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수학교육의 목적을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수학적 사고를 잘 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수학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 되지만 후자의 입장에서는 수단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수학을 잘하는 수학자는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수학적 사고를 잘 하는 사람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데 특히 중요한 정책 결정이나 판단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합리적·객관적·능률적 사고능력이 요구되며 수학적 사고능력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에서 수학을 합리성과 논리성을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수학을 배우면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고 구조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에는 그 핵심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것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작용하게 된다. 이를테면 어떤 회사의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들로서 회사의 재무구조, 환율, 원자재 가격, 경쟁회사의 상태, 국제정세, 국내정세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생각할 수 있는데 이들은 또한 각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갖고 있으며 서로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회사의 주식 변동을 예측하기 위해서 여러 요인들 가운데 핵심적인 것을 골라내어 분석하는 도구가 필요하며 이런 도구를 만드는 데 수학 이론이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요즘 들어 ‘창의력 교육’이 유·초등교육 현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수학교육의 입장에서 아동들의 창의성을 계발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연구가 공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사교육기관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창의성의 뜻을 정하는 입장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학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여러 가지로 고안하는 유연성과 문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독창성을 포함하는 능력” 또는 “기존 개념으로부터 적어도 나 자신에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즉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란 새로운 사고, 다시 말해서 독창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아무리 독창적인 사고라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합리성과 논리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그 가치가 크게 줄어든다고 하겠다. 이런 이유로 창의력 교육에 있어서 수학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학교과의 교육과정에 이를 반영해오고 있다.
수학교육에 있어서 창의력 교육은 수학 지식의 직접적인 응용을 통해서보다는 수학적 도형의 구조와 특성, 공간 상상력 등을 키워주는 수학적 활동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학교과 학습을 통한 공간 지각능력의 배양은 원리의 관념적 이해보다는 조작활동을 통한 경험적 체득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활동학습이나 탐구학습, 체험학습이 가능한 학습소재를 이전보다는 많이 다루고 있지만 교육 내용이나 소재의 다양성을 비교해볼 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에 필자가 재직하는 숭실대 수학과에서는 유·초등학생들이 수학적 활동을 통하여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활동학습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 1999년부터 ‘창의력 수학교실’을 운영해 오면서 선진국에 비해 우리 나라 수학교육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도형과 측정, 공간 지각능력, 조작활동, 커뮤니케이션, 소집단 협동학습 등을 소재로 수학적 창의력을 계발시키는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연 2000여명의 유·초등학생들이 경험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PAGE BREAK]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던 5년 전부터 ‘창의력 수학교실’을 통해 우리 나라 수학교육계에 소개되었던 펜토미노, 패턴블록, 도미노, 소마큐브, 기하판, 칠교판, 창의력벽돌 등과 같은 활동교구와 테셀레이션, 선그리기, 종이접기 등의 활동소재 및 이들을 활용하는 단계별 활동학습 프로그램은 이제 30여 초등학교에서 수학수업에 활용할 만큼 보편화되었다. 특히 이와 같은 활동학습 소재는 아동들의 과제 집착력과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조작활동을 통한 체험적 직관력과 창의력을 키움과 동시에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은 국내외의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이런 활동학습 소재가 아동들이 조작과 탐구 활동을 통하여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창의적 활동을 통하여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력은 우리 학생들이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수학적 사고를 잘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여 장차 우리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것임을 더욱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하고 충실한 학습소재와 교육내용이 더 많이 연구되고 개발되어 21세기를 이끌어갈 창의성이 풍부한 인재 양성에 수학교육이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