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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선수 육성 시스템 바꾸자

황순권 | 경기 양평 개군중 교사


모든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4시!
운동장 주변의 울긋불긋한 단풍들과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빛 잔디구장에서 초등학생 3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강미가 넘치는 아이들의 두 눈은 반짝거리고 얼굴엔 결연한 의지가 배어있다.
중학교에서 웬 초등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그 학생들은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황선홍, 홍명보 선수처럼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려는 꿈을 안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축구 꿈나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적인 축구부를 만들기 위한 학교의 의지를 알게 된 학생들이 부근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초등학생들이 선발되어 각자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마치고 4시 이후 개군중학교 운동장으로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학원스포츠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지상주의가 너무 팽배하다보니 운동을 통한 건전한 인격과 건강한 신체의 형성이라는 본래 체육의 목적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운동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하기보다는 상급학교 진학과 프로 선수 양성이라는 출세와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선수에게는 선수이기에 앞서 학생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업이나 학교생활은 거의 없고, 오직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 종목의 연습만을 위하여 중요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만 한 선수들은 대학이나 실업팀에 진출한다 해도 사회 적응 능력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 학교에서는 선수 육성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즉, 학교체육의 정상적인 운영과 운동선수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학생 선수들도 모든 수업을 받아야만 한다. 다른 일반학생들과 동일한 배움의 기회를 가지면서 더 부지런히 노력하여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교 운동부의 운영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목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덕적 품성과 예절을 갖춘 선수로 육성하여 선수로서도 결함이 없게 함은 물론 유능한 민주적 사회인으로 양성한다.

현대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물질문명과, 다양한 조직 사회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교 체육이 눈앞의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하여 기초체력 향상이나, 기본기를 습득시키기보다는 성인기술 체득을 강요하여 학생선수들의 조로 현상은 물론 도덕적 의식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만큼이라도 선수의 품성 및 인성 지도를 위하여 선수 일기 쓰기, 1일 1명 상담시간 운영, 선수 한 명과 일반 학생 한 명 결연 등을 통하여 성적지상주의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한다. 각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도덕적 자세와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시켜 학원스포츠가 전인교육 성취를 위한 학교교육의 연장활동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추어 운영하고자 한다는 의도이다.

둘째, 공부하는 선수 만들기이다.
머리가 좋은 학생이 운동도 잘한다는 생각에서 생활영어, 컴퓨터, 한문, 수학 등 기초과정에 충실한 학생으로 성장시키고자 힘쓴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외국어 교육이라 생각하여 원어민을 초청해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하루 1시간씩 생활영어를 집중 지도하여 세계화에 부응할 수 있는 학생으로 키우고, 졸업 전까지 워드자격증시험에 통과시켜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컴퓨터 교육도 시키고 있다. 또한 한문을 지도하여 일본과 중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에만 매달리는 축구 기계가 아닌, 인성과 학문을 겸비한 선수로 육성하고픈 것이다.

셋째, 축구의 전문적 이론과 실제의 능력을 겸비한 선수 만들기이다.
모든 축구부 학생들이 아주 유능한 축구선수로 일선에 나가면 정말로 금상첨화이지만 일부 학생들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축구의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케 하여 축구 행정가, 축구 지도자, 축구경기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양성하여 중도 탈락자 선수들도 축구 안에서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축구선수들이 운동선수로 진로를 찾든, 그렇지 않든 축구를 통해 행복과 만족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경기를 하다보면 그것이 이상론이고, 무모한 계획이라는 비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만족할 만한 실적이 안 나오면 현실과 타협하고픈 유혹을 받게 될 수도 있음을 안다. 그러나 공부와 운동을 겸해 축구뿐만 아니라 학업에서도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양성하고픈 소망을 끝내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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