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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축·시설 행정이 달라져야 한다

어떠한 요구에 따른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교 건축에 있어서의 요구란 바로 교육이며 그 시대의 교육적 요구에 따라 학교 건축도 달라져야 한다.

이순세(희망교육연대 공동대표, 서울시 교육위원)


무리한 7.20…전시 행정 본보기

7.20교육여건 개선사업 추진으로 학교현장에 교실공간확보 업무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실을 신·증축하여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시·도교육청의 장·단기 학생수용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실정과 방법을 무시한 채 중앙정부에서 기간을 정해 무리하게 추진함은 지방교육자치정신을 훼손하고 지방교육의 특성을 무시한 행정의 본보기라고 생각된다. 모든 건축물이 그렇듯이 학교 건축물도 현재의 용도·기능뿐만 아니라 후대에 물려 줄 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도 강조되어야 한다. 건축된 지 3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아파트나 학교 건축물이 재 건축되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건축 및 시설 행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의 건축물 수명이 수 백년을 유지하고 오래된 건축물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아닌 단기적인 전시성 행정에 치우치는 우리의 학교 건축 현실이 안타깝다. 더욱이 7.20학교교육여건 개선 사업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의 오늘의 학교 건축 상황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학교건물도 시대변화에 따라야

건축은 생활과 공간과의 대응관계에서 일어나는 행위이다. 어떠한 요구에 따른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교 건축에 있어서의 요구란 바로 교육이며 그 시대의 교육적 요구에 따라 학교 건축도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획일적 주입식 교육이 요구하던 대중교육시대에는 획일적인 표준 설계도에 의해 공사비가 적게드는 일자형 학교 건축물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지식 정보시대의 사회적 요청에 따라 교육도 변화를 가져와야 하며 학교 건축도 당연히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7차 교육과정 전면 실시에 앞서 다양한 교육방법이 도입되어야 하고 다양한 형태의 학교 건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1994년 이후 표준 설계도를 탈피하여 다양한 형태의 학교 건축물을 설계·시공하고 있다.
근대이후의 학교건축의 변천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산업혁명시대의 고전건축과 제1차 교육혁명인 대중교육의 실현, 제2차 세계대전이후 제2차 교육혁명인 교육환경의 개선,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제3차 교육혁명인 Open Education의 실현을 통해 대중교육을 탈피한 개인의 다양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학교건축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학생과 교사가 각 교과 시간마다 과목의 종류에 따라 학습공간을 어떻게 나누어 사용할 것인가의 운영방식에 따라 학교 건축이 달라진다.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운영방식으로 종합교실형이 만들어 졌으며 특별한 교과학습을 위해 특별교실을 첨가한 특별교실형을 만들어냈고 1960년대에서 1993년까지 적용된 표준설계도에 의한 우리 나라 학교 건축의 정형화된 스타일이기도 하다. 교육과정 운영방식에 따라 종합교실형, 특별교실형, 교과교실형, 계열별교과교실형 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PAGE BREAK]이제 Open Education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른 학교 건축의 형태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오픈화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학교건축에 대해 정해진 교육적 요구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Open School 이라는 활동 장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래 추측할 수 없는 활동에 대응 할 수 있도록 구성함과 함께 미래의 활동을 새로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을 지닌 학교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7.20교육여건개선사업처럼 획일적이고 전시적인 목표 물량 위주의 기존의 학교 건축행정으로는 장래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실·복도 등의 구성분포 변화

기존의 표준설계도에 의한 교사에서는 교실과 복도의 2가지 공간으로 구분되며 21세기 현대화학교에서는 교실, 교사 공간, 화장실, 복도 등 4가지 공간으로 구분된다.
위의 보통교실 면적 배분표를 보면 기존 학교의 한 학급당 교실은 7.5×9.0m으로 75%를 차지하였고 복도는 2.5×9.0m으로 25%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화 학교에서는 교실면적이 줄어들고(58.72%) 복도면적이 늘어났으며(30.67%) 교사연구실(3.75%)과 화장실(6.86%)이 별도로 나타났으며 열린 학교에서는 교실(53.35%), 복도 및 Open Space(35.30%), 교사연구실(8.42%), 세면코너(2.93%)로 나타나 있다. 1학급 당 교육 면적이 기존학교 67.5㎡, 현대화학교 79.69㎡, 열린 학교 119.96㎡으로 약간 늘어나고 있으며 열린 학교에서는 복도개념을 없애고 복도 공간을 Open Space화하여 다목적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학급당 학생수가 35명 이하로 감축되는 현실에서 교실 공간의 과다 유무는 의미가 없으며 복도와 교실 구분 없이 열린 학교로 건축한 일부 학교에서는 교실 복도를 칸막이로 구분해달라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요즈음 21세기형으로 건축된 학교에서는 기존의 열린 학교의 불편을 감안하여 저학년 동에 Movable partition을 설치하여 필요시 교실과 복도 공간 면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여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2001년 완공된 서울신기초등학교 등).
우리의 현대화 학교의 1인당 교육용 면적, 비 교육용 면적 모두 영국·일본 등과 비교 할 때 크게 뒤지고 있는 현실이며 앞으로 7.20교육여건 개선 사업이 끝나도 계속적이고 체계적인 학급당 인원 수 감축 사업을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건축개념 정립의 필요성

