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피로와 긴장이 몹시 심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육체의 피로는 잘 쉬면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함으로써 얼마든지 회복이 되지만, 정말 골치 아픈 것은 글자 그대로 ‘골치 아픈’ 증상이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보니 경쟁심, 시기심, 억울함, 분노, 강박증, 부적절한 대인관계, 업무의 부담 등으로 인해 두뇌가 시달리다 못해 죄어들면서 무거운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초기에는 두통약 몇 알로 가라앉는 것 같으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파지고, 오래도록 낫지 않는다 싶어 걱정이 되어 CT 촬영을 해보면 머릿속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CT 촬영으로 못 잡는 만성 두통 현대인의 만성 두통, 견딜 만하면서도 견디기 어려운 두통의 많은 부분이 긴장형 두통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마치 ‘헬멧을 쓴 것 같다’, ‘머리띠로 단단히 죄어진 것 같다’, ‘누름돌을 얹어놓은 것 같다’는 등의 호소를 한다. 머리 전체가 아픈 경우가 많지만, 통증의 중심이 머리의 앞쪽이나 뒷쪽, 관자놀이 등에 치우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은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하루 종일 또는 여러 날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
긴장형 두통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긴장성 두통’으로 불안, 우울 등 심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어 머리나 목덜미가 긴장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둘째, ‘근수축성 두통’으로 컴퓨터 작업, 자동차 운전, 상반신을 앞으로 구부린 자세 등이 직접 근육에 영향을 미쳐 머리나 목덜미가 뻐근해지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영향을 미쳐서 겹쳐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둘의 공통점은 어느 것이나 머릿속이 아니라 두개골 밖에서 일어나는 통증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두통의 원인인 스트레스는 뇌 안에 있지만 통증의 소재는 밖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정밀검사를 받아 봐도 잡히는 게 없는 것이다.
‘머리 뜨거워짐’ 방지로 예방하자 두개골을 잘 살펴보면 골을 따라 얇은 근막이 서로 겹쳐져 있고 그 근육이 수축하거나 혈류가 나빠져 피로나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쌓여 통증이 일어나는 것 같다. 뇌출혈, 뇌종양, 수막염, 만성 경막하혈종 등의 질병시에도 이와 비슷한 두통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가볍게 보아 넘길 일도 아니다. 평소와 약간 다른 통증을 느끼거나, 통증이 심하거나 돌발하거나, 구역질, 심한 현기증, 발열 등이 있다거나, 증상이 더해진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전문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의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근육이완제, 혈액순환개선제 등과 항우울약도 사용하게 되지만, 약물의 장기 복용에 따른 두통의 만성화가 우려되므로 일상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여 두통의 원인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심신의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 체조, 산책 등이 좋은데, 그러나 지나치게 끈기가 필요하거나 절차가 복잡한 운동은 금물이다. 어깨를 주무르거나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칠정성(七情性) 두통에 해당되는데, 칠정에 의해 내상(內傷)이 생기게 되면 풍화(風火)가 생겨 이것이 상승하여 머리를 침범하게 된다. 예부터 두냉족온(頭冷足溫)이라 하여 머리는 서늘하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건강 원칙이 있는데, 어떻게든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게 긴장형 두통을 피해가는 요령이라고 하겠다.
한의원에서는 침, 부항, 약물치료를 시행하는데, 백회, 풍지, 사관, 대추, 견정 등의 요혈이 선정되며, 청상견통탕, 소요산, 반하백출천마탕 등을 써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