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입시문제는 벽에 비친 그림자

박남기 / 광주교대 교수 ngpark@gnue.ac.kr


새로운 대입제도가 발표되자 또 다시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입시제도에 대한 각양각색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입시제도는 대부분 사용해보았고, 그 것도 부족해서 새로운 제도를 다양하게 만들어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 드러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입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벽에 비친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각종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입시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입시제도 개선방향 논의시 고려해야 할 것은 우리 교육의 강점 유지, 입시제도 문제의 뿌리, 입시제도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와 그 타당성 등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시전쟁은 일부 명문대학과 특정 학과를 향한 전쟁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입시제도를 논할 필요도 있다.

만일 영국이나 미국이 그러하듯이 귀족층이나 부유층의 학교를 따로 만들거나 대입에서 이 학교 졸업생에게 특혜를 준다면 교육전쟁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는 많은 사람들의 의욕을 꺾고 사회의 침체와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입시제도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 아니라 학생의 능력에 따른 공평한 제도 여부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전쟁이 다른 사회에 비해 더 치열한 이유는 사회의 극한 경쟁 상황, 학교 졸업장의 높은 가치, 졸업장 이외의 다양한 대안 부족, 학교 선택에서 부모 배경 고려 금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 직업간의 소득 및 지위 격차 심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학입시와 관련해 나타나고 있는 문제 중 과도한 사교육비, 부모와 학생의 고통 등은 입시라는 벽에 비친 그림자이므로 입시제도라는 세척제로는 지울 수가 없다. 국가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사교육비로 인한 불평등, 부모의 교육열이 냉각된 집단의 문제이다. 입시를 통해서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방법은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농어촌 출신 학생이나 소외된 가정 출신 자녀들의 특례 입학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입시 전쟁은 선호하는 일부 대학과 학과를 향한 것이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학벌 타파라는 슬로건 아래 그러한 학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학교 선택이 학생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입시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선호하는 대학과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진정 이 사회의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능력은 있으되 타인에 대한 희생과 봉사 등 지도자로서의 필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훗날 비리의 주역이 되기 십상이다.

이와 함께 교육을 통해 함께 사는 의미를 깨닫게 하고 이러한 깨달음과 실천을 입시 전형의 중요한 요소로 도입하면 그 사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전쟁을 치르는 개인들의 노력이 공동체 미래를 위해 보다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전쟁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므로 마음에 평화의 방벽을 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유네스코헌장의 내용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공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므로 향후 입시 전형요소에서 이 항목의 비중은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 대안학교 운동은 이러한 차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이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목적에 따라 충실하게 이루어진다고 전제할 경우 앞에서 말한 제반 차원을 충족시키는 입시제도는 역시 학교성적 및 생활기록이 갖는 결정력을 높이는 것이다. 내신 1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실력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능 등급을 통해 1차로 검증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공계의 경우는 객관적 성적 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야 할 것이다. 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이 손해를 볼 수 있으나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다. 물론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이 구분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남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하고, 명예나 권력이 따르는 직업에는 지금보다 급여를 낮추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