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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없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선안

정 진 환 / 동국대 교수


최근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선방안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와의 연계 강화에 초점을 두어, 교육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감 부여,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로 하는 교육감 주민 직선제, 시·도교육위원회의 시·도의회 분과위원회로의 소속 이동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선방안은 그 동안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교육위원회의 독립형 의결기구화를 요구해 온 교육계의 주장과는 역행되는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더욱이 교육자치제를 기초단위까지 확대하여 지역교육장을 구청장과 함께 선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교육청의 수적 증가에 따른 예산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점에 비추어 매우 적절치 않은 개선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개정안은 일반행정에의 교육행정의 예속을 예고하고 있어 교육자치의 기본정신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을 저해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며 시대적 조류에도 역행하는 방안이라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교육의 본질이 가치 창조적 활동이기 때문에 교육행정은 외부의 간섭이나 통제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교육자치 확립에 있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기초이념이며, 교육행정의 특수성과 전문성 인정을 기반으로 한 일반행정으로부터의 교육행정의 분리·독립은 교육자치 확립을 위한 주요 관건이 된다. 그러기에 헌법이나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등에서도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보장하게 위해 교육·학예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인 자치단체장과 별도로 특별기관으로서 교육위원회와 교육감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991년 지방교육자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도 교육자치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행·재정상의 비효율성의 문제를 내세워 교육행정의 전문성 인정과 일반행정으로부터 분리·독립은 미결의 상태로 시행착오만을 거듭해 오고 있다. 현 정부가 마련한 교육자치개정안에 기초해 보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함께 교육행정에 대한 외적인 세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력 배제의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리의 교육자치는 또 다시 시련을 겪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정부주도의 이번 교육자치법 개정안은 주민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 하의 교육감 주민직선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정당 소속인 시·도지사 후보와 러닝메이트로의 연계는 ‘지방교육의 특정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과 ‘시·도마다의 들쭉날쭉 교육정책 혼란’으로 인한 교육의 혼란을 초래하고 진정한 교육자치 확립에 저해되는 착상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당리당락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이루어지는 교육개혁 안건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는 물론 온 국민들을 혼란의 늪 속에서 수없이 허우적대게 하고, 희망과 신뢰보다는 ‘이번 개정안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하는 회의만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내세운 참여정부의 교육혁신을 위한 과정과 정책이 그동안의 다른 정권들의 과오(위로부터의 개혁)를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특히 교육의 정치적 중립의 훼손은 급진적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행정의 전문성 향상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 사회는 지식이 모든 부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사회로 교육자치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정보화와 세계화를 동반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적 조류는동안의 사회를 지배해온 중앙집권적 통제에 기초한 교육에서 개방과 경쟁을 향한 현장 중시의 다양성, 자주성, 자율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경우 교육행정은 고도의 전문성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교육자치법 개정안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와의 연계 강화를 통해서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의 한 분과위원회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교육현장을 중시하는 다양성, 자주성, 자율성 등은 물론 교육행정의 전문성 보장이 무시되고 있다. 교육행정의 특수성과 전문성 무시는 큰 정부에서의 중앙집권적 통제의 틀이 환생하는 과오의 반복과,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교육의 적응력 약화를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 자체의 행정의 다양성, 전문성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교육의 문제가 더욱 과장되고 교육시장의 개방화와 세계화의 흐름에서 경쟁력과 적응력 상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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