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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 어떻게 될까

2005년에도 경제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수출 증가세가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내수는 계속 부진하다가 소폭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대개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보다도 낮아져, 전년 대비 4% 밑에 머물게 되리라고 본다. 만약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에는 전년 대비 3%대 초반이나 심지어 2%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와 있다.

곽해선 | 곽해선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나라 경제가 계속 좋지 않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생산의 증가율이 떨어지고, 재고는 늘어나는 등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 영향력이 큰 환율, 국제유가 등이 급변함에 따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한층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2005년에도 경제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작년에는 그래도 상반기까지 수출이 예상 외로 잘 됐다.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해졌지만, 그나마 내수(국내 수요)가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것을 수출이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 4%대를 지켜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내수는 계속 부진하다가 소폭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대개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보다도 낮아져, 전년 대비 4% 밑에 머물게 되리라고 본다. 이나마 경제 부진이 심각해 민생의 어려움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가 모색중인 여러 가지 경기 활성화 대책이 그런 대로 먹혀들 때 얘기다. 만약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에는 올해 경제의 연간 성장률은 전년 대비 3%대 초반이나 심지어 2%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와 있다.

상반기 더 어렵고 하반기 나아진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작년에 이어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해진 수출도 한층 성장세 둔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요인은 첫째, 세계경제 성장세가 작년에 비해 둔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세계 경기 둔화와 함께 IT산업도 성장이 둔해지고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IT제품의 국제 판매시세도 하락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의 원화 강세도 우리 기업의 수출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국내수요와 해외수요가 다 함께 부진함으로써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도 상반기 대비 2%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 성장률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4%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내수 부문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가 더 이상 줄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줄고 나면 그 다음은 서서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것을 기술적 반등효과라고 하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예상된다. 여기다가,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면 소비가 그동안의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서는 데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내수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할지라도 내수 회복은 당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기는 어렵고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결국 부진한 수출에다 회복세가 미미한 국내수요를 더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불가피하게 작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경기 흐름은 작년부터 이어져 온 경기 하강세가 올해 중반경까지 지속되다가 하반기부터는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낮으나 하반기에는 다소 높아지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소비회복은 좀 더 시간 필요해
내수, 즉 국내수요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민간소비는 증가율이 연간 작년 대비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소득 측면에서, 고용사정이 나빠졌고(실업률 상승 3.5%→3.6%), 임금상승률이 둔해진 사정(5%대→4%대)을 배경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많은 가계가 무리하게 돈을 빌려 아파트 등 부동산에 투자하느라 빚을 졌고, 이젠 그 빚 상환을 위한 저축을 늘리고 있어서 구매력이 한결 위축되어 있다. 여기에다, 불황 탓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주택건설 경기 위축 등이 소비 회복속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와 연관효과가 큰 주택건설경기의 위축도 소비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2002년 상반기에 급증했던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므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상반기 민간소비는 1%도 늘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2년 이상 억제되었던 소비수요가 바닥을 치고 다소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의 원화절상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물가 전반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물가하락에 힘입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상반기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기확대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다면 민간소비의 증가폭은 하반기에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4년 하반기 대비 3%를 넘지 못할 수준으로 보이므로, 소비가 본격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소비부진은 경기순환에 따른 불황 탓도 있지만, 소득 양극화나 고용의 질 악화, 고정지출 부담 증가, 그리고 가계부실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므로 본격적 소비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부실은 내수 경기가 회복될 경우 다소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우리 가계의 부채 수준이 너무 높고 부채상환능력은 취약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명목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계신용의 조정은 2006년경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투자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할 경우 내수회복 속도를 부진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가 건설경기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3년 10·29 부동산 규제시책이 나온 이후 작년 민간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 등이 크게 감소한 효과가 시차를 두고 올해부터 나타나는 데다, 작년 이래 하향 안정세를 보인 부동산 가격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건설투자는 거의 제로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올해 종합투자계획에 따라 고속도로, 철도 등 SOC 사업이 일정 차질 없이 추진되고 항만이나 공항시설 확충,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부문 건설투자가 확대된다면 건설투자 증가율은 1~2%p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동산가격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주택공급 초과의 영향으로 개발 수요가 예상되는 일부 토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매매가격에 선행하는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2001년 말 70% 정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해 11월에는 59.5%까지 떨어져 올해 주택매매가격의 전반적 약세를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되고 2002~2004년에 지은 아파트의 신규 입주 물량도 넘쳐날 것으로 보여 주택가격은 연간으로 3~5%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수출 둔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 주력 IT제품 가격의 하락 등으로 작년에 투자를 주도했던 IT산업의 투자 수요가 둔화되겠지만, 대기업은 최근 설비투자의 수익성이 호조를 보인 데다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원화표시 수입 자본재의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 등에 힘입어 작년과 같은 5%대 증가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투자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내수 부진과 낮은 수익성, 취약한 재무상태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가동률을 조정함으로써 수요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올해 수출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성장세 둔화, 반도체 등 IT제품 가격 하락, 원화 강세 요인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특히 작년에 높은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에 올해 수출 감소가 상대적으로 증가율 감소폭을 부각시킬 것이다. 수출은 작년 대비 8.0% 증가(금액, 통관기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수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지표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OECD경기선행지수’인데, 이 지수가 작년부터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마저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의 수출물량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출 증가율 둔화에는 물량 외에 수출단가 하락도 작용할 것이다. 작년에는 수출단가가 7.1% 가량 상승해 수출금액 증가에 27% 정도 기여했으나 올해 수출단가는 반도체, LCD 등 우리나라의 주력 IT수출제품을 중심으로 3%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수출 주력기업은 수출 둔화와 함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물량 감소도 문제지만,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출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올해 수출금액은 8% 정도 증가(달러 기준)하더라도 원화표시 기준으로는 6% 감소(원/달러 환율 연평균 1000원 적용 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출 채산성 악화와 함께 최근 일본의 재무상은 올해 우리 수출기업에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일본은 15년간 지속된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주력하는 수출 분야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간 경합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 업체들이 기술 로열티를 높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수입은 작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날까.
수입이 늘어나려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내수 회복은 소폭에 그칠 것이다. 내수 회복이 소폭에 그치더라도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수입액은 늘어나겠지만 올해 국제유가는 작년보다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은 수입상품 가격을 하락시키고, 그 결과 수입이 늘어나기 쉽게 할 것이므로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물가 안정, 고용 다소 악화, 환율 1000원, 저금리 지속
올해 물가는 작년에 비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 등이 우려되지만, 총수요 압력이 미미한 데다 임금상승률 둔화, 국제유가 안정, 그리고 무엇보다 원화절상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0.8%p 낮은 연간 2.8%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용사정은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의 추가적 고용창출이 제약되는 데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률은 작년보다 소폭 높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950~1050원 사이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달러화 약세 요인이 미국의 금리 인상, 일본 및 유럽의 공조 가능성 등 달러화 강세 요인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 원화강세 요인이 저금리, 성장률 둔화 등 원화약세 요인보다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에 가서야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콜금리 역시 경기진작을 위해 올해 상반기중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경기 회복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중앙은행(FRB,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은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금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중금리는 하반기에 상승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콜 금리가 더 이상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값은 하락세를 예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채권에 투자했던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을 이탈할 것이고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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