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고교 현장의 문제점으로 논의되고 있는 화두(話頭)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대학지원의 편향화 문제이다.
요즘 고교생들의 입학 면담 내용을 분석하여 보면 자신의 성적이 상위권이라고 판단되면 한결같이 대학지원 희망학부가 의대라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학문이나 장래 희망 직업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일선 고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것이 IMF의 영향이고 전문직 선호라고 하더라도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개성을 무시한 진로 선택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칫 전 국민의 의사화(醫師化)로 기형적 학문발전뿐만 아니라 망국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안정되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학과이고 직업이라 하더라도 온 국민의 의식이 그런 쪽으로만 기울어 있다는 점이 놀랍고 슬픈 일이다.
물론 희망이 그렇다고 모두 다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니며 사회가 도시화·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육체적 병이나 정신적 병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며 환자가 많으니 의사도 많아야 하겠지만 인술(仁術)을 하겠다는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고교생들이 철학도 하고 역사를 공부하여 세계적 철학자, 역사학자가 배출되어야겠으며 기초과학에 정진하여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노벨상 수상으로 세계 인류사에 이름을 남기는 차원 높은 의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국력의 밑바탕은 인재를 골고루 여러 분야에 나누어 쓰고 자기의 소질을 계발해야 하거늘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연구소에서는 인력이 모자라서 새로운 연구나 프로젝트를 실시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서비스 업종으로 몰려가서 쉽고 편하게 살려고만 하니, 중소제조업 기능 인력은 절대 다수가 모자라서 인근 개발도상국들의 불법체류자로 메꾸어 가고 있는 현실이 한국 장래 산업구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의 제도적 틀을 혁신하여 이공계로 우수 인력이 분산되고 중소제조업에 종사해도 경제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는 겸손한 교사가 요구되는 학교현장이다.
자기 학문 영역을 스스로 점검해 보고, 대학시절이 한참 지난 지금, 새로운 학문의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기 수련을 연마하여 양질의 전공 학문을 제자들에게 제공하는 교사가 필요하다. 항상 학생들을 관찰, 대화, 학습 진단 및 과정을 점검하여 미성숙 상태의 고교생들을 자상하게 이끌어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겸손한 교사가 요구된다. 너무 과거의 자기 과시나 도취에 빠져 수요자인 학생의 성격, 능력, 환경, 상태를 간과하고 무시하여 교수-학습 상황에서 의사교환이 엇갈리고 구태의연한 지식만 집어넣으려고 열중하는 오류를 저질러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교사나 관리자는 없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진정한 교단교사나 관리자는 학생과 함께 생활함으로써 그들의 생활사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대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하며, 공부에 능력이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예체능이나 기술 분야에 재능이 있다면 그 길로 가서 사회의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오늘날은 컴퓨터 등의 첨단 교육자료를 맹신하여 물리적 도구에 의한 것이 선도적 수업인양 착각하고 있다.[PAGE BREAK]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스킨십을 통하여 신뢰감이 형성되고 서로의 내면적 교감이 형성될 때 최대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학생의 성숙도에 적합한 교육방법으로 접근해야 학생은 그 지식을 소화해서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셋째는 민족적 기상을 높이는 교육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한편, 중국은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 우연히도 올해는 갑신정변이 일어난 지 120년째 되는 갑신년이기도 하다. 국제 정세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자기 나라 중심의 역사관에 의한 국력 팽창을 시도하려는 냄새가 역력히 풍긴다. 우리의 한국사를 뒤돌아볼 때 과거 강대국의 침탈 속에서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지혜롭게 시커먼 불의의 그물 속을 빠져 나와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이 때에 또 다시 주변국들은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려고 획책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반성해 보건대, 우리는 위대한 선인들의 문화를 너무나 쉽게 버렸고 무시해 왔다. 민족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외래 서구 문명을 비판도 없이 맹종하며 휩쓸려 오다보니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한국인다운 사고를 가졌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왔다.
오늘의 개방화, 세계화 속에서도 우리의 고유문화를 지켜야 고구려 역사를 지킬 수 있고 외로운 섬 독도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나태함과 호의호식의 안일함에서 벗어나 신자유주의, 세계 패권주의의 흐름을 직시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 우리의 피와 살을 도려내려는 주변국의 망언과 역사 왜곡에 대하여 대노궐기해야 한다. 이 같은 교육이 처한 현실을 과도기라고 볼 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교육입국’이라는 대명제를 세워 초등, 중등, 고등 교육의 종사자들이 제2의 IMF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교육사랑의 사명감을 가진다면 한국 교육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