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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계행(啓行)의 선생님

어제 내린 비로 인해 하늘은 더욱 높아보였고 아름다웠으며 온갖 더러운 먼지를 다 사라졌다. 거기에다 날씨는 여름의 자리에 가을을 앉혀 놓았다. 얼마나 고마운 비인지 모른다. 상선약수라, 물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물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물보다 더 그리운 것도 없다. 물이 곧 생명이다. 물이 곧 희망이다. 물이 곧 기쁨이다. 물처럼 신학기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마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있을 것이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은 무거움이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마음은 평온하며 모든 이들에게 밝은 표정을 보이면 더 좋다. 말을 아끼는 것이 좋고 대답해야 할 말이 있으면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누가 봐도 과묵해 보이는 것이 좋은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목민심서에 “부임길에서도 장중하고 화평하며, 간결하고 과묵하여 말을 못하는 사람처럼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처음부터 잘난 체하면 안 된다. 전임학교는 어떤 데 하면서 비교해서도 안 된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앞서가도 안 된다. 약간 부족한 듯, 모자란 듯 보이는 것이 여러 선생님들에게 좋은 것이다.

말을 적게 하면 그 선생님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아지게 되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표정은 언제나 밝아야 한다. 어두우면 안 된다. 특히 불평이 있으면 정말 안 된다. 불평은 더 큰 불평을 가져오고 모두에게 부정적인 바람을 일게 한다.

겸손해야 하고 감사하는 말이 나와야 한다. 말은 아끼되 행동은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처음 학교에 부임하면 모든 것이 낯설다. 하루 속히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전체의 시설도 돌아보고 나름대로 파악해서 메모해 둘 필요가 있다.

먼저 오신 선생님들의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귀담아 들으면 선생님이 빨리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오자마다 전임학교에서 하던 해도 하려고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목민심서에 “관부를 두루 찾아가 마땅히 먼저 임관된 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것이며 해학으로 밤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계행(啓行 : 신관(新官)의 부임 행차)의 선생님은 또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있는데 복장단정이다. 남선생님은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하며 여선생님은 정장을 하되 수수한 옷이 좋다. 너무 화려하거나 비싼 옷도 교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계행의 선생님이 되어 새로운 신학기를 보람되게 보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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