학교건축계획의 이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다양한 교육방법에 대응하는 학교시설을 위해서는, 교육방법의 다양화에 대응하는 환경을 구성해야 하고 정보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로, 풍요로운 교육환경으로써의 학교시설을 위해서는, 풍부한 인간성을 교육하는 환경을 구성해야 하고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내는 환경을 구성해야 하며 상징성·문화성을 지닌 시설환경을 구성해야 한다. 셋째로, 지역사회에 있어서의 학교시설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 하고 학교교육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지역의 인적자원 활용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 하며 지역주민의 학교시설이용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 넷째로, 앞으로의 학교시설계획의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교육방법 등의 다양화에 대응하는 시설의 건축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학교시설의 재개발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학교 시설의 질적 향상과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PAGE BREAK]앞으로 우리의 학교건축개념이 새롭게 정립되고 다양한 교육방법에 대응하는 학교시설로, 학생들에게 미적 정서를 심어줄 수 있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학교 환경시설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환경 시설로 재정립되어야 하겠으며 교육방법 다양화에 대비하고 학교시설의 질적 향상과 관련된 문제, 학교 재개발 문제 등의 학교시설과제 수행이 착실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21세기 학교건축 및 시설관리 행정은 재정립되어야 하며 지방교육자치정신을 존중하여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과감히 줄이고,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차원에서 예산 및 행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 건축물은 외적인 미관과 학교 숲 조성 등 환경 친화적 아름다운 학교 건축물로 설계되고 시공되어야 하며 여러 계층의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조성되어져야 할 것이다.
일부 행정 구청에서 높은 담을 허물고 공원화 하여 지역주민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많은 학교에서 담을 헐고 공원화 하여 학생들의 정서함양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지식기반사회 구축과 지식 정보사회에 부응하고 제7차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학교정보센터 건립과 학교도서실의 전산시스템 구축 등이 선행되어야 하며, 교단선진화 사업 및 학내전산망 구축이 완료된 현시점에서 교실도 정보화 기능 형태로 달라져야 하고 교실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교단 선진화 시설에 걸맞게 교실의 칠판 등 과거의 교구 시설 기준은 대폭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교육문화유산’으로 남도록 해야

우리의 학교건축물은 이용의 효율성 면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저학년 교실의 시설은 오전만 사용되며 고학년의 경우에도 오후 몇 시간 더 사용될 뿐이다. 운동장, 교실, 실내체육관, 정보센터 등의 시설물을 지역사회나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학교 시설을 낮 시간 사용에 한정하지 말고 24시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서울신동중학교에서는 일부 시설을 임대하여 연간 3억원 이상의 세입을 올리고 있다).
학교건축물의 신축에 투자하는 이상의 노력과 비용을 학교건축물 유지 관리에 투입하여 수 백년이 지나도 새 건물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우리 나라 학교의 대부분이 건립당시의 건축물 시설 배치 설계도면 등이 보존되지 않아 시설 보수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 철저한 유지 보수 및 건축물 관리 기법을 도입하여 수 백년 된 건물을 자랑으로 여기는 풍토와 20∼30년 된 건물을 재건축하는 우리 현실과 비교할 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02년도부터 학내전산망 등 교단 선진화 시설 총 공사비의 8%를 유지 보수 예산으로 책정하여 유지 보수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건축물 유지 보수 및 노후화 방지를 위해 매년 수 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선진국의 경우 일정액 이상의 건물 유지보수비를 책정하여 건축물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소유 위주로 추진되어온 학교 건물을 장·단기 임차하는 방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 학생 수 증감에 대비하여 학교 건축물을 일반 건축물처럼 임대차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우리의 교육 예산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2001년부터 새로운 학교회계 도입으로 학교 시설물 임대 수입을 학교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선진국의 경우에 학교 건물을 장기 임대하여 불편 없이 사용하는 예도 많이 있다. 정부에서는 학교 건물 임대차제도가 활성화되도록 학교용도에 맞게 건축물을 신축하여 임대차 하는 기관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관련 인프라 구축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PAGE BREAK]학교 건축물을 학교라는 단순 교육활동기능 이외에 다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해볼 필요가 있으며 초·중·고·대로 분리된 학교 체제를 초·중, 중·고, 초·중·고, 고·대, 초·중·고·대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로 연계하여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외국의 경우 초중고 통합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존재하며 학교시설 내에 학교+양로원, 학교+동사무소 등 다양한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원을 증원하며 필요한 교실을 건립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교실 건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교실 숫자 채우기에 치중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교육여건개선사업이라고 말할 수 없다. 7.20교육여건개선사업추진으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단기간에 걸쳐 12조1797억을 투입하여 1208개교를 신설하고 3만6120학급을 증설하는 일은 시·도교육청 등 지방교육자치단체 실정에 맞게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중앙 정부에서 정해준 학급 증설 목표 달성을 위해 운동장이 없어지고 수십년 간 정성들여 가꾸어온 학교 숲이 파괴되고 실내체육관, 다목적교실, 과학실, 음악실, 미술실 등 특별실이 일반교실로 전환되는 사업은 교육여건개선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 시기와 방법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여 미래에 손색없이 물려줄 교육문화유산으로 학교 건축물이 건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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