을 하고 있으며,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은 계속되고 중동 정세는 매우 불안한 형편이지요.
중국과 러시아에서 시진핑과 푸틴이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미국·유럽·일본에서는 국수주의가 지지를 얻고 있는 등 모든 강대국이 개방보다 고립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좇으면서 세계의 리더가 없는 ‘G0’의 대혼란 시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됩니다. 국제 분쟁과 대립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신흥국들의 앞날이 백척간두에 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국은 신흥 경제국의 선두 주자로 경제 개발을 시작한 1962년부터 40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경제력 순위는 세계 11위이고 수출 규모는 세계 5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000달러가 넘습니다. 중국·브라질·러시아는 소득이 1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인도는 겨우 1600달러 수준이니,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적은 인구로 정말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할 것 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대혼란의 시대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정의 두 중심축인 경제와 외교가 흔들리고 있네요. 세계 경제 침체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아 실업자가 늘어나고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 사회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저금리와 재정확대를 고수해도 경기 회복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다. 증가하는 민간 부채, 대외 변동에 취약한 경제구조, 심화되는 경제 불균형, 급속한 고령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쌓여 있습니다.
교육문제도 대학을 비롯하여 구조조정이 과제이나 이 벽을 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최근의 이대사태에서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학교현장의 책임을 다하는 일본 초,중,고등학교에는 선생님들이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 위하여 무더운 더위도 참아내면서 학교현장에서 근무하는 모습이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게 보였습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은 제 역할을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신흥국 중 최초로 2010년 G20 의장국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다자 외교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고,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 양자 외교 관계도 결코 순탄하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대로라면 남북 관계도 개선의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많은 출자를 하고 얻어 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부총재직도 잃었으니 책임을 다하지 못한 리더들을 쳐다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수도 있네요. 우리는 항상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잠재력을 잃어가고 국가의 리더십과 지배구조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으니 이 나라 정치를 맡은 지도자들은 밤을 세우면서라도 배우고 토론하면서 이 나라의 가야 할 방향을 바로 잡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이해를 구할 것은 사전에 공개하면서 대화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길 기대하여 봅니다.
지금 올림픽 현장에는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 훌륭한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금 메달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이 시대에 국민들에게 더 좋은 지도자로 다가가는 정치 지도자를 기대하여 봅니다. 4년간 땀 흘려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선수들처럼 정치 지도자와 국민 모두가 합심해 우리 앞에 펼쳐진 풍파를 헤치고 나갈 선장은 누구이며,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답변하는 훌륭한 리더십을 기대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