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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무대돋보기> 로렐과 하디, 천국에 가다

서로를 의지하는 그곳이 곧 천국…


"아!"

달 씨어터의 연극 '로렐과 하디, 천국에 가다'(원작 폴 오스터, 연출 김경식·10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인켈아트홀 02-765-1638)는 두 배우가 서로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이마를 부딪치며 지르는 외마디 비명으로 시작된다.

두 배우의 행동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석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내가 나 맞니? 그럼, 넌 너야?"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로렐의 질문과 어떻게 쌍안경이 배낭에 들어있냐는 물음에 "내가 배낭에 넣었으니까 있지"라고 거들먹거리는 하디는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꼬투리 잡기와 말다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하지만 어린애 같기만 한 주인공들이 사실은 매일 반복되는 삶에 힘겨워하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실 이들의 삶은 천국과 전혀 거리가 멀다. 로렐과 하디는 '그들'이 내린 지시사항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따라야하며 하루종일 작업장 밖을 벗어나지도 못한다. 오늘이 며칠인지 날짜도 모르면서 작업 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에 기계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돌더미는
너무나 무겁기만 하다.돌 하나를 힘겹게 옮긴 후 로렐은 "우리가 불가능한 것을 해냈다"며 뛸 듯이 기뻐한다.

"이게 끝이야?"
"아니, 이제 시작이야."

쌓고 쌓아도 여전히 산적한 돌. 지쳐버린 로렐과 하디는 돌 쌓는 일을 거부하려 한다. 그리고 그때, 잊고 있었던 한가지 사실을 기억해낸다. 바로 어제도 그들은 일을 거부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을….오늘이 어제와 같았던 것처럼 내일도 오늘과 같을지 모른다. 하루 하루가 녹음테이프처럼 반복된다면 그처럼 허무한 삶이 또 있을까. 그러나 매일 똑같이 돌을 쌓고 있지만 로렐과 하디는 어제와 달리 그들이 새로운 벽을 만들어냈다는 놀라운 성취감을 발견하게 된다.

반복되는 두 사람의 티격거림 끝에는 항상 화해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로렐과…'는 자기만의 틀에 박힌 현대인의 부조리함을 꼬집으면서도 결국에는 삶을 긍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렐과 하디는 마지막 돌을 함께 들어올린다. 그리고 마치 천국에라도 들어선 듯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주어진 작업을 끝마치고 너무나 뿌듯해진 로렐은 오늘 세운 벽 앞에서 하디에게 다시 묻는다.

"이게 끝이야?
"오늘은."
"그럼 내일은?"
"내일은, 내일 걱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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